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의 몰락’ 피자시장] 1등 도미노피자 IT 투자로 ‘훨훨’
[‘2등의 몰락’ 피자시장] 1등 도미노피자 IT 투자로 ‘훨훨’
미스터피자, 주문·배달시스템 구축 소홀… 피자헛, 매장수 늘리다 위기 초래 업계 1, 2위를 다투던 토종 브랜드 미스터피자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피자시장 1위는 매출 2000억원대의 도미노피자다. 미스터피자를 제외한 나머지 프랜차이즈들의 매출은 300억원대에 머물러 당분간 도미노피자의 독주가 예상된다. 시장 재편의 주요 동력은 역시 ‘매물’로 나온 미스터피자다. 미스터피자는 1990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인근에 1호점을 낸지 30년 만에 주인이 바뀌게 됐다.
미스터피자와 커피·머핀 프랜차이즈 마노핀을 거느리고 있는 MP그룹은 2000년대 후반엔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여세를 몰아 2008년에는 커피와 머핀을 함께 파는 마노핀 프랜차이즈를 시작했고, 2009년에는 상장사인 반도체회사 메모리앤테스팅을 인수해 반도체 부문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미스터피자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7년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가맹점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피자의 주재료인 치즈를 정 전 회장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시중보다 비싼 값에 판매해 쓰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미지에 금이 갔다. 이어 정 전 회장이 150억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다. 이 사건으로 상장적격 여부 실질심사가 시작되면서 주식 거래도 중단됐다.
시장 1위인 도미노피자(청오디피케이)는 지난해 매출 2129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미스터피자가 2위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6억원, -45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데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 규모로는 순위를 지켰다. 피자헛과 파파존스·피자알볼로·피자에땅 등이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미국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8억7300만 달러(약 1조500억원)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6% 늘어난 1억5600만 달러(약 1877억원)를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 석 달간 13%가량 올랐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코로나 수혜기업’으로 재조명 받았다는 분석이다.
미국 도미노피자는 이 기세를 몰아 직원 1만여 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매장이 폐쇄되면서 실적이 악화된 다른 외식업체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미노피자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투자해 온 주문 및 배달 서비스 등 관련 인프라가 뒷받침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리치 앨리슨 도미노피자 CEO는 2018년 취임 당시부터 “도미노피자는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이 정체기일 때 오히려 디지털 주문·배송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였다.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대신 D2C(소비자와 직접거래) 플랫폼을 만드는데 과감히 투자했다. 스마트폰 앱은 물론 인공지능(AI) 채팅로봇인 도미챗을 통해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애플워치·트위터 등 15개에 달하는 다양한 IT 플랫폼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이 같은 디지털 주문이 전체 주문의 65%를 넘는다. 소비자가 배달 전문앱을 통해 주문하면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체 플랫폼을 이용자 수를 늘렸다. 본사의 ‘IT 혁신’은 국내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도미노피자는 2003년 업계 최초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선보이며 한 페이지 안에서 주문이 가능하게했다. 이어 2010년에는 공식 주문 앱을 선보이며 현재까지 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상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을 탑재해 말로 주문하는 ‘도미챗’과 피자를 주문하면 나의 음식이 어디에 있고, 언제 도착하는지 실시간 정보를 전해주는 ‘GPS 트래커’ 서비스도 도미노피자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푸드테크’다. 경쟁업체가 레스토랑 매장 출점에 열을 올릴 때 배달 전용 매장을 꾸준히 늘리는 방식으로 외식 경기 흐름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도미노피자가 코로나19 사태에 배달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오히려 늘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미스터피자 몰락의 주된 원인으로 오너의 갑질 경영과 외식시장의 변화를 꼽지만 IT 분야에 투자를 소홀히 한 점도 도미노피자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2015년 간편 주문서비스 등을 내세워 모바일 앱을 리뉴얼했지만 이후 이어진 실적 악화로 신메뉴 출시와 마케팅에 집중하다보니 주문·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소홀했다”며 “배달앱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가맹점의)의존도가 커지다 보니 피자를 다른 배달 음식과 차별화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때 연매출 3000억원을 넘기며 1등 피자 프랜차이즈로 군림했던 피자헛은 재기를 노리고 있다. 피자헛은 그동안 여러 번 주인이 바뀌며 실적 개선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근근이 명맥을 이어왔다. 2015년 2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충격에 빠진데 이어 2016년 -13억원, 2017년 -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아예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피자헛을 직접 운영하던 미국 ‘염(Yum!)’은 국내 투자사 케이에이치아이가 설립한 ‘오차드원’에 2017년 9월 한국피자헛 지분 100%를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타 브랜드가 배달에 집중하는 동안 레스토랑 매장 수 확대에 주력해 위기를 키웠다. 2000년대 들어 피자알볼로·피자에땅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업체가 출현하는 상황에서도 가맹점에 과도한 수수료를 물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8월 한국도미노피자 마케팅 본부장(CMO) 출신의 김명환 전 본아이에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임명해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도미노피자에서 방문포장 할인을 처음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업계 5위에서 1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피자헛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2억원, 1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로 다시 올라섰다. 그러나 미스터피자를 대신해 도미노피자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2조원 규모였던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은 현재 약 1조원으로 반토막난 상황”이라며 “피자 한 판이 부담스러운 혼밥족이 늘고, 배달앱을 통해 다양한 음식을 시킬 수 있는 점도 업계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한지 30년 된 ‘2등의 몰락’은 이제 이 시장이 단순히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매장을 늘리는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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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피자와 커피·머핀 프랜차이즈 마노핀을 거느리고 있는 MP그룹은 2000년대 후반엔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여세를 몰아 2008년에는 커피와 머핀을 함께 파는 마노핀 프랜차이즈를 시작했고, 2009년에는 상장사인 반도체회사 메모리앤테스팅을 인수해 반도체 부문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미스터피자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17년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가맹점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피자의 주재료인 치즈를 정 전 회장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시중보다 비싼 값에 판매해 쓰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미지에 금이 갔다. 이어 정 전 회장이 150억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다. 이 사건으로 상장적격 여부 실질심사가 시작되면서 주식 거래도 중단됐다.
시장 1위인 도미노피자(청오디피케이)는 지난해 매출 2129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미스터피자가 2위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6억원, -45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데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 규모로는 순위를 지켰다. 피자헛과 파파존스·피자알볼로·피자에땅 등이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도미노피자 CEO “우리는 정보기술(IT) 기업” 강조
미국 도미노피자는 이 기세를 몰아 직원 1만여 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매장이 폐쇄되면서 실적이 악화된 다른 외식업체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미노피자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투자해 온 주문 및 배달 서비스 등 관련 인프라가 뒷받침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리치 앨리슨 도미노피자 CEO는 2018년 취임 당시부터 “도미노피자는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이 정체기일 때 오히려 디지털 주문·배송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였다.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대신 D2C(소비자와 직접거래) 플랫폼을 만드는데 과감히 투자했다. 스마트폰 앱은 물론 인공지능(AI) 채팅로봇인 도미챗을 통해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애플워치·트위터 등 15개에 달하는 다양한 IT 플랫폼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이 같은 디지털 주문이 전체 주문의 65%를 넘는다. 소비자가 배달 전문앱을 통해 주문하면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체 플랫폼을 이용자 수를 늘렸다. 본사의 ‘IT 혁신’은 국내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도미노피자는 2003년 업계 최초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선보이며 한 페이지 안에서 주문이 가능하게했다. 이어 2010년에는 공식 주문 앱을 선보이며 현재까지 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상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을 탑재해 말로 주문하는 ‘도미챗’과 피자를 주문하면 나의 음식이 어디에 있고, 언제 도착하는지 실시간 정보를 전해주는 ‘GPS 트래커’ 서비스도 도미노피자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푸드테크’다. 경쟁업체가 레스토랑 매장 출점에 열을 올릴 때 배달 전용 매장을 꾸준히 늘리는 방식으로 외식 경기 흐름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도미노피자가 코로나19 사태에 배달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오히려 늘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미스터피자 몰락의 주된 원인으로 오너의 갑질 경영과 외식시장의 변화를 꼽지만 IT 분야에 투자를 소홀히 한 점도 도미노피자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2015년 간편 주문서비스 등을 내세워 모바일 앱을 리뉴얼했지만 이후 이어진 실적 악화로 신메뉴 출시와 마케팅에 집중하다보니 주문·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소홀했다”며 “배달앱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가맹점의)의존도가 커지다 보니 피자를 다른 배달 음식과 차별화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도미노피자 출신 영입해 재기 노리는 피자헛
피자헛을 직접 운영하던 미국 ‘염(Yum!)’은 국내 투자사 케이에이치아이가 설립한 ‘오차드원’에 2017년 9월 한국피자헛 지분 100%를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타 브랜드가 배달에 집중하는 동안 레스토랑 매장 수 확대에 주력해 위기를 키웠다. 2000년대 들어 피자알볼로·피자에땅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업체가 출현하는 상황에서도 가맹점에 과도한 수수료를 물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8월 한국도미노피자 마케팅 본부장(CMO) 출신의 김명환 전 본아이에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임명해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는 도미노피자에서 방문포장 할인을 처음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업계 5위에서 1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피자헛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2억원, 1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로 다시 올라섰다. 그러나 미스터피자를 대신해 도미노피자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2조원 규모였던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은 현재 약 1조원으로 반토막난 상황”이라며 “피자 한 판이 부담스러운 혼밥족이 늘고, 배달앱을 통해 다양한 음식을 시킬 수 있는 점도 업계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한지 30년 된 ‘2등의 몰락’은 이제 이 시장이 단순히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매장을 늘리는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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