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웬 음란 메시지?] ‘착샷(착용한 사진)’ 요구하는 19금 구매자들
[당근마켓에 웬 음란 메시지?] ‘착샷(착용한 사진)’ 요구하는 19금 구매자들
당근마켓, 성희롱 신고시 확인 후 해당자 이용 중지… 사전 차단 기능은 준비중 “하루 입어주시고 판매 가능한가요?”
직장인 송모씨(32)는 해외여행 중에 구입했지만 한 번도 입지 않은 유명 브랜드 속옷세트를 당근마켓에 내놓았다가 불쾌한 채팅 메시지를 받았다. 송씨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한번만 입고 판매하면 바로 구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또 받고 물건 판매 내용을 앱에서 내렸다. 송씨는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며 “찾아보니 나처럼 불쾌한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많았다. 나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이미 당근마켓 내 판매자들 사이에서 ‘요주의 아이디’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중고 직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이 최근 “음란메시지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근마켓 판매자끼리 ‘음란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디 000을 조심하세요’라는 게시물을 공유할 정도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용자 수가 늘면서 성희롱 관련 접수된 신고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성희롱 관련 부분은 전체 신고 접수 내용 중 0.01%에 해당한다. 아직 메시지에서 더 나아간 대면 성희롱 사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 당근마켓은 이용자 수가 지난 3월 550만명에 이어 4월 700만명, 5월 840만명, 6월 890만명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인기 직거래 애플리케이션이다. 가까운 지역 내에서 중고 직거래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짧은 기간 급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사용자의 안전거래까지는 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당근마켓은 ‘매너온도’라는 시스템을 사용해 판매자의 신뢰도를 관리한다. 구매자가 거래가 완료되면 판매자의 매너를 평가할 수 있고, 이때 좋은 평가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판매자의 매너온도가 올라간다. 반대의 경우 온도는 내려가며 이는 앱 사용자 모두에게 공개된다.
성희롱에 해당하는 음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신고하기’를 통해 당근마켓 이용을 중지시키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음란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성희롱으로 앱 내에 신고하기를 접수하면 당근마켓 내부적으로 이를 확인하고, 해당 아이디의 이용을 막는 것이다. 송씨는 “당근마켓에 성희롱을 신고하고 며칠 뒤, 해당 아이디 프로필을 보니 ‘현재 정책 위반 사유로 이용 정지 중 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있더라”며 “그동안 ‘속옷 싸게 삽니다, 입으시다 잘 안 입는 속옷 삽니다, 가격 제시해주세요’ 등의 수상한 게시물을 다수 올렸던데, 이런 메시지를 사전에 걸러내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용이 정지된 사람이 다시 다른 번호으로 재가입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당근마켓에서 치마를 판매하다 음란 메시지를 받은 직장인 김모씨(31)는 “신고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 괜히 신고했다가 그 사람이 다른 번호으로 재가입해 일반적인 구매자인 척 접근해 얼굴 보고 직거래하는 순간에 해코지를 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더라도 주소와 연락처가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같은 지역, 동네 사람끼리 거래하는 것이 특징인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앱과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의 사는 동네가 공개된다. 이 역시 사용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씨는 “음란 메시지를 받고는 구매자가 같은 동네 사람이고, 구매자가 내가 어느 동에 산다는 걸 안다는 게 제일 소름 끼쳤다”라며 “평상시 입었던 옷, 가방, 신발 등을 판매해왔는데 이것들만 조합해도 내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 한동안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점에 대해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내부적으로 음란메시지 등 부적절한 거래에 대한 경각심이 굉장히 높다”며 “강도 높게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 기술적인 것을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사용 중지 당한 이용자는 다른 이름으로 재가입이 불가능하며, 다른 전화 번호로 가입하는 경우에도 당근마켓이 동일한 사용자임을 판별하여 가입 즉시 차단하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직거래 온라인 쇼핑몰의 음란 메시지 문제는 2016년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의 ‘중고나라’가 대중화되던 시기부터 있었다. 사진을 요구하고 몸매를 평가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문제로 당시에 일명 ‘착샷 성희롱 주의보’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퍼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성희롱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온라인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을 먼저 꼽았다. 현행법상 직거래 쇼핑 중 받은 음란 메시지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인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신고할 수 있다. 이 법은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것이 상대에게 도달한 경우에 해당하고, 가해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신고 역시 한 번이 아닌 반복적인 행위일 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쇼핑몰 내부적 대처만 바랄 뿐 신고까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자체적으로 음란물을 차단할 순 없을까. 선제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선보인 곳으로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음란물을 필터링 하는 AI기술인 ‘네이버 X-eye’를 시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음란물은 실시간으로 감지해, 노출 자체를 사전에 막는다. 네이버는 이어 뉴스 댓글에 불쾌한 욕설이 적히면 실시간으로 내용을 숨기는 클린봇 제도도 도입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아직까지 큰 사건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혹시 모를 이슈가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며 “필요시 수사기관 신고 연계 등의 조치와 더불어 수사에도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채팅방 내에서 부적절한 메시지가 감지되면 주의 안내 및 경고 메시지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기능도 현재 빠르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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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송모씨(32)는 해외여행 중에 구입했지만 한 번도 입지 않은 유명 브랜드 속옷세트를 당근마켓에 내놓았다가 불쾌한 채팅 메시지를 받았다. 송씨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한번만 입고 판매하면 바로 구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또 받고 물건 판매 내용을 앱에서 내렸다. 송씨는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며 “찾아보니 나처럼 불쾌한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많았다. 나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이미 당근마켓 내 판매자들 사이에서 ‘요주의 아이디’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중고 직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이 최근 “음란메시지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근마켓 판매자끼리 ‘음란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디 000을 조심하세요’라는 게시물을 공유할 정도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용자 수가 늘면서 성희롱 관련 접수된 신고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성희롱 관련 부분은 전체 신고 접수 내용 중 0.01%에 해당한다. 아직 메시지에서 더 나아간 대면 성희롱 사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 당근마켓은 이용자 수가 지난 3월 550만명에 이어 4월 700만명, 5월 840만명, 6월 890만명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인기 직거래 애플리케이션이다. 가까운 지역 내에서 중고 직거래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짧은 기간 급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사용자의 안전거래까지는 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특성상 사는 동네 노출, 불안요소 커져
성희롱에 해당하는 음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신고하기’를 통해 당근마켓 이용을 중지시키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음란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성희롱으로 앱 내에 신고하기를 접수하면 당근마켓 내부적으로 이를 확인하고, 해당 아이디의 이용을 막는 것이다. 송씨는 “당근마켓에 성희롱을 신고하고 며칠 뒤, 해당 아이디 프로필을 보니 ‘현재 정책 위반 사유로 이용 정지 중 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있더라”며 “그동안 ‘속옷 싸게 삽니다, 입으시다 잘 안 입는 속옷 삽니다, 가격 제시해주세요’ 등의 수상한 게시물을 다수 올렸던데, 이런 메시지를 사전에 걸러내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용이 정지된 사람이 다시 다른 번호으로 재가입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당근마켓에서 치마를 판매하다 음란 메시지를 받은 직장인 김모씨(31)는 “신고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 괜히 신고했다가 그 사람이 다른 번호으로 재가입해 일반적인 구매자인 척 접근해 얼굴 보고 직거래하는 순간에 해코지를 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더라도 주소와 연락처가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같은 지역, 동네 사람끼리 거래하는 것이 특징인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앱과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의 사는 동네가 공개된다. 이 역시 사용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씨는 “음란 메시지를 받고는 구매자가 같은 동네 사람이고, 구매자가 내가 어느 동에 산다는 걸 안다는 게 제일 소름 끼쳤다”라며 “평상시 입었던 옷, 가방, 신발 등을 판매해왔는데 이것들만 조합해도 내가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 한동안 불안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음란물 자체적으로 차단해
사실 직거래 온라인 쇼핑몰의 음란 메시지 문제는 2016년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의 ‘중고나라’가 대중화되던 시기부터 있었다. 사진을 요구하고 몸매를 평가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문제로 당시에 일명 ‘착샷 성희롱 주의보’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퍼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성희롱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온라인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을 먼저 꼽았다. 현행법상 직거래 쇼핑 중 받은 음란 메시지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인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신고할 수 있다. 이 법은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것이 상대에게 도달한 경우에 해당하고, 가해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신고 역시 한 번이 아닌 반복적인 행위일 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쇼핑몰 내부적 대처만 바랄 뿐 신고까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자체적으로 음란물을 차단할 순 없을까. 선제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선보인 곳으로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음란물을 필터링 하는 AI기술인 ‘네이버 X-eye’를 시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음란물은 실시간으로 감지해, 노출 자체를 사전에 막는다. 네이버는 이어 뉴스 댓글에 불쾌한 욕설이 적히면 실시간으로 내용을 숨기는 클린봇 제도도 도입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아직까지 큰 사건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혹시 모를 이슈가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며 “필요시 수사기관 신고 연계 등의 조치와 더불어 수사에도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채팅방 내에서 부적절한 메시지가 감지되면 주의 안내 및 경고 메시지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기능도 현재 빠르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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