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두 얼굴-간만에 웃는 아웃도어 브랜드] ‘한물간 줄’ 알았더니 코로나19가 살리나
[패션업계 두 얼굴-간만에 웃는 아웃도어 브랜드] ‘한물간 줄’ 알았더니 코로나19가 살리나
아웃도어 시장, 5월부터 매출 상승세… ‘고기능 고비용’ 고집하단 다시 내리막 지난 6월 14일 일요일, 서울의 한 아울렛에서 열린 아웃도어 브랜드 할인 행사장엔 마스크를 낀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사장 근처 영화관이 썰렁한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한 쇼핑객은 “캠핑에 필요한 물품이 있어 보러 왔다”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 가기 때문에 올해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등산하고 캠핑으로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기는 거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움츠리던 아웃도어 브랜드가 다시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간만에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그러나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 전망이고, 반대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짝 이벤트’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 판매량은 지난 5월 눈에 띄게 늘었다. 패션전문 아웃렛인 마리오아울렛에 따르면 5월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액은 4월 대비 55.3% 증가했고, 전년 동기대비 3.6% 올랐다. 전달 대비 패션 품목 매출 중 가장 큰 성장세다.
각 업체의 분석도 비슷하다. 네파는 5월 매출액이 4월 대비 160% 늘었고, 전년 동기대비 10% 성장했다. K2는 5월 매출액 대비 45%, 전년 동기대비 30% 올랐고 아이더는 각각 50%, 20% 증가, 블랙야크는 61%, 5.5% 증가했다. 인기 품목으로는 트레킹화, 러닝화 등 아웃도어 신발과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 등이 꼽혔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올해 5월 20일까지의 레깅스 판매액이 전년 동기대비 400% 성장했다”며 “레깅스 소비자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옛 영광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2000년대 들어서 형성된 아웃도어 시장은 한때 중·고등학생 80%가 입었다는 ‘검정 롱 패딩’ 유행에서 정점을 찍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05년 1조원대에서 2010년 3조원대로 성장했고, 2014년에는 7조1600억원대까지 커졌다.
하지만 이른바 ‘등골브레이커’라 불리는 가격 논란, 필요 이상의 기능성을 더한 ‘거품’ 논란이 일면서 하향세를 걸었다.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 정점에서 지난해 2조원대까지 몸집이 작아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한때 매출액 5000억원을 기록했던 K2, 블랙야크, 노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3457억원, 3360억원, 4106억원으로 감소했다. 부진한 실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브랜드도 생겼다. LF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철수를 발표했고, 케이투코리아는 올해 가을부터 순차적으로 ‘살레와’ 매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내리막길을 걷던 아웃도어 시장이 갑작스레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야외활동 증가를 꼽을 수 있다. 6월 12일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여가 및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에서 ‘캠핑’ ‘등산’ ‘자전거 여행’ 등의 단어가 코로나19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실제 등산객이 늘기도 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도봉산을 포함한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은 6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만명이 늘었다. 감염되기 쉬운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벗어나, 야외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이에 따라 아웃도어 제품도 덩달아 잘 팔리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시장을 깨우기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도 한몫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4일부터 28일까지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두 13조5428억원으로, 2152만 가구가 지원금을 받았다. 이 시기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액이 늘었는데, 브랜드 별로 5월 매출이 적게는 45%, 많게는 160% 뛴 것과 겹친다.
윤희수 네파 홍보팀장은 “5월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이 시기 아웃도어 시장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오프라인에서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3년 만에 맞이하는 매출 상승이어서 내부적으로 모두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한동안 멈췄던 소비를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나타내는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를 부추기면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박혀 있느라 힘들었던 마음을 보복하듯이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야외 활동 제품’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아웃도어 브랜드의 재도약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빠질 거품”이라며 “아웃도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긴급재난 지원금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가 사라지면 상승한 매출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의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가 추구하던 ‘고기능 고비용’ 제품 생산을 유지하면, 다시 망하는 길로 갈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러닝화나 레깅스처럼 상품 자체가 가볍고 비용도 높지 않은 형태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며 “2010년대에 유행했던 값비싼 고기능 제품들이 일상생활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소비자도 안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토대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중장년층에서 2030세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캠핑족과 등산족이 증가한 것은 단순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5060세대와 달리 조직 생활보다는 개인 생활에 중점을 두고 있는 2030세대의 영향도 크다”며 “이들은 휴일에 챙길 수 있는 하이킹·라이딩·패러글라이딩·스포츠클라이밍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이런 흐름과 코로나19 상황이 만나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는 거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움츠리던 아웃도어 브랜드가 다시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간만에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그러나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 전망이고, 반대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짝 이벤트’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 판매량은 지난 5월 눈에 띄게 늘었다. 패션전문 아웃렛인 마리오아울렛에 따르면 5월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액은 4월 대비 55.3% 증가했고, 전년 동기대비 3.6% 올랐다. 전달 대비 패션 품목 매출 중 가장 큰 성장세다.
각 업체의 분석도 비슷하다. 네파는 5월 매출액이 4월 대비 160% 늘었고, 전년 동기대비 10% 성장했다. K2는 5월 매출액 대비 45%, 전년 동기대비 30% 올랐고 아이더는 각각 50%, 20% 증가, 블랙야크는 61%, 5.5% 증가했다. 인기 품목으로는 트레킹화, 러닝화 등 아웃도어 신발과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 등이 꼽혔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올해 5월 20일까지의 레깅스 판매액이 전년 동기대비 400% 성장했다”며 “레깅스 소비자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야외활동 증가, 재난지원금도 한몫
하지만 이른바 ‘등골브레이커’라 불리는 가격 논란, 필요 이상의 기능성을 더한 ‘거품’ 논란이 일면서 하향세를 걸었다.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 정점에서 지난해 2조원대까지 몸집이 작아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한때 매출액 5000억원을 기록했던 K2, 블랙야크, 노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3457억원, 3360억원, 4106억원으로 감소했다. 부진한 실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브랜드도 생겼다. LF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철수를 발표했고, 케이투코리아는 올해 가을부터 순차적으로 ‘살레와’ 매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내리막길을 걷던 아웃도어 시장이 갑작스레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야외활동 증가를 꼽을 수 있다. 6월 12일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여가 및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에서 ‘캠핑’ ‘등산’ ‘자전거 여행’ 등의 단어가 코로나19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실제 등산객이 늘기도 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도봉산을 포함한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은 6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만명이 늘었다. 감염되기 쉬운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벗어나, 야외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이에 따라 아웃도어 제품도 덩달아 잘 팔리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시장을 깨우기 위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도 한몫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4일부터 28일까지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두 13조5428억원으로, 2152만 가구가 지원금을 받았다. 이 시기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액이 늘었는데, 브랜드 별로 5월 매출이 적게는 45%, 많게는 160% 뛴 것과 겹친다.
윤희수 네파 홍보팀장은 “5월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이 시기 아웃도어 시장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오프라인에서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3년 만에 맞이하는 매출 상승이어서 내부적으로 모두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한동안 멈췄던 소비를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나타내는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를 부추기면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박혀 있느라 힘들었던 마음을 보복하듯이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야외 활동 제품’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아웃도어 즐기는 2030세대 늘어 긍정적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의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가 추구하던 ‘고기능 고비용’ 제품 생산을 유지하면, 다시 망하는 길로 갈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러닝화나 레깅스처럼 상품 자체가 가볍고 비용도 높지 않은 형태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며 “2010년대에 유행했던 값비싼 고기능 제품들이 일상생활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소비자도 안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토대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중장년층에서 2030세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캠핑족과 등산족이 증가한 것은 단순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5060세대와 달리 조직 생활보다는 개인 생활에 중점을 두고 있는 2030세대의 영향도 크다”며 “이들은 휴일에 챙길 수 있는 하이킹·라이딩·패러글라이딩·스포츠클라이밍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이런 흐름과 코로나19 상황이 만나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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