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펫테크 시장은 지금] ICT 시장의 떠오르는 블루오션
[해외 펫테크 시장은 지금] ICT 시장의 떠오르는 블루오션
미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만 90조원… 펫스타트업에 투자 줄 이어 반려동물 문화가 일찌감치 보편화한 선진국에서 펫테크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히며 주목 받고 있다. 일단 전통적인 반려동물 산업은 규모 면에서 다른 산업과 견줘 규모가 작지 않다. 미국 반려동물 산업 협회(APPA, American Pet Products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가정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은 개와 고양이, 말, 조류 등을 포함해 136만 마리가 넘는다. 미국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2018년 기준 726억 달러(약 87조원)였다. 2019년에는 754억 달러(약 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앞으로도 매년 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덕분에 올해 6월 1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반려동물 관련 용품 e커머스 업체 츄이(Chewy)는 상장 당일 시가총액 13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뉴욕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6번째로 큰 규모다.
반려동물 시장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츄이는 2011년 설립됐다. 당시 매출액은 200만 달러(약 2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5억 달러(약 4조2000억원)로 늘었다. 2018년 기준 유효 고객수는 1058만 명, 판매 중인 제품수는 4만5000개를 넘어섰으며 미국 내에 7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에는 아마존을 그대로 갖다 놓은 듯한 서비스가 주효했다. 츄이는 2017년 오프라인 반려동물 용품 판매 시장의 강자 펫스마트에 33억5000만 달러(약 4조원)에 팔렸다. 이어 2018년에는 아마존 프레쉬를 책임졌던 슈미트 싱이 CEO로 부임했다. 새로운 선장 아래서 츄이는 익일배송 서비스에 나섰고 사료와 배변패드 등 소모성 상품들은 구독 서비스(Autoship subscription program)를 제공한다. 덕문에 츄이는 반려동물 관련 e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과 함께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대한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펫테크 분야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반려동물의 62%가량을 젊은 세대가 키우고 있다. 은퇴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32% 수준이다. 젊은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많다는 점은 새로운 서비스 이용에 심리적 저항감이 작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 반려동물 용품을 구입하고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던 수요가 펫테크 서비스로 넘어갈 것이란 이야기다. 슈미트 싱 츄이 CEO는 “츄이 매출 가운데 14%가 e커머스를 통한 매출이었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 2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펫테크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반려동물 산업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우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감을 높이는 서비스가 주목 받는다. 미국 스타트업인 클레버펫(CleverPet)은 반려동물을 위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펫큐브(Petcube)는 양방향 스피커와 카메라, 스마트폰을 통해 집 밖에서도 반려동물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먹이를 줄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려동물들의 질병 관리에 방점을 찍은 펫테크 업체도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통해 인간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방식이다. 스페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마트 펫 기술 스타트업 딘비트(Dinbeat)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질병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다가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알려준다. 영국 스타트업인 펠카나(Felcana)는 반려동물의 행동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보관한다. 또 반려동물의 질병 이력을 수의사에게 공유하도록 할 수 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 IT 업체들의 관심도 크다. 일본 ‘후지쯔(Fujitsu)’는 목걸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수집한 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 큰 관심과 달리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 가운데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없다. 대신 반려동물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향후 인간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의 헬스케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발전 측면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분야다. 이런 까닭에 미국 투자 업계에서는 펫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의 상황에 맞춰 펫 시터(반려동물 보모)를 제공하는 ‘온 디맨드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필요한 기간과 조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업계에서 주목하는 시장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국내보다 먼저 1인 가구 시대가 열리면서 과거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펫 시터를 찾는 수요가 급속히 늘었다. 이 분야에서 강자는 로버(Rover)다. 2012년 설립된 로버는 여행이나 출장 등의 사유로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하는 이용자들에게 펫 시터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펫시터를 원하는 사람은 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어 등록하고 펫시터를 원하는 사람은 해당 정보를 보고 펫시터를 고용하는 형태다. 로버는 2017년 경쟁 업체인 독 베케이(Dog Vacay)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인수 전인 2016년 두 회사의 펫 시터 중계 금액은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원)였다. 김수경 삼정KPM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한 기업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다”며 “펫비즈니스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빠른 성장이 진행 중인 시장인 만큼 성장통도 나타난다. 로버와 함께 주목 받았던 웩(Wag!)은 새주인을 찾고 있다. 로버와 비슷한 서비스로 무장한 웩은 2015년 설립 이후 머라이어 캐리와 올리비아 문 등 유명 연예인 겸 투자자들의 지원 속에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자체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기준 웩의 시장점유율은 23%였으며 미국 내 100여 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덕분에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억 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장 지배자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할 당시 웩의 기업가치는 6억 달러(약7000억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 후 1년 반가량의 시간 동안 해고와 경영진 교체가 이어졌고 일부 고객서비스 센터는 문을 닫았다. 웩의 시장점유율은 이제 16%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려동물 시장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츄이는 2011년 설립됐다. 당시 매출액은 200만 달러(약 24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5억 달러(약 4조2000억원)로 늘었다. 2018년 기준 유효 고객수는 1058만 명, 판매 중인 제품수는 4만5000개를 넘어섰으며 미국 내에 7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에는 아마존을 그대로 갖다 놓은 듯한 서비스가 주효했다. 츄이는 2017년 오프라인 반려동물 용품 판매 시장의 강자 펫스마트에 33억5000만 달러(약 4조원)에 팔렸다. 이어 2018년에는 아마존 프레쉬를 책임졌던 슈미트 싱이 CEO로 부임했다. 새로운 선장 아래서 츄이는 익일배송 서비스에 나섰고 사료와 배변패드 등 소모성 상품들은 구독 서비스(Autoship subscription program)를 제공한다. 덕문에 츄이는 반려동물 관련 e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과 함께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반려동물 시장은 펫테크로 이동 중
펫테크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반려동물 산업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우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인간과 반려동물의 유대감을 높이는 서비스가 주목 받는다. 미국 스타트업인 클레버펫(CleverPet)은 반려동물을 위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펫큐브(Petcube)는 양방향 스피커와 카메라, 스마트폰을 통해 집 밖에서도 반려동물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먹이를 줄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려동물들의 질병 관리에 방점을 찍은 펫테크 업체도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통해 인간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방식이다. 스페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마트 펫 기술 스타트업 딘비트(Dinbeat)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질병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다가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알려준다. 영국 스타트업인 펠카나(Felcana)는 반려동물의 행동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보관한다. 또 반려동물의 질병 이력을 수의사에게 공유하도록 할 수 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 IT 업체들의 관심도 크다. 일본 ‘후지쯔(Fujitsu)’는 목걸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수집한 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 큰 관심과 달리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 가운데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없다. 대신 반려동물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향후 인간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의 헬스케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발전 측면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분야다. 이런 까닭에 미국 투자 업계에서는 펫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의 상황에 맞춰 펫 시터(반려동물 보모)를 제공하는 ‘온 디맨드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필요한 기간과 조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업계에서 주목하는 시장이다.
빠른 성장에 일부 업체는 성장통
빠른 성장이 진행 중인 시장인 만큼 성장통도 나타난다. 로버와 함께 주목 받았던 웩(Wag!)은 새주인을 찾고 있다. 로버와 비슷한 서비스로 무장한 웩은 2015년 설립 이후 머라이어 캐리와 올리비아 문 등 유명 연예인 겸 투자자들의 지원 속에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자체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기준 웩의 시장점유율은 23%였으며 미국 내 100여 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덕분에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억 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장 지배자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할 당시 웩의 기업가치는 6억 달러(약7000억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 후 1년 반가량의 시간 동안 해고와 경영진 교체가 이어졌고 일부 고객서비스 센터는 문을 닫았다. 웩의 시장점유율은 이제 16%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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