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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의 소유권 인정될 수 있을까

밈의 소유권 인정될 수 있을까

폭스 영화사, 리얼리티·코미디·게임 프로그램에 사용할 목적으로 ‘오케이 부머’ 상표 출원해미국에서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폄하하는 유행어 ‘오케이 부머’를 폭스 서치라이트 영화사가 상표 출원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상표 전문 변호사 조시 거벤은 그런 사실을 트위터에서 밝히며 리얼리티나 코미디, 게임 프로그램에서 그 표현을 사용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케이 부머’는 지난 몇 달 사이에 인기가 크게 올랐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어떤 문제를 남겼는지를 둘러싸고 세대 갈등이 불거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폭스가 특히 제작에 시간과 예산이 상당히 적게 드는 프로그램에서 이 추세를 이용하려는 이유는 뻔하다.

대기업이 인기 밈(meme, 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생각이나 스타일, 행동 따위)으로 이익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아울러 그런 움직임은 인터넷 시대의 지적재산 소유권을 둘러싼 윤리와 관련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폭스는 ‘오케이 부머’라는 표현을 직접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그 표현을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미국의 연방 상표법에 따르면 제품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며 법적으로 보호 가능한 문자 표시나 단어 혼합을 상표로 출원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예가 애플 컴퓨터다. ‘애플’은 사과를 가리키는 일반 용어이기 때문에 과수 농가가 그 단어를 상표로 출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컴퓨터와 전자제품을 가리키는 표현으로는 ‘애플’이 일반 용어가 아니어서 연방 정부는 그 분야에서 ‘애플’을 상표권으로 인정했다.

2014년 울트라 프로 인터내셔널은 개 품종 시바 이누를 의미하는 인터넷 신조어 ‘도지(Doge)’를 상표 출원했다. ‘도지’ 밈은 카부소라는 이름의 암컷 시바 이누가 짓궂은 표정을 짓는 사진에서 비롯됐다. 곧 인기가 높아지면서 암호화폐(도지코인)와 자동자경주대회 나스카의 차량 광고랩에까지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 상표 출원을 둘러싸고 비난이 일자 울트라 프로는 카드 슬리브, 박스, 액세서리 같은 특정 상품과 관련해서만 그 상표를 사용할 것이며 그런 상품과 경쟁하지 않는 다른 회사의 제품에 그 단어나 개의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출원이 받아들여져 ‘도지’는 상표로 등록됐고 울트라 프로는 지금도 ‘도지’ 제품을 판매한다.

밈의 상표 등록을 가로막는 흔한 장벽은 저작권과 관련 있다. 미국에선 작품 제작자는 뭔가를 만드는 즉시 자동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다른 사람이 그 작품을 복제하거나 그 작품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을 법적인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다. 울트라 프로의 경우 그들은 시바 이누의 사진작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개의 사진 사용에 재정적으로 보상한다.

그러나 ‘오케이 부머’는 관련된 저작권이 없다. 이 표현의 기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2015년 이미지 보드 웹사이트 4Chan의 포스트가 시조라는 설도 있지만 올해 1월 들어 갑자기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특허청은 상표 출원을 심사할 때 이전의 사용 사례와 일반적인 사용 사례를 전부 고려한다. 일반적인 사용 범주에 들어간다면 소송을 통해 상표 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다. ‘아스피린’ ‘드라이 아이스’ ‘서모스(thermos, 보온병)’ 등이 그 예다. 그 단어는 현재 일반적인 용어로서 상표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폭스의 ‘오케이 부머’ 상표 출원은 전례에 비춰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을 붙인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까지 그 밈이 계속 인기를 끌지는 두고 볼 일이다.

- K. 토르 옌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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