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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가 만난 사람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일 속에서 사람 풀지 말고 사람 속에서 일 풀어야”

[홍병기가 만난 사람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일 속에서 사람 풀지 말고 사람 속에서 일 풀어야”

함께 가는 것이 경영의 기본… 리더는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판단하는 자리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 국내 제약업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재앙으로만 보지 말고 신약 개발 강국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해달라”며 “앞으로도 이런 도전을 수없이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빈 기자
원희목(65)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서울 강남지역에서 개업 약사로 20여 년간 활동하면서 대한약사회 회장까지 지냈다. 그러다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낸 뒤 사회보장정보원장 등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제약바이오협회장 직을 맡고 있는 만능 CEO형 인물이다.

최근 코오롱·신라젠 등에서 잇따라 터진 대형 악재 속에도 풍랑 속의 선장처럼 한국 제약업계의 혁신을 부르짖으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원 회장을 만나 한국 제약업계를 이끌고 있는 그의 삶과 생각을 들어봤다.
 바이오제약협회장 3년째 맡아


제약업체와는 인연이 없어 보인다. 어떤 연유로 국내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수장 격인 협회장 직을 맡게 됐나.


“약사가 직업이다 보니 젊어서부터 약국을 운영하며 제약회사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해봐서 낯설지 않았었다. 의원 시절인 2012년 제약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적 있다. 앞으로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제약업체를 바꿔야 한다며 신약개발 투자 제약사를 혁신형 기업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당시로선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때 나를 눈여겨봤던 업계의 요청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최근 제약업계의 현안이 많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약업을 미래 동력산업이라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론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1가지의 기초 물질 조사에서 시작해 완전한 신약 개발로 이어지기까지는 1만분의 1의 확률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시도하고 도전해야 한다. 인류가 생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유지해온 것도 바로 이런 시도와 도전을 끊임없이 해온 결과 아닌가. 이 과정에서 장애물에 막혀 무너지는 사례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한국 제약업계에 재앙이 일어난 것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신약 개발 강국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해달라.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 무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도전을 수없이 시도해야만 신약 강국이 될 수 있다. 실패를 격려하고 그것을 디딤돌로 치고 나가야 한다.”



앞으로 협회는 어떤 업무에 주력할 방침인가.


“우선 오는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협회와 보건산업진흥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과 공동 주관으로 제약기업 등 80개사가 참여하는 ‘2019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가 열린다. 현장에서 채용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9000여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회의 본격적인 행보라는 의미가 있다. 새로운 추세에 발맞춰서 협회 내에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지원센터’도 개설했다. 앞으로 이를 재단법인화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의 플랫폼으로 육성시켜 나갈 계획이다. 국내 제약 업체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2021년까지 글로벌시장 진입을 위한 정부간(G2G) 협약도 추진중이다. “



개인사를 이야기해보자.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약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고교 시절 어떤 대학엘 가야 하나 하고 고심했었다. 내 성격에 맞춰서 하고 싶은 일을 찾다보니 약사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친 김에 세계적인 약을 개발해보겠다는 꿈을 정하고 약대 진학을 결심한 것이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겠다.


“보건의료 전문 직종들이 다 그렇듯이 약사도 그 생활에 일정한 스펙트럼이 정해져 있어 다소 답답할 수 있다. 나는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기 경험을 확장시키는 일에 흥미를 느꼈었다. 인문학 전공자에 비해 좁고 깊은 공부를 하는 셈이랄까. 어떤 일이 주어지고 최선을 다해 매일 매일 그것을 하다보니 ‘가보니까 거기에 있더라’ 하는 식으로 시간이 흘러갔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한약조제권 분쟁, 의약분업, 약대 6년제 전환 등의 뜨거운 현안들이 쉴 틈없이 줄줄이 이어졌었다. 일이 생길 때마다 그 일에 열심히 몰두하다 보니 꿈에도 생각이 없었던 약사 회장까지 맡게 됐다.”
 강남 요지에서 15년 동안 약사로 활동


강남 요지에서 오랜 동안 약국을 운영했었는데 돈도 많이 벌었겠다.


“서초동 제일생명 사거리 근처에서 15년간 약국을 열었다. 그러다 보니 강남지역의 변천사를 완전히 꿰고 있을 정도다. 당시엔 길목의 좋은 자리는 약국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 약국이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았던 업종이었다는 이야기다. 나도 나름대로 특효약을 제조해 돈을 많이 벌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자리는 약국 대신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다 바뀌더라. 내가 약국하던 자리도 이젠 토스트 프랜차이즈 업장으로 바뀌었다. 의약분업 이전 약사가 고객과 직접 상담해서 약을 제조해 팔던 시절에서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사 처방에 따른 제조로 바뀌자 약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약국과 병원과의 커플링이 강해지면서 병원과 협업하는 형태로 공간이 재배치되기 시작했다.”

원 회장이 처음에 약국을 연 곳은 강원도 속초였다. 당시 간호장교였던 부인의 근무지인 그곳까지 함께 따라와서 첫 약국을 시작했던 로맨스의 사나이였다. 그가 제조했던 위장약이 동해안 선원들 사이에 히트를 치면서 돈을 벌게 됐다. 그러다 서울 강남으로 자리를 옮겨서 약국을 개업하게 된 것이다.



생각나는 일화가 있을 법하다.


“약국 문을 막 열었던 30여년 전 일이다. 앙상한 체구의 한 젊은 여자가 약국 안으로 업혀서 들어왔다. 병원이란 병원을 다 다녀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자꾸 살이 빠지고 힘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하더라. 뾰족한 비방이 없던 터라 위장기능 개선제 등의 처방으로 약을 지어주면서 ‘안심해라. 괜찮아질 거다”라는 말로 계속 위안했다. 그런데 몇 달 뒤 그녀가 살이 제법 올라 건강해진 모습으로 찾아와선 내 약을 먹고 나서 몸이 다 나았다며 거듭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대중적인 약을 지어줬을 뿐인데도 병이 완치됐다는 말에 내가 오히려 고맙더라. 그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명약이란 어떤 효과보다는 약에 대한 믿음을 갖고 정성껏 약을 복용한 결과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무슨 약을 먹더라도 환자가 약을 신뢰하고 정확한 시간에 꼬박꼬박 먹어야만 약효가 나는 법이란 이야기다. 세상살이가 바로 그렇지 않나. 어떤 일을 하더라도 신뢰가 있어야 비로소 변화가 일어나더라.”



여러 조직의 장을 거치면서 항상 염두에 뒀던 리더십의 철학이 있었다면.


“리더에겐 그때 그때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사안이 벌어지거나 상황이 일어날 때 어떤 방향으로 일머리를 잡아야 하는가 하는 판단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구체적인 해결책에 대한 결정은 논의를 거쳐서 정할 수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는 판단은 리더의 몫이다. 리더는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판단하는 자리다. 처음엔 구성원들 사이에 생각이 모두 달라도 리더의 판단을 놓고 브레인 스토밍을 거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종종 임원들에게 ‘내가 회장이라고 생각하라’고 강조하곤 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바로잡는 것은 리더의 몫이고, 그 방향으로 일을 어떻게 꾸려 가느냐 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엔 모두가 동지가 되고 속된 말로 ‘공범’이 돼야한다.“



리더가 방향을 미리 정해 놓으면 독선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리더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방향을 바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한 방향만 죽자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 시점이나 시각이 바뀌면 정해놨던 방향이 안 맞을 수 있다. 리더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을 남들이 이야기해주면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구난방일 때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리더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항상 유연하게 토론하고 나와 다른 생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경영은 함께 가는 것이다. 평소 ‘일 속에서 사람을 풀지 말고 사람 속에서 일을 풀어라’라는 말을 되새기곤 한다. 사람은 일의 수단에 불과한 게 아니라 일이 끝나도 그 사람은 계속 남아 있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렴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장 내에서 ’폭탄’이라 불리는 사람까지 내 식구라고 생각하고 안아줄 때에 다른 직원들 모두가 ‘나도 품어주겠구나’하고 이곳이 나의 터전이라는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조직에 등을 돌리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사람 책임도 크지만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낸 조직도 문제가 있다. 집단과 조직의 책임을 공유하게 되면 따뜻한 직장이 된다. 어차피 해야 할, 주어진 일이라면 모두가 하고 싶은 일로 만들어 나가라.”



일에만 매달리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나름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한참 생각하더니) 글쎄. 운동이라고나 할까. 플랭크, 스쿼트, 팔 굽혀펴기 3종 세트를 매일 아침·저녁에 거르지 않고 한다. 플랭크는 1분씩 3세트, 스쿼트는 50회씩 3세트, 팔 굽혀펴기는 20회 3세트, 이렇게 목표를 정해 놓고 한다.”



평소 주말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두 딸이 출가해서 손주가 4명이다. 손주들이랑 놀아주고, 종종 가까운 친구들과 만나는 게 유일한 낙이다.”

한 때 애주가였던 원 회장은 건강이 나빠져 2005년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렇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친구들과 만나면 술잔을 나누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고. 그는 “술은 함께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과 나눠야 한다. 술 먹고 실수하는 사람과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술을 나누면서 마음이 풀려서 오랜 동안 만난 사이처럼 친해지는 ‘무장해제’의 효과를 즐겨야지, 술에 홀딱 빠지거나 술을 마실수록 남을 무장시켜선 안 된다는 게 그만의 독특한 음주 철학이다.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꼽는다면.


“귀가 후엔 항상 아내와 20∼30분 두런두런 대화를 나눈다. 어떤 주제를 정해서 얘기하기보다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가족들 이야기를 주로 한다. 결혼 후 40여 년간 계속해온 일과다. 사회적으로 바쁘게 지낼 때도 매일 아내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어떤 해답을 얻기보다는 ‘오늘’ 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의미를 정리할 수 있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그 하루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질 못하질 않나. 하루동안 열심히 몰두하며 훔뻑 달아올랐던 자신에게 촉촉하게 물을 뿌려주는 시간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별 게 아니다’라며 극복하며 위안을 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4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대가족 예찬론자
그는 친어머니(92)와 장모(87) 두 분을 20여 년째 함께 모시고 살고 있다. 큰 딸 가족까지 4대가 2층 양옥의 한 집에서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 예찬론자다.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은 요즘 보기 드문 집안 풍경이다.


“모두 모여 한 공간에서 함께 살다 보니 사는 게 힘들어도 힘들다고 쉽게 말할 수 없더라. 힘든 것보다 서로 위로 받고, 얻는 점이 더 많다. 어르신들의 길을 보면 우리의 길이 보인다. 미래의 내가 보인다는 이야기다. 내가 점점 늙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늙어서 죽게 되는 자연의 섭리를 식구들이 이해하게 된다. 아버님과 장인 어른도 집에서 함께 모시다 자연의 섭리대로 돌아가셨다. 내 어머니는 5년 전부터 기력이 쇠해서 자리에 누우셨는데도 매일 밤 8시반 만 되면 항상 내게 전화를 걸어 ‘어디 있느냐. 빨리 들어와라’며 자식 걱정을 한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나만의 애장품은.


“허. 뭐가 있을까. 보물이 있다면 아마도 막내 처남이 내게 기증해준 ‘간’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으니까.”



존경하는 인물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황당한’ 도전을 시도했던 그의 인생철학을 존경한다. 모두가 말리는 일에 ‘당신 해봤어’라고 반문하며 ‘왜 해보지 않고 안된다는 이야기부터 하느냐’며 꿋꿋하게 일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일을 먼저 치고 나가는 도전정신에서 새로운 것으로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교훈을 항상 떠올린다.”
 10%만 가능성 있어도 포기하지 말아야


최근에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은.


“알랭드 보통의 [불안]이다.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던져주는 책이다. 특히 ‘인간이 불안을 느낄 때는 나와 같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나보다 먼저 갈 때’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흔히들 입사 동기가 나보다 빨리 승진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무능하다기보다는 그것이 주는 박탈감 때문이다. 조직에서 쳐지는 사람을 항상 이해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도 현대인은 항상 불안하다. 나만의 불안 극복법은 무엇인가.


“나 역시 항상 불안하다고 느끼곤 한다. 특히 정치판에 들어갔을 때가 더욱 심했다. 동료 의원들에 비해 언론에서 자주 다뤄주지 않을 때마다 내가 처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들더라. 그러다 어느 날 인생이란 긴 틀에서 길게 보면 한줌의 명성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적인 명성을 얻는 데 연연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 정치가 아닌 정책을 펼치자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 누가 보던 말든 내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게 됐다. 아직도 그때 그 생각을 후회하지 않는다.”



창업이나 취업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10%만 가능성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90%가 됐다고 해도 방심하지 마라. 도전과 그 결과에 대해 항상 생각하라. 10%의 가능성만 남아 있어도 10명 중 1명은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잘 되도 잘 되는 게 아니고 못 되도 못 되는 게 아니다. 잘 나갈 때엔 항상 함정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나 끝났어’하고 절망할 때가 바로 기대고 올라 갈 수 있는 돌멩이가 있고, 치고 나갈 구멍이 있는 법이다. 주저앉으면 보이지 않는다. 주저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박스기사] 글씨로 본 나의 좌우명 - “실천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
원희목 회장의 좌우명은 ‘행불무득(行不無得)’(사진)이다. 실천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이 문구를 붓글씨로 직접 써서 액자로 만들어 사무실 벽에 걸어놓고 매일 그 뜻을 곱씹는다. “이것저것 재면서 평생 ‘간’만 보지 말고, 단 하나라도 변화를 추구해야만 내 생애 동안 뭔가를 하나 얻어갈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을 담은 말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그의 필체에 대해 “글씨에 능한 편”이라며 수준 높은 글씨라고 평가했다. 한 획으로 한 글자를 모두 쓰는 연면형의 글씨가 특징이다, 이는 사물이나 사회를 종합적, 분석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행(行)’, ‘득(得)’의 마지막 획의 끝부분이 삐쳐 올라간 것은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글씨의 세로 길이나 기초선에 변화가 있는 것은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어느 정도 한계 내에서만 이뤄지고 있어서 강함과 부드러움, 보수와 혁신의 조화가 잘 이뤄지는 긍정적인 면도 드러난다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 홍병기 경제전문기자 -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사회부·산업부 기자와 경제부 정책·금융·증권팀장 등으로 일선 취재현장을 두루 거친 뒤 JTBC 보도국 취재담당 부국장, 중앙일보 선데이담당 경제에디터 등을 역임했다. [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공저)] [떠오르는 재계 새별(공저)] [뉴스 동서남북: 한 권으로 읽는 한국 언론 명인·명문 열전]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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