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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시장 급성장, 공장 탐방] ‘새벽배송’이지만 새벽엔 일 안해요

[샐러드 시장 급성장, 공장 탐방] ‘새벽배송’이지만 새벽엔 일 안해요

이틀 전 수확, 하루 전 포장, 새벽 배송… 올해 샐러드 시장 1조원 돌파 예상
지난 3월 11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호안마켓 샐러드 공장에서 직원들이 내일 새벽에 포장할 샐러드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 사진:라예진 기자
샐러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신선편이 과일·채소 시장 규모는 2018년 8089억원에서 2019년 9364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1조1369억원 수준으로 성장해 처음으로 1조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샐러드 시장의 급성장은 우선 다이어트와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종전까지 샐러드가 밥과 곁들여 먹는 부식이었다면 이제는 밥 대신 먹는 주식 역할을 한다. 여기에 신선식품을 집 앞까지 배달하는 새벽배송 서비스가 늘면서 시장 확장세를 더했다. 샛별배송을 진행하는 마켓컬리의 서귀생 MD는 “샐러드는 항상 인기 검색어 순위 톱 3에 드는 인기 상품이다. 샛별배송 판매 주문을 오후 11시까지 받고 있는데, 샐러드는 마감시간보다 훨씬 전에 매진된다. 빠른 배송으로 신선한 샐러드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 식이조절로 다이어트를 하는 2030세대 소비자에게 인기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벽에 집 앞으로 배달되는 샐러드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새벽 배송으로 매일 샐러드 식품을 생산하는 ‘호안마켓’의 경기도 양평 공장을 지난 3월 11일에 찾았다.
 특성상 자동화율 낮아 일일이 사람 손길
오이 썰기 위해 기기에 넣는 모습. / 사진:라예진 기자
제품 생산 과정은 아침 6시부터 시작된다. 공장 인력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운영한다. 오전반은 아침 6시부터 12시까지, 오후반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일한다. 채 날이 밝지 않은 이른 아침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은 환복과 세척 과정을 거친 후 어제 미리 손질해둔 채소와 과일, 치즈, 베이컨 등의 재료를 계량에 맞춰 포장한다.

컨베이어 벨트에 빈 플라스틱 패키지가 지나가면 직원들이 미리 크기와 색상에 맞춰 정해둔 순서별로 원재료를 올려 담는다. 12시까지 패킹 작업을 마치면 상품은 서울에 위치한 냉동물류센터로 배송된다. 물류센터로 간 상품은 대기하고 있다가 당일 오후 11시까지 구매를 신청한 소비자에게 다음날 새벽 배송된다. 이틀 전에 수확하고 하루 전에 포장한 신선한 샐러드를 섭취하는 셈이다.

점심식사 후 오후 1시부터는 오후반이 내일 포장할 식품을 손질한다. 공장과 계약을 맺은 농가는 새벽에 작물을 수확해, 오후 1시까지 공장으로 배달한다. 공장 직원들은 원물상태 검사, 세척, 탈수, 커팅 작업을 진행한다.

전날 손질한 재료는 다음날 아침 6시부터 포장되고, 생산된 제품은 그날 저녁부터 배송이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 11일 아침 8시에 공장 직원들이 샐러드 제품을 포장하는 모습. / 사진:라예진 기자
작업 순서는 어떤 식품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작업이지만 원재료에 따라 사용하는 기기는 모두 달라진다. 양상추는 눈으로 원물 상태를 확인해, 썩은 부분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은 잘라낸 후 규격에 맞춰 자른다. 자른 원물을 세척기에 돌리고 탈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토마토나 사과와 같은 무게감 있는 식품은 원물 상태를 확인한 후 세척을 먼저 하고, 탈수한 후 커팅 작업이 진행된다. 조선호텔, 파크하얏트 등 호텔에서 셰프로 10년간 경력을 쌓은 박창수 호안마켓 대표는 “아침마다 수확해 배달하는 농작물은 그날의 날씨, 온도 등 외부적 요인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원물 상태 확인 작업을 가장 까다롭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세척에 소금물을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식품마다 사용하는 세척기기는 다르다. 무게가 적게 나가는 채소는 원물이 농도가 다른 소금물, 수돗물 등 4단계의 세척물로 자동으로 넘겨지는 기기가 사용된다. 무거운 과일 등은 바구니 통째로 움직여서 소금물 세척을 거치는 기기가 활용된다. 박 대표는 “면을 삶는 기기를 변형해 4번 세척할 수 있는 세척기를 만들었다”며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식품은 잘못하면 상처 나기 쉽기 때문에 위, 아래로 통 자체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최대한 작물이 상처가 나지 않으면서 깨끗이 닦일 수 있는 기기를 따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손질 방법도 모두 다르다. 얇은 채소는 직원이 직접 칼로 규격에 맞춰 자르고, 오이와 당근 등은 기기로 자른다. 박 대표는 “각 식재료의 고유한 맛과 식감을 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재료에 맞는 커팅 작업이 중요하다”며 “한 상품에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제품으로 구성하는데 양상추, 알배기 배추, 적근대, 멀티리프, 로메인 등 10여 가지의 식품이 합쳐지기 때문에 잘 손질해야 보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샐러드 재료는 계절 또는 식(食) 트렌드에 따라 바뀐다. 박 대표는 “5년 전에는 치커리, 상추 등 쌈 채소가 인기였다. 쌈 채소 특성상 맛은 살짝 쓰고, 다른 음식을 감쌀만큼 질긴 질감을 지닌 채소가 많이 수확됐다. 요즘엔 사람들이 샐러드를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지 않고, 샐러드만 먹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고 쓰지 않는 채소가 선호된다. 양상추, 로메인, 멀티리프 등이 샐러드 재료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농가들도 수확하는 품목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인건비, 내수용은 성장 한계
하지만 급성장하는 샐러드 시장에도 한계점은 있다.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아 수출하진 못한다. 신선도 싸움이기 때문에 결국 국내 기업끼리의 경쟁이 앞으로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는 “경쟁이 늘어나면서 현재 한 팩에 5000~8000원 정도 하는 샐러드 가격이 점차 낮아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프리미엄형으로 차별화 전략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토마토를 세척하는 모습 / 사진:라예진 기자
인건비 문제도 있다. 샐러드는 각 원물에 맞춰 손질을 다르게 해야 하는 특성상 식품 생산에서 자동화율이 낮은 식품이다. 그만큼 제품 생산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또 생산 공장은 농가에서 원물을 배송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방에 위치하는데 해당 인력을 수급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박스기사] ‘뽑아먹는 샐러드’ - 지하철역·피트니스센터에 샐러드 자판기 등장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 있는 샐러드 자판기. / 사진:에이트팜
‘신선함을 누르세요’ ‘농장을 담았습니다’ ‘건강을 팝니다’. 요즘 새로 생긴 자판기에서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이 자판기는 캔 음료, 과자, 껌과 같은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기존의 자판기와 달리 신선 식품을 판매하는 ‘샐러드 자판기’다.

미국에서는 샐러드 자판기를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직장인에게 인기가 많은데, 대부분 점심시간이 30분 안팎인 미국 회사 특성상 샐러드 자판기는 짧은 시간에 음식을 뽑아 간편하게 건강식을 즐길 수 있는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카드 또는 현금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식품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시스템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람 접촉을 꺼리는 사람에게도 반응이 좋다.

국내에는 원더키친, 가든샐러드, 유어프리지 등 몇몇 샐러드 업체에서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또는 피트니스 센터, 대학 캠퍼스에 설치돼 있다. 샐러드 제품은 보통 유통기한이 4일 정도로, 자판기 속 제품은 3~4일 주기로 교체된다. 자판기는 냉장고처럼 문을 여닫는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온도가 일정해 상품 냉동 관리는 일반 마트 판매보다 손쉽다는 평가다. 또 기한 내에 판매되지 않으면 폐기되기 때문에 다른 자판기 판매 식품보다 비교적 소량을 준비해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샐러드 자판기를 운영하는 기업 중 팜에이트는 자판기 옆 공간에 도시형 스마트팜(Farm)을 운영하면서 자판기에 들어가는 샐러드 제품 원물을 바로 옆에서 수확하고 손질해 판매한다. 공간은 현재 지하철 7호선 상도역과 5호선 답십리역 안에 마련됐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 유효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샐러드 자판기와 스마트팜을 반겼고, 팜에이트는 도시형 스마트팜을 구성하고자 하는 기업 목적과 맞아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팜에이트는 3월 중으로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과 2·3호선 을지로3가 역에도 샐러드 자판기와 스마트팜을 오픈 할 예정이다.

여찬동 팜에이트 선임은 “원물이 자라는 기간 탓에 본사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역사에서 직접 재배한 원물을 최대한 이용해 판매하고자 노력한다”며 “자판기 옆에서 바로 재배하고 수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욱 신기해하고, 샐러드 제품이 신선하다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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