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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39) 유영준 계백집 대표] “외식인이 바라는 프랜차이즈로 발돋움”

[이필재가 만난 사람(39) 유영준 계백집 대표] “외식인이 바라는 프랜차이즈로 발돋움”

‘청년키움식당’ 대상 탄 유학파 셰프… “셰프는 초등학교 시절의 꿈”
사진:신인섭 기자
“외식업 투자가가 아니라 외식인들이 하고 싶어 하는 식당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기 가게를 열고 싶어 하는 요리사들로 20개의 직영점을 차린 후 제대로 가맹점 체제를 갖추는 꿈을 꿔요.”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2018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청년키움식당’ 대상을 탄 유영준 계백집 대표는 “분위기는 자유롭고 구성원들에게는 지분 참여 등으로 제대로 보상해주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 잘하는 직원들이 독립해 자기 식당을 차리도록 도우려 합니다. 잘하는 사람들은 잡아봤자 결국 떠나더라고요. 자기 매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그럴 때 위생에도 스스로 신경을 쓰게 되죠.” 그는 “직원들에게 언제든 일이 재미 없어지면 붙잡지 않을 테니 얘기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직원이 장차 독립해 식당 차리도록 도와
계백집은 닭요리 전문점이다. 백은 ‘온갖’이란 뜻의 일백 백(百)자를 쓴다. 온갖 닭요리로 승부하는 닭요리 전문 외식 브랜드를 지향한다. 계백집은 지난해 추석 무렵 오픈한 1호점 한성대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중동점 및 신촌점, 수유점 등 수도권에서 네 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이 법인 아닌 개인에게 입점 기회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네 곳 중 두 매장은 가맹점이지만 직영점 같은 가맹점이라고 유 대표는 말했다. “좋은 프랜차이즈 식당의 첫 번째 조건이 탄탄한 직영점입니다. 직영점이 수익이 나고 탄탄해야 가맹점도 상생할 수 있어요. 탄탄한 직영점은 프랜차이즈 지속가능성의 조건이죠. 음식의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은 기본이 잡혀 50% 남짓으로 줄었어요. 장차 가맹점에 대해 직영점처럼 관리하고, 식재료와 인테리어로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가맹점들에 투명하게 오픈하려고 해요.” 유 대표는 “앞으로 2년 안에 현대백화점 10곳 이상에 매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국내 유수의 L백화점에는 입점을 앞두고 있다.



외식 브랜드로서 계백집의 정체성이 뭔가요?


“운영 매뉴얼과 메뉴의 틀을 확고하게 잡아놓고 있지 않습니다. 상권별·매장별로 동네 분위기에 맞게 콘셉트를 잡아요. 매장마다 콘셉트, 메뉴와 매장 분위기가 다른 셈이죠. 예를 들어 현대백화점 매장엔 닭볶음탕을 변형시킨 닭고기 샤브샤브가 있어요.”

한성대점은 다른 매장과 영업시간도 다르다. 오후 5시에 열고 새벽 2시에 닫는다. 손님이 있을 때까지 열어 새벽 4시에 문을 닫기도 한다.



프랜차이즈의 일반적인 개념과는 상충하는 정책이군요.


“각 매장에서 맛보는 재미에 치중했습니다. 특정 메뉴가 먹고 싶으면 해당 매장을 찾으면 되죠. 사실 이런 정책이 계속 유효할지 신경이 쓰이기는 합니다.”



그런 프랜차이즈의 모델이 있나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가본 햄버거를 파는 펍이 그랬습니다. 정찬을 즐기는 식당 같은 집도 있고 완전 술집 같은 식당도 있었죠.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느낌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를 했어요.”

그는 손님들이 찾는다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멋대로 메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서른셋인 유 대표는 유학파 셰프다. 서정대 호텔조리학과를 마친 후 외식 업계서 일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조리 분야 명문 존슨앤웨일즈대 요리학과를 졸업했다. 요리와 더불어 외식업 매장 운영, 회계 등을 공부했다. 스물여덟에 “유학을 가지 않으면 나중에 너무 후회하게 될 거 같았다”고 귀띔했다. 셰프의 꿈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꿨다. 2학년 때 꿈이 뭐냐는 아버지의 질문을 받고 요리사라고 답했다. 요리사 하면 중국집 주방장을 떠올리던 때였다. 의사로서 병원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그의 대답을 듣고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고 한다.

유 대표는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전문 업체 ㈜씨알트리가 주관하는 식당 창업 무료 체험 프로젝트 ‘청년키움식당 은평점 위너셰프’가 배출한 외식 기업인이다. 한식·양식·일식·분식 등 5개의 코너가 주방을 공유하고 푸드 코트처럼 공존한다. 위너셰프 시절 계백집 매출은 나머지 네 코너와 맞먹었다고 한다. 위너셰프의 다른 점포 출신 셰프 셋이 그 후 계백집에 합류했다. 위너셰프는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보다 반년 앞서 식당 살리기에 나섰다. 유지상 씨알트리 대표는 “유영준 대표에 대해 ‘제2의 백종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사업계획서가 거의 완벽해 메뉴 수를 줄이고 위너셰프의 콘셉트에 맞도록 가격 등을 손보라는 조언만 했습니다.”



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백반집이든 국밥집이든 객단가가 7000~8000원인 일반적인 한식당에서 석달간 일을 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빠른 삶을 과연 즐길 수 있는지 직접 느껴봐야 해요. 다음으로 1년치 스케줄이 주단위로 짜져 있어야 합니다. 계절 이벤트, 배달 팁 할인 이벤트 같은 거죠. 셋째 매출이 잘 안 나오더라도 직원들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어려울 땐 기본으로 돌아가야 돼요. 마지막으로 공유 주방 같은 인큐베이팅 인프라를 잘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계백집 창업 준비 당시 투자를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브랜드 및 메뉴 개발자 3년차로서 이직을 고려할 때 그에게 접근해 개발만 맡으라고 부추겼다. 8개월간 착실히 준비했지만 투자자가 투자를 망설였다. 그로서는 퇴직금까지 다 털어 넣었는데 정작 투자자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체중이 30㎏ 늘었다. 투자자에게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계백집 사업을 접기로 마음먹고 다른 한식 프랜차이즈 본사 재취업이 확정됐을 때 위너셰프와 연결이 됐다.



투자자와 결별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뭔가요?


“투자자에게서 통장을 넘겨받고 나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가 판돈을 안 걸었는데 제 판돈을 올인한 셈이죠.”



계백집은 가성비 높은 식당은 아닌 거 같습니다.


“먹을 만한 음식을 내놓으려면 정가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7%는 돼야 합니다. 프랜차이즈 식당 치고는 상당히 큰 비중이죠.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오래가려면 먹을 만한 음식을 팔아야 합니다.”

계백집은 서비스 전용 메뉴가 있다. 4인 이상 매출 3만원 이상 고객, 술 손님에게 제공된다.



해외파인데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나요?


“너무 하고 싶죠. 미국의 많은 한식당 음식이 부실하고 비싸요. 투자를 받아 제대로 된 한식당을 해 보고 싶어요.”



한식이 경쟁력은 있나요?


“경쟁력은 있지만, 미국의 중식이 미국화했듯이 현지화해야 합니다.”



정부에 바라는 건 뭔가요?


“청년키움식당이라는 인큐베이터를 떠난 후 사후관리가 안 됩니다. 힘들어 하는 외식 기업인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밀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책 당국도 외식업 실무 경험이 있는 수퍼바이저를 두고 공유 주방에서 벗어난 식당을 케어해야 합니다. 애프터 서비스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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