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화랑에 들어간 남성이 살바도르 달리의 에칭화 들고 나가 살바도르 달리(왼쪽 사진)와 샌프란시스코 데니스 레이 화랑에서 도난당한 그의 에칭화 ‘불타는 기린’. / 사진:AP/YONHAP, COURTESY OF ABC NEWS한 뻔뻔한 도둑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화랑에 걸어 들어갔다가 곧바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들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범인이 그림을 훔치는 데는 정확히 32초가 걸렸다. 20세기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달리가 대담한 작품으로 유명하듯이 이 도둑의 행동 역시 대담했다.
감시 카메라에 범행 ‘순간’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푸른색 티셔츠와 모자 차림의 남자가 데니스 레이 화랑에 걸어 들어갔다가 달리의 에칭화 ‘불타는 기린’을 들고 그냥 걸어나갔다.
액자에 들어 있던 ‘불타는 기린’은 1967년께 제작됐고 크기가 50.8㎝x66.04㎝로 약 2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 화랑이 소유한 달리 작품 30점 컬렉션 중 하나였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 부근에 위치한 이 화랑의 앤젤라 켈릿 관장은 ABC 방송 제휴사인 KGO-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0월 13일 도둑이 직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뒤 이젤에 얹혀 있던 그 그림을 들고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적이라면 그 작품은 자물쇠와 케이블로 고정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범인이 범행 전에 방문해서 케이블을 절단해 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화랑의 CCTV는 범행 당시 작동하지 않았으며, 확보된 감시 카메라 영상은 옆 가게 카메라에 찍힌 것이었다.
켈릿 관장은 “그 작품은 우리 화랑의 간판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화랑에서는 살바도르 달리 특별전이 열린다. 그런데 그 남자가 그 작품을 그냥 들고 가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었다.” 또 그녀는 “에칭화 시기 전체에서 상당히 중요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아주 유명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피카소의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는 자신보다 나이가 스물세 살 많은 선배 화가였던 피카소를 존경해 평생 동안 그에게 수십 차례 편지를 쓴 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작품이 그토록 유명하다는 사실이 도둑에겐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베이에서 쉽게 판매될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범인이 이베이 등을 통해 그림 입찰에 나설 수도 있지만 괜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훔친 작품을 그냥 자기 거실에 걸어놓고 감탄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켈릿 관장도 “사람들이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범인은 은밀하게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달리 정말 대담한 그림 도둑도 있었다. 지난 1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트레트야코프 화랑에서 한 남자가 수십 명의 관람객이 보는 앞에서 벽에 걸려 있는 18만1000달러짜리 그림을 떼어내 팔에 끼고 걸어나갔다. 19세기 러시아 풍경화가 아르히프 쿠인지의 풍경화 ‘아이 페트리, 크리미아’였다. 러시아 경찰은 곧 그를 체포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범인이 훔친 그림은 건설 현장 부근에서 다행히 손상되지 않은 채로 발견됐다.
- 브렌던 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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