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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알뜰폰 ‘리브엠’에 KB국민은행이 시끄럽다] 勞 “우리가 폰 팔이냐” VS 使 “고령자 가입 위한 도움”

[금융 알뜰폰 ‘리브엠’에 KB국민은행이 시끄럽다] 勞 “우리가 폰 팔이냐” VS 使 “고령자 가입 위한 도움”

‘디지털 혁신’에 지친 영업장 직원들… 알뜰폰 창구 영업 논의에 불만 폭발
지난해 10월에 열린 KB국민은행 리브엠 론칭 행사 모습. 왼쪽 두번째부터 허인 KB국민은행장,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사진:연합뉴스
국내 1호 ‘금융 알뜰폰’인 리브엠(Liiv M)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첫 금융업계 통신사업으로,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에 힘을 부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노동조합은 사업 확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사 건물 곳곳에는 리브엠을 운영하는 사업단인 MVNO(이동통신망) 사업단의 양원용 단장을 해임할 것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걸렸다.

리브엠은 지난해 10월 KB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와 함께 손잡고 선보인 금융업계 첫 알뜰폰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은 이 서비스를 통해 KB국민카드 회원이 통신요금을 KB국민카드로 결제하면 기본요금을 반값으로 할인하거나, 자동 납부하면 매월 일부 금액을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등 통신과 결합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했다. 통신사 대리점에서 핸드폰을 개통할 때 특정 금융사 카드를 자동납부 카드로 지정하면 통신요금이 할인되는 이벤트를 쉽게 볼 수 있는데, KB국민은행은 이 같은 이벤트를 자체적으로 직접 진행하는 셈이다.
 ‘금융·통신 융합서비스’ 호평은 받았는데
출발은 좋았다. ‘국내 최초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달고 출시한 리브엠은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로 평가받았다. 특히 리브엠 핸드폰 유심에는 공인인증서 기능이 더해져 사용자가 핸드폰으로 은행 업무를 볼 때 공인인증서를 따로 불러올 필요를 없애 ‘은행 업무 보기 좋은 저렴한 핸드폰’으로 평가받았다. 또 알뜰폰 업계 처음으로 5G를 도입하는 등 다른 통신서비스와 겨루어도 뒤처지지 않는 기술력을 선보였다.

올해 1월에는 리브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단도 꾸렸다. 지난해까지는 태스크포스(TF)팀 성격으로 운영했지만 올해는 부서보다도 한 단계 더 큰 ‘단’ 형태로 바꾸었다. MVNO 사업단의 사업단장으로는 강동 5지역 본부장이었던 양원용 단장이 나섰다.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리브엠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리브엠 출시 당시 목표는 가입자 100만명이었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 가입자는 6만7000여명에 그쳤다. 은행에서 핸드폰을 개통하는 것이 익숙지 않을뿐더러, 리브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웹을 통해서 ‘셀프 개통’을 해야 하는 것이 소비자에겐 번거로운 과정으로 여겨진 탓이다. 또 대부분 KB금융 실적이 있어야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평소 KB금융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리브엠 영업점 판매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 MVNO사업단장이 지난 1월부터 리브엠 가입 채널을 모바일 웹 중심에서 영업점으로 확대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지만,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갈등은 양 MVNO사업단장이 지난 4월 1일자로 리브엠 가입 실적을 개인의 위험조정이익(KPI)에 반영하고자 한 것이 알려지면서 극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대자보를 통해 “노동조합의 제지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위험조정이익(KPI) 반영 시도는 수포가 되었으나, MVNO 사업단장은 여전히 직원들에게 ‘폰 팔이’를 강요할 명분을 찾고 있다”며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게 될 MVNO 대면 창구 영업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MVNO 사업단 입장은 다르다. 리브엠의 목표는 단순 알뜰폰 판매가 아닌, 결국엔 금융 고객을 확대하고 기존 거래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장 판매가 필요하다는 거다. 또 “웹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의 가입자를 위해 영업점에서 도움을 달라는 것이지, 개인 KPI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노사 간 마찰은 물리적으로도 일어났다. 노조원과 양 사업단장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양 사업단장은 노조를 경찰에 고소했다.

국내 1호 ‘금융 알뜰폰’ 논란에 정부도 곤란한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을 출시하기 전부터 금융위원회 규제 샌드박스에서 MVNO 사업을 부수업무로 승인받았고, 금융 당국은 KB국민은행에 최대 4년간 금융업계에서는 독점적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리브엠 론칭 행사에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 등도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 처음으로 내놓은 혁신금융서비스인데, 잡음이 생기니 난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앱 가입 권유 지쳤는데 핸드폰도 팔라고?”
KB국민은행 안팎에서는 현 사태를 단순히 ‘리브엠’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근래 내부적으로 밀어붙였던 ‘디지털 혁신 바람’의 피로감이 쌓이고 쌓여 터진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역량을 높이겠다며 그룹 안에 디지털금융그룹을 신설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등 신사업을 펼쳤다. 리브엠도 혁신사업 중 하나로, 디지털금융그룹 소속 사업이다.

KB국민은행에 재직 중인 A씨는 “리브엠 갈등에는 보이지 않는 긴 스토리가 있다. 간편 송금 앱 ‘리브’, 채팅 앱 ‘리브똑똑’ 등 디지털금융그룹에서 앱을 내놓으면 우리는 영업장에서 ‘앱 팔이’를 했다”며 “무조건 앱 가입자를 영업장에서 늘리라는 행태에 진절머리가 날 정돈데 여기에 핸드폰까지 팔라고 하니 다들 참고 참다가 터진 격”이라고 말했다.

리브엠 판매 채널 확대에 관련해 [이코노미스트]가 KB국민은행 입장을 묻자,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관계자는 “현재 리브엠은 가입 채널이 모바일 웹페이지, 리브엠 전용 콜센터 등 비대면으로 한정돼 있다”며 “최근 은행에서 검토 중인 전국 지점으로의 리브엠 판매 채널 확대는 가입자 증대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가입시 본인인증이 어려운 미성년자 등 고객의 원활한 가입을 돕기 위한 방안”이라고 답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리브엠 판매 수치를 각 영업장 또는 개인 KPI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지역별로 구분한 총 16개 지역영업 대표에게 ‘디지털 관련 항목’ 중 하나로 리브엠 실적을 부여한다.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관계자는 “지역영업 대표 평가에 디지털 항목 실적 기준이 있지만, 리브엠에 한정한 건 아니다. 디지털과 관련한 여러 사업 중 자신들이 기준을 선택할 수 있다. 즉 디지털 항목 실적 기준에 리브엠을 선택한 대표도 있고 아닌 대표도 있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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