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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최대 석유 시설의 드론 피폭 그 후] 정치·종파·노동·극단주의… 중동 문제 난맥상 도마 위에

[사우디 최대 석유 시설의 드론 피폭 그 후] 정치·종파·노동·극단주의… 중동 문제 난맥상 도마 위에

드론 공격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열려… 아람코 상장에도 차질 생길 우려
사우디 국방부가 수도 리야드에서 9월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아람코 석유시설 공격에 사용된 드론의 잔해를 공개했다. / 사진:연합뉴스
9월 14일 새벽 4시(현지시간)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관련 시설은 두 군데였다. 사우디 최대 규모의 원유 탈황시설이 자리 잡은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의 쿠라이스 유전이다. 사우디의 유전과 석유 산업은 모두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 산하다. 이 지역은 수도인 리야드에서 북쪽으로 약 250㎞, 사우디 최대의 석유 선적기지가 있는 담만-두람-카바르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남쪽으로 약 150㎞ 떨어졌다. 사우디의 유전과 석유 시설은 동부의 페르시아만(아랍권에서는 아라비아만으로 부름) 연안 지역에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드론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은 사우디 석유 생산의 심장부인 셈이다.

사우디는 이번 공격으로 석유 생산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현재 하루 약 9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이번 공격으로 약 570만 배럴의 생산이 차질을 빚어 하루 생산 규모가 약 410만 배럴로 줄었다. 사우디는 걸프 지역 산유국 가운데 최대 산유량을 자랑한다. 걸프 지역의 국가별 하루 원유 생산량은 2018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1229만 배럴), 이란(472만), 이라크(460만), 아랍에미리트(UAE, 394만), 쿠웨이트(305만), 카타르(188만), 오만(98만)의 순이다.
 아브카이크 단지, 사우디 원유 ‘탈황’ 핵심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동부에 몰린 주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북부의 수출항인 담만-두람-카바르 지역이나 국내의 다른 정유시설로 보내는 핵심 탈황 단지다. 하루 처리량이 700만 배럴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70%에 이른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 규모다. 이곳 단 한 곳의 가동 중단으로 하루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사우디는 물론 국제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그야말로 급소 중의 급소다. 아브카이크는 과거 걸프 전쟁 당시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시설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요한 시설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일시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는 데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쿠라이스는 하루 15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 굴지의 유전이다. 2009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신규 유전이다. 원유 매장량이 200억 배럴에 이른다. 아람코가 상장을 노리는 자신감의 배경에는 사우디에서 새 유전이 연이어 생산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석유가 지는 해가 아니고 여전히 뜨는 해임을 보여주고, 미래 투자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게 이런 신규 유전이다. 사우디의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는 아람코 주식의 일부를 상장해 엄청난 자금을 확보한 다음 사우디의 미래를 새롭게 이끄는 ‘비전 2030’을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대적인 스마트시티 건설, 새로운 미래 에너지 산업 유치, 원전 건설을 통한 에너지 믹스 선진화 등 대담한 계획으로 가득찼다. 이번 드론 공격은 무함마드 빈 살만의 목을 노렸다는 이야기다. 드론 공격이 이런 신규 유전을 노렸다는 사실은 그 배경에 치열한 전략적인 판단과 정보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은 당장 국제 원유시장을 흔들었다. 사고 직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5%,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0월물은 19% 급등했다. 다만 사우디의 비축유 방출과 원유 시설의 생산 정상화 발표,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 추진과 이란 공격 대신 제재 강화 움직임 등으로 국제유가는 9월 17일과 18일(현지시간) 연속 하락 반전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전략비축유는 긴급 사태를 대비해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과 유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비축하는 물량이다. 온라인 에너지 뉴스 사이트인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에 따르면 국가별 전략비축유 규모는 미국(6조9300억 배럴), 중국(5조1111억 배럴, 목표치), 일본(3조2400억 배럴), 스페인(12조2000억 배럴), 한국(9300억 배럴), 인도(3900억 배럴)의 순이다. 다만 거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석유 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과 보안 문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압박 강화 같은 악재가 연쇄반응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아람코의 상장 지연과 이에 따른 사우디 내부 정정 불안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 아시아 경제대국의 에너지 공급원
9월 14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사우디 동부 해안 아브카이크의 아람코 주요 시설. / 사진:가디언 동영상 캡처
이번 사건은 사우디가 세계 석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사우디 원유의 3분의 2 정도가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의 경제 대국으로 공급된다. 대한석유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사우디산 원유는 3억2317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29.0%를 차지한다.

세계 원유 매장과 생산을 보면 사우디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의 글로벌 에너지 업체 에니(Eni)가 2018년 6월에 펴낸 ‘세계 석유 리뷰 2018’에 따르면 2018년 하루 원유 생산량은 미국(1319만 배럴, 세계 14.2%), 사우디(1196만 배럴, 12.9%), 러시아(1135만 배럴,12.3%), 캐나다(481만 배럴, 5.2%), 이란(470만 배럴, 5.1%), 이라크(456만 배럴, 4.9%), 중국(387만 배럴, 4.2%), 아랍에미리트(UAE, 377만 배럴, 4.1%), 쿠웨이트(301만 배럴, 3.3%), 브라질(273만 배럴, 3.0%) 순이다. 물론 그 이후 사우디는 감산 정책 등으로 하루 원유 생산량이 970만 배럴로 줄었지만 세계 석유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막대하다. 2017년 말 현재 확인 매장량은 베네수엘라(3028억 배럴, 세계 18.0%), 사우디(2662억 배럴, 15.8%), 캐나다(1979억 배럴, 11.8%), 이란(1556억 배럴, 9.3%), 이라크(1472억 배럴, 8.8%), 쿠웨이트(1015억 배럴, 6.0%), 아랍에미리트(UAE, 978억 배럴, 5.8%), 러시아(800억 배럴, 4.8%), 리비아(483억 배럴, 2.9%), 나이지리아(374억 배럴, 2.3%) 순이다.

이번에 드론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는 이런 사우디의 석유 수출에서 지극히 중요한 곳이다.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에서 가장 큰 탈황시설이다. 사우디에서 탈황시설은 필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사우디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유황이 많이 함유된 저품질유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석유 발전소나 자동차, 산업시설 등에서 유황 성분이 많이 든 석유를 태우면 유독성 자극가스인 이산화황이 대기 중으로 대량 배출된다. 이를 줄이려면 비용을 들여 탈황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유에 포함된 유황 성분을 촉매를 이용해 제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유황 함량이 많은 원유는 정유 과정에서 탈황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저유황 원유는 그만큼 비싼 값, 반대로 고유황 원유는 더 낮은 가격에 팔리는 이유다.

사실 탈황은 사우디 석유 수출에서 필수적이다. 원유의 품질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API도’와 ‘유황 함유량’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API도는 미국석유협회(API)가 원유 ‘비중’을 바탕으로 정한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비중이란 어떤 물질의 질량과 동일한 체적의 표준물질의 질량과의 비율을 가리킨다. API도는 섭씨 15.6도의 물과 비중이 같은 원유를 10으로 보고, 비중과 반비례해서 정한 수치다. 비중이 작을수록, 즉 단위당 무게가 가벼울수록 API도는 높아진다. 이탈리아 석유 메이저 기업인 에니의 사이트에 따르면 통상 API도 50도 이상을 초경질유(超輕質油, Ultra Light)로, 35도 이상 50도 미만을 경질유(輕質油, Light)로, 26도 이상 35도 미만을 중질유(中質油, Medium) 등으로 분류한다. 경질유는 휘발유나 나프타 같은 고가의 성분을 뽑기 유리한 고품질 원유여서 가격이 비교적 비싸다.

이와 함께 유황 함량도 중요하다. 에니에 따르면 유황 함량이 0.5% 미만이면 저유황유(Sweet)로, 0.5% 이상 1% 미만이면 중(中)유황유(Medium Sour)로, 1% 이상이면 고(高)유황유(Sour)로 각각 분류한다. 초경질유는 유황 함량도 낮다. 이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적용하면 원유는 대체로 10개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초경질유, 경질 저유황, 경질 중유황, 경질 고유황, 중(中)질 저유황, 중질 중유황, 중질 고유황 등이다. 원유 가격은 산지, 시기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대개 위의 순서로 가격이 떨어진다. 즉, 원유는 유황 함량이 낮고 API도가 높을수록 고급으로 친다는 이야기다. 가치와 정유 비용을 고려한 결과다. 사우디의 경우 하루 생산 원유 중 ‘중(中)질 고유황’이 839만 배럴(84.3%)로 압도적이다. ‘경질 고유황’은 145만 배럴(14.7%), ‘경질 저유황’은 10만 배럴(1.1%) 생산에 그쳤다. UAE는 ‘경질 중유황’이 150만 배럴(51.5%), 중(中)질 고유황’ 75만 배럴(25.8%), ‘경질 고유황’ 66만 배럴(22.7%)의 순이다. 탈황을 거칠 필요가 있는 원유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드론으로 신규 유전과 탈황시설만 콕 노려 사우디의 석유 수출과 아람코에 상장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세력은 상당한 전략적 판단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군사 전략에 일가견이 있는 세력일 것이다. 도대체 누구일까. 하지만 드론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는 사실 오리무중이다.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이 범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먼저 드론 공격자로 지목받은 세력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다. 후티 반군은 2015년부터 정부군은 물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수니파 연합군과 싸우고 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번 사건 직후 자신들이 10대의 드론을 동원해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사실 이전에도 사우디의 석유 시설을 목표로 드론 공격을 한 적이 있다. 이미 지난해 7월과 올해 5월에도 후티 반군은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 특히 지난 5월의 공격은 사우디롤 동서로 지나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노렸다는 점에서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렀다. 사우디는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 지역에 유전과 석유 관련 시설이 밀집해 이를 운반하려면 이란과 대치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우디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면 사우디 서쪽 홍해 쪽의 제다 항구를 이용해 석유를 선적할 수 있다. 홍해를 경유하면 사우디의 중요 석유 수출선인 아시아와는 수송 거리가 멀어지지만 어쨌든 호르무즈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유럽 쪽으로 갈 경우는 오히려 해상 수송로가 줄어든다. 당시 파이프라인 공격의 피해는 경미했고 사우디의 석유 생산과 이동, 수출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더 큰 공격으로 이어지는 서곡에 지나지 않았다. 사우디는 철저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

사우디 당국은 보안보다 아람코의 상장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석유장관 경질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아우드 왕자는 아람코 상장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석유장관을 경질하고 형제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자로 바꾸었다. 하지만 드론 공격에 대비한 대대적인 대공 보안 강화책을 비롯한 보안 대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디 왕실 내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잇단 드론 공격에도 보안 강화 눈에 띄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월 18일(현지시간) “재무장관에게 이란 제재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트윗했다. / 사진:연합뉴스
후티 반군이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 석유 시설에 타격을 입히면 사우디 석유 산업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서는 다양한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후티 반군의 존재를 알릴 수 있게 된다. 국제사회의 협상 압력이 사우디에 가해질 수 있다. 아울러 아람코의 상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로 하여금 아람코냐, 예멘이냐를 선택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은 이 둘 가운데 하나를 놓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후티 반군은 더욱 극렬하게 공격을 하고 사우디는 더욱 강력하게 보복을 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후티 반군이 과연 이번 드론 공격의 기획자인지, 실행자인지, 아니면 동조자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후티 반군 지역에서 사우디 동부까지는 거리가 1200㎞를 넘기 때문이다. 항속거리가 긴 드론이 약 700㎞를 날아갈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예멘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다만 보조 연료탱크를 달고 항속거리를 연장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 적재할 수 있는 폭탄이나 인화물질의 양이 줄어 공격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페르시아만을 넘어 200㎞ 정도 떨어진 이란을 유력한 드론 출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란이 과연 사우디와 미국에 전면전을 벌일 명분을 줄 수 있는 공격 행위를 벌인다는 것은 그리 합리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 이란의 석유 시설도 미국이나 사우디의 미사일이나 전투기의 공격 범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석유 시설이 공격을 받으면 가뜩이나 미국 제재로 수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은 재앙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나라 경제가 마비될 경우 이란의 현 신정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서로 총을 상대의 이마에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이 석유 시설 공격이란 사실상의 자살 공격을 벌일 이유는 적어 보인다.

이란과 가까운 사이인 이라크의 시아파 무슬림 무장조직이 드론 출발지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는 인구가 많은 남부의 시아파가 중앙 권력을 차지하고 중부의 수니파와 북부의 쿠르드족을 견제하고 있다. 이라크는 이란 군사 조직의 지원도 받고 있다. 시아파 지역인 이라크 남부는 이번 드론 피격 지점에서 500㎞ 정도 떨어져 있다. 지리적으로는 충분히 드론을 이용한 공격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 석유 시설, 국내외 시아파에 둘러싸여 불안
시아파만 따지면 사실 사우디 국내도 만만하지 않다. 사우디의 석유 시설은 시아파나 시아파 동조세력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석유 생산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지역은 사우디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밀집 거주지역이다. 여기에 사우디 당국의 고민이 있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 중앙정부는 일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는 등의 강경 정책으로 자국 내 시아파와 관계가 악화한 상태다. 하지만 사우디가 철저한 경찰국가임을 감안할 때 드론의 반입과 발진, 그리고 조종을 국내에서 했을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밀 조직원이 목숨을 걸고 외부와 연결해 드론 공격에 나섰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드론 공격이 벌어진 사우디 동부 지역은 독립 군주국인 섬나라 바레인과 다리로 연결돼 있다. 바레인 인구 대다수는 시아파인데 군주는 수니파다. 이 때문에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시아파 국민의 시위 사태가 벌어졌다. 군주제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요구와 종파 갈등이 교묘하게 엮인 경우다. 당시 사우디는 바레인에 시위 진압을 돕기 위한 군대를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원한을 품은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이번 드론 공격을 도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시 사우디 동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타르는 수니파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친이란 정책으로 사우디의 눈 밖에 났다. 이 때문에 사우디와 수니파 연합군은 카타르를 봉쇄하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가스전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카타르 국민 가운데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사우디는 물론 국경을 맞댄 바레인, 카타르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 이주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드론을 이용한 테러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다. 석유 부자 나라에 열악한 조건으로 돈벌이를 하러 온 수많은 사람 중 일부가 종교적 광신주의에 빠졌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정치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드론 출발이나 조종한 장소를 파악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중동의 정치·왕가·종교·종파·이주민·노동·극단주의 등 다양한 요인이 꼬이고 꼬여 오늘날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매파의 생각대로 이란을 공격한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사태가 더욱 꼬일 뿐이다. 더구나 이번 공격은 값싼 드론을 이용해 경제 시설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드론 공격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은 전 세계에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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