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부터 시끄러운 한남3구역] 분양가 보장, 혁신설계, 임대 0…
[시공사 선정부터 시끄러운 한남3구역] 분양가 보장, 혁신설계, 임대 0…
7조원짜리 대공사에 입찰 과열 양상…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회피 움직임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부동산시장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보기 드문 대규모 사업장에서 시공사 수주전이 벌어지고 정부가 정비사업을 겨냥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임박해서다.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규제를 피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위법 논란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10월 18일 마감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은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업계도 놀란 파격적인 조건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남3구역이 주목받는 것은 덩치가 워낙 크고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38만여㎡에 이르는 한남3구역은 뒤로 남산, 앞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다. 주변에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최고급 주거단지가 형성되고 있다. 용산민족공원 조성,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재개발 규모는 197개동 5816가구다. 강북 최대다. 예정 공사비가 3.3㎡당 595만원인 1조9000억원이고 총사업비가 7조원에 달한다. 한남3구역은 5개 구역으로 이뤄진 한남뉴타운의 첫 시공사 선정 사업장이다. 이번에 시공사로 선정되면 후속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업체 간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와 서울시 등이 위법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정도다. 현재 위법 소지가 있는 쟁점은 2017년 하반기 뜨거웠던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과 달라졌다. 당시엔 금품·향응·이사비·재건축부담금 등이었다. 직접 현금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간접적이다. 분양가 보장, 혁신설계, 이주비, 부담금 납부 시기 등이다. 그런데 이게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들이 화려한 조감도를 만들었다. 조합이 만든 설계에 없는 내용을 보탰다. 대안설계나 혁신 설계라는 명목이다. 국토부가 2017년 말 시공사 입찰 때 설계 관련 규정을 만들었고 서울시가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사업 승인 받은 설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설계의 허용 범위를 경미한 변경으로 간주하는 10% 이내로 못 박았다. 건설사들은 10% 이내 변경을 대안설계로, 10% 범위를 초과하는 설계안을 혁신설계로 제시했다.
업체들은 혁신설계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이어서 법 위반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조합과 협의해 설계 변경 등 적법한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혁신설계대로 짓는 데 상당한 금액이 업체 부담으로 들어가는 만큼 이는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체는 혁신설계 비용을 700억원대로 잡고 있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700억원대의 재산상 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업체들의 ‘무상제공품목’도 마찬가지다. 업체에 따라 금액이 1500억~2000억원가량 제시됐다. 말 그대로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주비·사업비 무이자 대여, 추가분담금 납부 시기 연장 등도 재산상의 이익 제공으로 볼 수 있다.
한남3구역에서 이주비 무이자 조건은 없지만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이주비 80% 무이자’를 제시했다. 이주비로 기존 주택 감정평가금액의 80%(LTV, 담보인정비율)를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뜻이다. 무이자 조건은 이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주비 무이자는 명백한 위법이다. 원래 이주비는 지난해 9·13대책에서 대출 억제를 위해 LTV 40%로 제한됐다. 다만 재개발은 영세한 주민이 많다며 건설사에서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다만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가능하다. 업체들이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사업비 한도가 1조~1조5000억원이다. 조합에 수백억원의 이자를 대주는 셈이다.
한남3구역 입찰에서 GS건설의 분양가 보장도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조합원 분양가다. GS건설은 조합원 분양가로 3.3㎡당 3500만원 이하를 제시했다. 금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만큼 재산상 이익을 주겠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 불법은 국민에게 악영향이 큰 생활적폐”라며 “법 위반이 있는지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내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법이 아니더라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입찰에 제시한 ‘임대 0’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추진하는 일반분양분 임대사업자 통매각이다.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입찰에 ‘임대 없는 아파트’를 제안했다.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처분하는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자격 제한이 없고 임대기간 8년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면 일반아파트가 된다.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2018년 8월 국토부는 ‘재개발임대주택을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지’를 물은 민원 질의에 “조합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구청장에 신고한 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재개발 임대는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 성격이 짙어 서울시는 매입해 이를 해당 구역 세입자, 저소득가구 대학생, 도시계획 철거민 등에게 주거안정 목적으로 임대한다.
서울시에서 매입하게 법에 명시돼 있는 재건축 임대와 달리 관련 법령은 재개발 임대에 대해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서울시장이 매입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림산업은 이 여섯 글자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장에게 매입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민간에 매각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조합과 송파구 잠실동 진주 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 통매각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찾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이나 이 가격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임대사업자에게 팔 때 가격 제한이 없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일반분양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청약 제한 없이 통분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7년 일반분양분을 모두 임대사업자에게 넘기로 했다. 현재 이 단지는 공사 중으로 준공하면 임대사업자가 인수해 민간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신반포3차 등이 통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받으면 임대사업자 통매각을 할 수 없다. 정부는 10월 말 관련 법령 개정이 되는 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지정할 분위기다. 통매각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임대사업자 통매각을 반영해 조합정관부터 조합 설립, 사업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다시 밟아야 한다. 관악구 강남아파트도 통매각 대상자를 찾은 뒤 사업절차를 다시 진행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주전이 과열되고 상한제를 피하려는 시도들이 나오면서 이를 막으려는 정부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월 18일 마감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은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업계도 놀란 파격적인 조건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남3구역이 주목받는 것은 덩치가 워낙 크고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38만여㎡에 이르는 한남3구역은 뒤로 남산, 앞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다. 주변에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최고급 주거단지가 형성되고 있다. 용산민족공원 조성,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재개발 규모는 197개동 5816가구다. 강북 최대다. 예정 공사비가 3.3㎡당 595만원인 1조9000억원이고 총사업비가 7조원에 달한다.
한남뉴타운 첫 사업장… 후속 수주전에서 유리
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들이 화려한 조감도를 만들었다. 조합이 만든 설계에 없는 내용을 보탰다. 대안설계나 혁신 설계라는 명목이다. 국토부가 2017년 말 시공사 입찰 때 설계 관련 규정을 만들었고 서울시가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사업 승인 받은 설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설계의 허용 범위를 경미한 변경으로 간주하는 10% 이내로 못 박았다. 건설사들은 10% 이내 변경을 대안설계로, 10% 범위를 초과하는 설계안을 혁신설계로 제시했다.
업체들은 혁신설계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이어서 법 위반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조합과 협의해 설계 변경 등 적법한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혁신설계대로 짓는 데 상당한 금액이 업체 부담으로 들어가는 만큼 이는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체는 혁신설계 비용을 700억원대로 잡고 있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700억원대의 재산상 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업체들의 ‘무상제공품목’도 마찬가지다. 업체에 따라 금액이 1500억~2000억원가량 제시됐다. 말 그대로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주비·사업비 무이자 대여, 추가분담금 납부 시기 연장 등도 재산상의 이익 제공으로 볼 수 있다.
한남3구역에서 이주비 무이자 조건은 없지만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이주비 80% 무이자’를 제시했다. 이주비로 기존 주택 감정평가금액의 80%(LTV, 담보인정비율)를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뜻이다. 무이자 조건은 이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주비 무이자는 명백한 위법이다. 원래 이주비는 지난해 9·13대책에서 대출 억제를 위해 LTV 40%로 제한됐다. 다만 재개발은 영세한 주민이 많다며 건설사에서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다만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가능하다. 업체들이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사업비 한도가 1조~1조5000억원이다. 조합에 수백억원의 이자를 대주는 셈이다.
한남3구역 입찰에서 GS건설의 분양가 보장도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조합원 분양가다. GS건설은 조합원 분양가로 3.3㎡당 3500만원 이하를 제시했다. 금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만큼 재산상 이익을 주겠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 불법은 국민에게 악영향이 큰 생활적폐”라며 “법 위반이 있는지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내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법이 아니더라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입찰에 제시한 ‘임대 0’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추진하는 일반분양분 임대사업자 통매각이다.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입찰에 ‘임대 없는 아파트’를 제안했다.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처분하는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자격 제한이 없고 임대기간 8년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면 일반아파트가 된다.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2018년 8월 국토부는 ‘재개발임대주택을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지’를 물은 민원 질의에 “조합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구청장에 신고한 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재개발 임대는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 성격이 짙어 서울시는 매입해 이를 해당 구역 세입자, 저소득가구 대학생, 도시계획 철거민 등에게 주거안정 목적으로 임대한다.
서울시에서 매입하게 법에 명시돼 있는 재건축 임대와 달리 관련 법령은 재개발 임대에 대해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서울시장이 매입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림산업은 이 여섯 글자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장에게 매입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민간에 매각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조합과 송파구 잠실동 진주 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 통매각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찾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이나 이 가격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임대사업자에게 팔 때 가격 제한이 없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일반분양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청약 제한 없이 통분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7년 일반분양분을 모두 임대사업자에게 넘기로 했다. 현재 이 단지는 공사 중으로 준공하면 임대사업자가 인수해 민간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신반포3차 등이 통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받으면 임대사업자 통매각을 할 수 없다. 정부는 10월 말 관련 법령 개정이 되는 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지정할 분위기다.
정부 규제 더 강화될 수도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최대 9.2조원 보조금 확정
2종로학원 “서울대 의예 294점·경영 285점…눈치작전 불가피”
3의대생 단체 "내년에도 대정부 투쟁"…3월 복학 여부 불투명
4‘5만 전자’ 탈출할까…삼성전자, 10조원 자사주 매입
5하나은행도 비대면 대출 ‘셧다운’…“연말 가계대출 관리”
6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7미래에셋증권, ‘아직도 시리즈’ 숏츠 출시…“연금 투자 고정관념 타파”
8대출규제 영향에…10월 전국 집값 상승폭 축소
9“하루 한 팩으로 끝”...농심, 여성 맞춤형 멀티비타민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