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활개 치는 ‘부동산 바람잡이들'] 강단에서 플랫폼으로 옮겨 ‘재야 고수’ 행세
[SNS에서 활개 치는 ‘부동산 바람잡이들'] 강단에서 플랫폼으로 옮겨 ‘재야 고수’ 행세
내 집 마련 목마른 팬심 이용해 투자 유도… 시장 교란·왜곡 부추기기도 #1. 지난 6월 서울 서부지역의 부동산 시장 동향을 소개하는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투자를 종용하는 글이 걸려 작은 소란이 일었다. 글은 ‘양천구 목동 아파트들의 재건축 추진이 원활할 전망이니, 아파트 매수 여력이 부족하면 인접 지역의 빌라·다세대 등에 투자하라. 계약금조로 일정 금액을 선납하면 적합한 물건을 보여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아파트가 재건축·재개발되면 해당 단지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목동 아파트들은 건설한 지 30년 넘어 낡은 곳이 많다. 지하주차장도 없어 지상은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다. 최근에 목동11단지와 13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목동6단지는 적정성 검토까지 통과했다. 목동1, 10, 14단지도 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 카페는 한동안 투자열기로 들썩였다.
#2. 지난 5월 유튜브의 한 부동산투자 영상에서 채널 운영자가 인천 서구 백석동에 들어설 한 아파트를 소개했다. “단지는 지상 40층 총 4800여 가구로 이 지역에선 다시 만나기 어려운 대단지며, 대형 공원·골프장과 인접한 숲세권, 서울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이지만 집값이 아직 저렴해 지금 붙잡아야한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그 말만 믿고 부랴부랴 청약에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현지를 둘러본 일부는 유튜버를 질타했다. 역이 단지에서 3㎞나 떨어졌고, 공원은 쓰레기 매립장을 덮은 것이며, 이웃 원주민들은 쇳가루·비산먼지 등으로 호흡·피부 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부가 3년 전부터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해왔던 곳이다. 이를 숨겼던 유튜버는 협찬 의혹을 받았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개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멈추고 부동산대책의 논란이 일면서 이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부동산 전문가라하면 관련 저서를 내거나 금융권·정보조사 업체에서 이력을 쌓은 사람들이 꼽혔다. 이들은 각종 설명회·세미나·워크숍 등을 통해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명함도 못 내밀었던 동네 공인중개사나 자격증 없는 일반인들까지 ‘재야 고수’를 자처하고 있다. SNS 발달로 개인마다 마이크를 갖게 되면서부터다. 이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과 자료를 동원해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SNS의 파급력이 커지다보니 기존 유명 강사들까지 앞다퉈 SNS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개인)로 변신해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만 경매·임장(답사)·상담·알선매매 등 부동산 관련 게시물이 72만 건이 넘는다. 이들이 만든 SNS 영상들은 처음엔 일방적인 강의가 대부분이었다. 정부 대책에 대한 설명, 매매 시 주의사항, 시장 동향 등을 알려주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만 잘해도 유튜브의 경우 구독자 20만~30만명, 조회수 10만~20만회는 거뜬히 나왔다. 업계에선 구독 2만명에 조회 5000회 안팎이면 한 달에 약 900달러(약 110만원)의 수입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투자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부동산 인플루언서들의 콘텐트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멤버십을 적용해 구독자 중 유료 회원을 따로 모아 관리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에서 부동산 자산가로 변신한 A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멤버십을 개설해 재테크 상담, 질의·응답, 강연 초대 등을 내세워 월회비 3만원의 유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동안 저서 출간과 인터넷 카페 운영에 매달렸던 B씨는 올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에 주력하고 있다. ‘1억으로 수십억 벌기’, ‘규제 속 살길’, ‘강남으로 편입될 지역’ 등 자극적인 표현을 앞세워 부동산대책 속 투자방법, 투자가치 높은 매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 160만원짜리 개인 컨설팅과 부동산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 신상·자산·상담 정보를 쓴 온라인 설문지와 금액을 보내면 ID 로그인과 승인절차를 거쳐 상담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오프라인 강사였던 C씨는 올해 초 부동산 정보업체를 차리고 인터넷 카페, 유튜브 등 온라인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시장 동향을 분석한 무료 동영상들을 온라인에 종종 게시하곤 했지만 올해부터는 유료 멤버십 위주로 전략을 바꿨다. 가입자에게 시장동향 월간보고서, 유료 동영상, 아파트 답사 콘텐트 시청, 팟캐스트 공개방송 초대 등 회원 전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 팔로워 약 8만명, 유튜브 구독자 약 9만명을 보유한 C씨는 최근 1년여 동안 ‘공공의 적’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지평가서를 뿌리거나 강연을 통해 가치 대비 저평가 지역들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이른바 그의 ‘찍어주기(향후 높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 물건을 대신 골라주는 행위)’가 투기수요에 악용됐다. 투자자들이 해당 지역에 몰려가 ‘아파트 쇼핑’을 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 더해져 울산 북구, 대전 둔산·도안, 광주 봉선 등지는 지난해 집값이 폭등하는 기현상을 빚었다. 이들이 쓸고 지나간 뒤엔 뒷북치는 원주민들이 가세해 집값 상승세를 또 부추겼다.
문제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이들의 활동이 때론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투기를 부추기거나 질서를 교란해 시장을 왜곡시킨다. 때론 뛰는 집값을 더욱 부채질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정부의 대응책을 물거품으로 만들거나 풍선효과로 바꿔버린다. 이는 고스란히 원주민과 실수요자에게 폭탄으로 돌아간다. 내 집 마련에 목마른 주택 실수요자들이 이들에게 도움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이들을 악의 축의 하나로 치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상가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이모씨는 “주택 수요자들의 이중적인 투기심리도 꾼들에게 활동무대를 제공하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을 거주공간으로만 여기지 않고 시세차익도 챙기려하기 때문”이라며 “미디어를 통해 다수에게 알려진 전문가들의 입에선 구체적인 투자정보를 얻지 못하자 답답한 마음에 찍어주기 강사를 찾아나서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다보면 수요자들이 인플루언서들과 짝짜꿍돼 문제를 키우기도 한다. 지난해 회원 D씨는 부동산투자 강사 E씨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점 찍어둔 매물이 있는데 갭투자로 여러 채를 사뒀다가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챙기자”며 “중개수수료를 깎아줄 테니 신용대출 받아 투자금을 키우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타깃이었던 주택의 가격이 정체되고 세입자에게 보증금도 못 주는 상황이 되자 강사는 경매 처분을 유도했다. 결국 D씨와 E씨는 법정다툼에 들어가게 됐다.
유튜버 F씨는 지난해 초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가 뜰 것이라며 독자들에게 투자를 부추겼다. 터널 개통, 주변 재건축 추진 등으로 집값 상승이 탄력을 받을 거라며 짚은 저평가 아파트다. 투자 직후 이 아파트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연초 19억원대에서 중순 18억원대로 하락했다. F씨를 믿고 뛰어든 투자자는 그와 다툼을 벌였는데, 시세가 후반기에 들어 20억원을 넘어서면서 언쟁을 멈췄다. F씨도 태도를 바꿔 자신의 예언이 맞았다며 자랑하고 다녔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시장 전체가 상승장인 분위기에서 물건의 상승세를 맞췄다며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이 바로 경계해야 할 점”이라며 인플루언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신을 지적했다. 그는 “일부는 업체의 협찬·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뢰 받은 상품을 홍보해야 하므로 인플루언서의 시장 분석의 관점이나 여론 형성의 초점이 상품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다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 관점이 다른 유튜버끼리 서로를 비판하는 ‘디스 영상전’도 벌인다. 젊은 부부가 유튜버 G씨의 권유로 2년 전 구입한 서울 아파트 2채가 시세가 8억이 올라 기쁘지만, 근로소득 대비 대출 투자금을 너무 키워 이자 갚을 방법이 걱정이라며 G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G씨는 두 곳을 전·월세로 놓아 원금·이자를 갚는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이를 본 유튜버 H씨는 “소득 대비 각종 세금·대출이자·중개수수료 등의 지출을 고려하면 남는 장사는 아니다”라며 “특히 세입자와 주택 실수요자 입장은 무시한 채 집값 폭등을 조장하는 투기꾼”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같은 SNS 인플루언서들의 부작용에 대해 학계나 미디어업계에선 내부적으로 징벌·배상 등의 규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재산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소비자도 제안을 받아 투자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서 처벌이나 배상을 요구하기도 힘들다.
설춘환 세종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침체되면 생존력이 떨어지는 것이 부동산 인플루언서들의 실체다. 그래서 급진적인 폭락과 폭등을 떠들어대고 근거 없는 정보를 남발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는 이에 현혹되지 말고 세금은 세무사에, 토지·건물은 건축사에 상담하듯 부동산 투자에 있어 돌다리도 두들겨야 한다”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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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난 5월 유튜브의 한 부동산투자 영상에서 채널 운영자가 인천 서구 백석동에 들어설 한 아파트를 소개했다. “단지는 지상 40층 총 4800여 가구로 이 지역에선 다시 만나기 어려운 대단지며, 대형 공원·골프장과 인접한 숲세권, 서울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이지만 집값이 아직 저렴해 지금 붙잡아야한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그 말만 믿고 부랴부랴 청약에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현지를 둘러본 일부는 유튜버를 질타했다. 역이 단지에서 3㎞나 떨어졌고, 공원은 쓰레기 매립장을 덮은 것이며, 이웃 원주민들은 쇳가루·비산먼지 등으로 호흡·피부 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부가 3년 전부터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해왔던 곳이다. 이를 숨겼던 유튜버는 협찬 의혹을 받았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개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멈추고 부동산대책의 논란이 일면서 이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부동산 전문가라하면 관련 저서를 내거나 금융권·정보조사 업체에서 이력을 쌓은 사람들이 꼽혔다. 이들은 각종 설명회·세미나·워크숍 등을 통해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명함도 못 내밀었던 동네 공인중개사나 자격증 없는 일반인들까지 ‘재야 고수’를 자처하고 있다. SNS 발달로 개인마다 마이크를 갖게 되면서부터다. 이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과 자료를 동원해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SNS의 파급력이 커지다보니 기존 유명 강사들까지 앞다퉈 SNS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개인)로 변신해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만 경매·임장(답사)·상담·알선매매 등 부동산 관련 게시물이 72만 건이 넘는다.
멤버십으로 ‘어장 관리’, 컨설팅으로 적극 개입
부동산 인플루언서들의 콘텐트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멤버십을 적용해 구독자 중 유료 회원을 따로 모아 관리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에서 부동산 자산가로 변신한 A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멤버십을 개설해 재테크 상담, 질의·응답, 강연 초대 등을 내세워 월회비 3만원의 유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동안 저서 출간과 인터넷 카페 운영에 매달렸던 B씨는 올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에 주력하고 있다. ‘1억으로 수십억 벌기’, ‘규제 속 살길’, ‘강남으로 편입될 지역’ 등 자극적인 표현을 앞세워 부동산대책 속 투자방법, 투자가치 높은 매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 160만원짜리 개인 컨설팅과 부동산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 신상·자산·상담 정보를 쓴 온라인 설문지와 금액을 보내면 ID 로그인과 승인절차를 거쳐 상담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오프라인 강사였던 C씨는 올해 초 부동산 정보업체를 차리고 인터넷 카페, 유튜브 등 온라인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시장 동향을 분석한 무료 동영상들을 온라인에 종종 게시하곤 했지만 올해부터는 유료 멤버십 위주로 전략을 바꿨다. 가입자에게 시장동향 월간보고서, 유료 동영상, 아파트 답사 콘텐트 시청, 팟캐스트 공개방송 초대 등 회원 전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 팔로워 약 8만명, 유튜브 구독자 약 9만명을 보유한 C씨는 최근 1년여 동안 ‘공공의 적’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입지평가서를 뿌리거나 강연을 통해 가치 대비 저평가 지역들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이른바 그의 ‘찍어주기(향후 높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 물건을 대신 골라주는 행위)’가 투기수요에 악용됐다. 투자자들이 해당 지역에 몰려가 ‘아파트 쇼핑’을 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 더해져 울산 북구, 대전 둔산·도안, 광주 봉선 등지는 지난해 집값이 폭등하는 기현상을 빚었다. 이들이 쓸고 지나간 뒤엔 뒷북치는 원주민들이 가세해 집값 상승세를 또 부추겼다.
문제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이들의 활동이 때론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투기를 부추기거나 질서를 교란해 시장을 왜곡시킨다. 때론 뛰는 집값을 더욱 부채질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정부의 대응책을 물거품으로 만들거나 풍선효과로 바꿔버린다. 이는 고스란히 원주민과 실수요자에게 폭탄으로 돌아간다. 내 집 마련에 목마른 주택 실수요자들이 이들에게 도움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이들을 악의 축의 하나로 치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상가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이모씨는 “주택 수요자들의 이중적인 투기심리도 꾼들에게 활동무대를 제공하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을 거주공간으로만 여기지 않고 시세차익도 챙기려하기 때문”이라며 “미디어를 통해 다수에게 알려진 전문가들의 입에선 구체적인 투자정보를 얻지 못하자 답답한 마음에 찍어주기 강사를 찾아나서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알선·투자 권유로 투기 부추기고 잇속 챙겨
유튜버 F씨는 지난해 초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가 뜰 것이라며 독자들에게 투자를 부추겼다. 터널 개통, 주변 재건축 추진 등으로 집값 상승이 탄력을 받을 거라며 짚은 저평가 아파트다. 투자 직후 이 아파트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연초 19억원대에서 중순 18억원대로 하락했다. F씨를 믿고 뛰어든 투자자는 그와 다툼을 벌였는데, 시세가 후반기에 들어 20억원을 넘어서면서 언쟁을 멈췄다. F씨도 태도를 바꿔 자신의 예언이 맞았다며 자랑하고 다녔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시장 전체가 상승장인 분위기에서 물건의 상승세를 맞췄다며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이 바로 경계해야 할 점”이라며 인플루언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신을 지적했다. 그는 “일부는 업체의 협찬·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뢰 받은 상품을 홍보해야 하므로 인플루언서의 시장 분석의 관점이나 여론 형성의 초점이 상품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다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 관점이 다른 유튜버끼리 서로를 비판하는 ‘디스 영상전’도 벌인다. 젊은 부부가 유튜버 G씨의 권유로 2년 전 구입한 서울 아파트 2채가 시세가 8억이 올라 기쁘지만, 근로소득 대비 대출 투자금을 너무 키워 이자 갚을 방법이 걱정이라며 G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G씨는 두 곳을 전·월세로 놓아 원금·이자를 갚는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이를 본 유튜버 H씨는 “소득 대비 각종 세금·대출이자·중개수수료 등의 지출을 고려하면 남는 장사는 아니다”라며 “특히 세입자와 주택 실수요자 입장은 무시한 채 집값 폭등을 조장하는 투기꾼”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같은 SNS 인플루언서들의 부작용에 대해 학계나 미디어업계에선 내부적으로 징벌·배상 등의 규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재산권,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소비자도 제안을 받아 투자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서 처벌이나 배상을 요구하기도 힘들다.
설춘환 세종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침체되면 생존력이 떨어지는 것이 부동산 인플루언서들의 실체다. 그래서 급진적인 폭락과 폭등을 떠들어대고 근거 없는 정보를 남발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는 이에 현혹되지 말고 세금은 세무사에, 토지·건물은 건축사에 상담하듯 부동산 투자에 있어 돌다리도 두들겨야 한다”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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