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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47)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안마의자는 건강 체크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이필재가 만난 사람(47)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 “안마의자는 건강 체크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글로벌 안마의자 시장 1위… IT ·반도체 이후 수출산업으로 헬스케어 키워야
사진:김현동 기자
“바디프랜드의 비전은 헬스케어 로봇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안마의자에 앉으면 보통 30분가량 몸을 맡기고 마사지를 받아요. 센서를 부착해 몸 상태를 충분히 모니터링할 절호의 기회죠. 건강 이상 유무를 체크해 가벼운 건강상 문제는 마사지로 해결하고, 심각한 문제는 진단해 줄 수 있습니다.”

안마의자 시장 글로벌 1위 바디프랜드의 박상현 대표는 “안마의자가 장차 헬스케어의 플랫폼 기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 체크, 진단 및 치료를 원스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마의자를 집에 들여놓으면 앞으로 의료기관과 연계해 조기 진단, 원격 진료도 가능해 집니다. 이 플랫폼이 몸에 맞는 음식과 건강식품을 추천하고 최적화된 운동법을 추천해 줄 수도 있어요. 물론 법제의 뒷받침 등 그 전에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죠.”

2007년 설립된 바디프랜드는 이후 몇 가지 독보적인 기록을 세우며 우리나라 안마의자 역사를 써가고 있다. 우선 기존 안마의자와 디자인 및 색상을 차별화했다. 하루 중 이용하지 않는 근 23시간 동안 거실이나 안방 한쪽을 덩그러니 차지하고 있는 안마의자에 독자적인 디자인과 색을 입힌 것이다. 수백만 원짜리 제품을 월 5만원 정도에 렌탈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바디프랜드 측은 마사지샵 1회 이용료 5만원으로 온 가족이 매일 집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렌탈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개발에 힘써 브레인 마사지 등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다. 매장은 고급 가정집을 떠올리게 하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바꿨고, 철저히 교육 받은 직원을 상근시켰다.

“소비자의 만족감을 극대화함으로써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했어요. 우리 회사의 미션이 ‘인류의 건강수명을 10년 연장하자’입니다. 이런 미션에 따라 안마의자에 이어 침대와 정수기 사업을 시작했죠.”

안마의자 제조·공급의 주체였던 바디프랜드 업의 본질을 건강수명 연장으로 재정의한 셈이다. 침대(라클라우드), 정수기(W정수기) 사업은 각각 연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수기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100% 국내서 제조하고, 천연 라텍스로 만드는 침대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생산한다. 이탈리아의 천연 라텍스가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에 지분 투자도 진행했다.
 1300명 전원 정규직에 R&D만 200명 넘어
사진:김현동 기자
바디프랜드의 구성원은 1300명 선이다. 전원 정규직이다. 이 가운데 200여 명이 연구개발(R&D)에 종사한다. 메디컬 R&D센터엔 일곱 명의 전문의가 있는데, 정신과 전문의도 있다. 브레인 마사지, 멘탈 마사지, 수면 마사지 등의 기능을 개발한 주역들이다. 멘탈 마사지 기능이 탑재된 안마의자에 앉아 마사지를 받으면 스피커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신과 전문의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바디프랜드 측은 50대 중년 여성이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았다가 멘탈 마사지를 10분 받고서 눈물 흘린 사연을 소개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세에 시달리던 이 고객은 멘탈 마사지를 받은 후 힐링이 돼 이 기능이 탑재된 최고가의 모델을 구입했다고 한다.

기술연구소, 디자인연구소도 있다. 기술·디자인 부문에서 지금까지 75회 상을 받았다. 이 회사엔 강력계 형사 출신 직원도 근무한다. 렌탈 제품을 설치 받은 후 팔아서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 처리’ 악성 고객을 상대하는 게 임무다.



바디프랜드 구성원만의 DNA 같은 게 있다면 뭔가요?


“차별화하겠다는 마인드입니다. 남다른 도전을 통해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더 좋게, 평범하지 않게 만들려 합니다.”



마사지를 받으면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마사지가 몸 건강에 좋다는 의학계의 연구 결과는 수천 건에 이릅니다. 마사지를 받으면 혈압과 혈당이 떨어지고 잠도 잘 자게 되죠.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에게 좋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사이트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죠. 우리 회사가 개발한 브레인 마사지를 받으면 젊은 사람은 인지능력 즉 기억력이 좋아지고, 나이든 사람은 치매 경감 내지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다룬 논문을 우리 회사 연구원이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학술지에 실었습니다. 멘탈 마사지는 여기에 뇌 건강 증진 내지는 정신적 힐링을 접목시킨 것이고요.”

바디프랜드 측은 명상 마사지, 이명(귀울림) 완화 마사지, 혈압을 측정해 관리할 수 있는 혈압 측정 마사지, 전립선 강화 마사지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치매 증상을 완화 내지 예방하는 안마의자 제품을 개발해 삼성의료원과 임상시험 중인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바디프랜드에 전문의 일곱 명이 근무하는 메디컬 R&D센터가 있지만 홈쇼핑이나 광고를 할 때 이 부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로 하여금 안마의자를 의료기기로 오인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것이 근거다. “일반 음식과 약 사이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합니다. 반면 기기는 의료기기와 일반 기기밖에 없어요. 안마의자는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고 임상시험을 거쳤어도 법제상 일반 기기로 분류돼 홍보나 광고에 제약이 있습니다. 일종의 규제죠.”

건강기능식품처럼, 안마의자를 일반 기기와 분리해 가칭 건강기능기기 식으로 따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질병 치료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별도의 제품 카테고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디프랜드는 거북목으로 인한 통증을 치료해 주는 신제품 안마의자를 아예 식약처 허가를 받아 4월 중 의료기기로 출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손으로 하는 마사지와 비교해 안마의자 마사지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정밀도는 손안마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몇 년 안에 손 마사지보다 더 정밀하고 마사지 감이 뛰어나 안마의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마의자 산업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능력이 역전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수 년 안에 닥친다는 전망이다.

바디프랜드의 2018년 매출액은 4469억원이다. 2014년 매출액 1438억원에서 4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순익 역시 185억원에서 601억원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아직 확정 전인데 목표치는 5000억원이었다.

바디프랜드는 2014년 연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특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변리사를 채용했다. 얼마 후 일본 안마의자 업체 이나다 훼미리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바디프랜드를 제소했다. 소장 검토를 마친 변리사는 “특허를 침해한 게 맞고 해당 특허가 중요 기술인 만큼 회사의 장래가 암울하다”며 퇴사했다. 바디프랜드는 그러나 백방으로 뛰어 이나다 훼미리의 관련 특허를 국내에서 무효화시켰다. 사실상 가짜 특허임을 입증한 것이다. 그 후 변리사를 두 명 채용했다. 특허 등 바디프랜드의 지적재산권은 현재 358건에 달한다.

시장조사 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2017년 기준 안마의자 글로벌 시장 판매량·매출액 순위 1위이다. 2위는 일본의 파나소닉, 3위가 이나다 훼미리이다. 바디프랜드는 미국 LA, 중국 상하이에서 각각 세 곳의 직영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바디프랜드가 안마의자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일본은 전 가구의 20%가 안마의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 국내 가구의 안마의자 사용률은 6% 수준이다. 그는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거로 내다봤다. 파나소닉의 주력 제품은 800만~1000만원 대로 평균 가격 400만원 선인 바디프랜드 제품보다 고가이다.

“일본 메이저 회사들은 업력이 모두 50년 이상씩 돼요. 우리 회사는 설립된 지 13년 됐지만 2위인 파나소닉보다 판매량은 물론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일본 브랜드들이 왜 바디프랜드에 밀렸나요?


“일본 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직접 개척하지 않았습니다. 해외 거래처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기만 했죠. 반면 우리 회사는 나라마다 직원이 나가 현지인을 채용해 판매·마케팅·배송·설치에 사후 관리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합니다. 유럽시장은 우리나라 가전사들이 애프터서비스를 잘한다는 이미지를 이미 심어놨어요. 우리도 직접 서비스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축적중이죠.”



안마의자 시장을 창출한 일본엔 진출 안 하나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을 제압한 후 마지막에 진출할 겁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왜 바디프랜드는 안 들어오느냐고 할 때 들어가려고요.”

바디프랜드 측은 국내 다른 업체의 안마의자들은 사실상 바디프랜드의 미투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안마의자 제조 공장에서 납품 받아 상표만 붙이는 식의 ‘박스 갈이’ 업체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장차 안마의자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국내 후발업체들에 공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공급망을 구축하면 해외 업체들이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디프랜드는 대주주가 사모펀드이다. 2015년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에 인수됐다. 창업주인 조경희 회장은 물러났지만 맏사위인 강웅철 영업총괄본부장 등 조 전 회장의 네 사위가 재직 중이다. 2018년엔 임원의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바디프랜드 측은 비리를 저질러 징계 해임된 임원이 가짜 내부 고발자 행세를 해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급성장 과정에서 성장 드라이브가 걸리며 상명하달식 조직문화가 빚은 내부 갈등도 일부 있었다고 밝혔다.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것이다. 지난해엔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박 대표는 “좋은 취지의 정책도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집행하면 막대한 비용을 치른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IPO는 재추진하는 건가요?


“대주주가 결정할 사항입니다. 재추진 가능성을 배제하는 건 아니에요. 지난해 미승인 때 지적 받은 문제들은 꾸준히 개선 중입니다.”



사모펀드는 머니 게임에 능합니다.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높은 대로,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지분을 매각하려 들 텐데요?


“인수될 당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회사의 방향성, 구성원과 R&D 이 두 가지에 투자한다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지분 매각은 인수 5년 이후에 해 달라고 했는데 5년 됐으니 이 약속도 지킨 셈이죠.”

박 대표는 올해 마흔다섯이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바디프랜드에 몸 담기 전 회계법인에서 일했다. 조 전 회장과 친분이 있어 외부에서 경영 조언을 하다 2011년 재무이사로 합류해 VIG파트너스에 인수될 당시 대표가 됐다. 그는 매일 6시에 나와 회사 근처 양재천에서 아침운동을 한 후 출근해 팀장들과 조찬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메뉴는 김밥과 계란 프라이다.



람보르기니, 코닉세그와의 제휴는 실익이 있나요?


“글로벌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하이엔드 브랜드로서의 바디프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길이자 두 회사와의 협업 그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죠. 우선 람보르기니 안마의자는 파리 매장에서 약 4000만원에 팔리는데 가격 저항이 없습니다. 파리는 일반 제품보다 람보르기니가 판매 비중이 도리어 더 커요.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가 슈퍼카라면 코닉세그는 대당 수십 억원 하는 스웨덴의 하이퍼카에요. 해가 갈수록 감가상각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가치가 올라가는 차예요. 사람들이 왜 이 차를 사려 하는지, 디자인, 디테일, 브랜드 스토리는 어떻고 고객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배울 겸 우리 회사가 국내 총판을 맡았습니다. 그럼 람보르기니 쪽과 달리, 우리 회사가 로열티는 물론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어요.”
 람보르기니와 제휴는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


슈퍼카 회사와의 협업은 리스크도 있지 않나요?


“가성비가 더 높은 람보르기니를 연내 출시하려 준비 중입니다. 남이 하지 않는 시도를 할 땐 사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요. 디자인 아이덴티티 등 자동차라는 이종 업계에서 배울 점도 많습니다. 자동차는 사용가치 못지않게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이죠.”



고가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중저가 제품 개발은 어떤가요?


“100만원대 제품을 이미 출시했고, 지금 열심히 가격은 낮고 기능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 중이에요. 초창기엔 안마의자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세상에 없던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강한 김치냉장고와 냉장고, TV도 과거엔 없던 시장이죠.”
 의사들이여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라
바디프랜드는 침대·정수기에 이어 헬스케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우선 전기로 근육을 자극해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EMS(Electronic Muscle Stimulation) 슈트를 개발 중이다. 이 슈트를 착용한 후 운동을 하면 몇 배의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가 참여해 갈바닉(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성질이 있는 전류로 화장품을 이온화해 피부에 침투시킴) 개념을 LED 마스크에 적용한 GLED 마스크도 출시했다. 코스메틱 브랜드는 백투더네이처이다.

박 대표는 “헬스케어가 IT, 반도체 이후 대한민국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헬스케어 산업에 들어와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 창출에 기여해야 돼요. 우수한 의사들이 이 분야에 들어와 한국인의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한편 헬스케어를 수출산업으로 키우는 데 이바지해야 합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기보다 헬스케어 업계에 뛰어드는 의사들이 나와야 돼요. 대한민국은 IT뿐 아니라 헬스케어의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습니다.”

안마의자 산업의 원조는 일본이지만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재정의한 안마의자의 원조는 바디프랜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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