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주목하는 ‘어른이보험’] “보험 들 생각 없는 어른이 고객 잡아라”
[2030 세대 주목하는 ‘어른이보험’] “보험 들 생각 없는 어른이 고객 잡아라”
어린이보험 가입 연령 30세로 높여… 낮은 보험료에 보장 범위 넓어 각광 현대해상이 9월 1일자로 어린이보험 상품의 지침을 변경했다. 인기 담보에 대한 근접사고 비율(장기보험 가입 후 3개월 이내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아지자 고심 끝에 인수지침을 강화하고 면책기간 도입 등을 하기로 한 것이다. 자사 어린이보험 상품인 ‘어린이보험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Q’의 치아치료 담보의 가입연령을 기존 ‘태아~17세’에서 ‘태아~6세’로 변경했다. 굿앤굿어린이스타종합보험은 가입연령에는 변화가 없지만 암 담보에 대한 90일 면책기간을 두고, 치아치료 담보에 대해서도 감액기간과 면책기간(90일)을 도입했다.
면책기간은 해당 보험가입 후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보통 암 진단비 담보의 경우 면책 기간을 90일 이후로 두고 있으며, 해당 기간 중 암 진단을 받은 경우 보장을 받지 못한다. 감액기간은 가입금액을 감액해 지급하는 기간이다. 현대해상이 인수지침을 강화하게 된 배경에는 어린이보험 가입자가 그간 면책기간이 없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 수취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대해상과 함께 어린이보험 시장을 양분하는 메리츠화재도 지난 7월부터 유사암을 제외한 암 관련 담보에 대해 90일 면책기간을 도입했다. 이밖에도 어린이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이 주요 담보에 대해 면책기간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의 암 관련 담보(유사암 진단비 제외)에 대해 90일의 면책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보험은 면책기간을 두지 않아 가입과 동시에 치료를 할 경우 보험금을 바로 수령할 수 있었다. 어린이보험 가입자는 보험금 수취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역선택 가능성이 적고, 사망보험금이 포함되지 않아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입자가 늘면서 혜택이 줄어드는 추세다. 어린이보험은 해마다 70만명 이상이 신규 가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가 30만 명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그 배경에는 최근 몇 년 새 보험업계가 만 15~20세가 기준이었던 가입연령 제한을 30세까지 높이면서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는 성인이 증가한 데 있다.
2018년 2분기 D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대해상·KB손해보험도 어린이보험 가입 가능 연령을 30살로 높였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2분기 30세로 가입 연령을 높였다. 사실상 ‘어른이보험’이 된 것이다. 업계는 성인 가입자의 비중이 약 30%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4대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보험 규모는 2년 새 40%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4대 손보사가 판매하는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2018년 1분기 4933억원, 2019년 1분기 5490억원, 2020년 1분기 687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년 사이 39% 가량 늘어난 수치다. 보유계약건수도 2018년 1분기 322만8007건에서 올 1분기 409만9682건으로 늘었다.
주요 질환에 면책기간이 도입되긴 했지만 어린이보험이 성인보험에 비해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 보장 범위가 넓은 데다 같은 보장이라도 성인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최대 30~40% 정도 저렴한 편이다. 암·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같은 주요 질환 진단비 보장 금액이 성인보험 대비 최대 수천만원 더 많고, 수술비 보장 조건도 좋다. 실제로 유사암·뇌혈관·허혈성 등 3대 질환의 진단·수술비를 같은 금액으로 가입할 때 어린이보험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NH손해보험 ‘New간편한가성비플러스건강보험 2004’의 총 보험료는 4만3197원이었지만 ‘NH가성비굿플러스어린이보험2004’은 3만6349원이었다. 보장금액도 어린이보험이 성인보험보다 높은 편이다. NH손해보험 상품을 기준으로 성인보험의 3대 질환 보장금액은 최대 유사암진단비 600만원, 뇌혈관진단비 1000만원, 허혈성심장질환진단비 1000만원 등이다. 반면 어린이보험의 3대 질병 보장금액은 각각 최대 2000만원, 5000만원, 5000만원으로 3배에서 5배까지 높았다. 최장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험업계가 ‘어른이’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보험 사각지대인 2030세대를 신규 가입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58.5%에 불과했다. 30대(73.1%) 역시 평균 80%대가 가입한 4050세대에 비해 가입률이 낮았다. 손해보험 역시 20대 66.5%, 30대 82.6%로, 80%대 중반의 가입률을 보인 40대 이상에 비해 가입률이 낮았다. 독립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선 성인이 어린이보험에 가입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로 많은 보장을 받더라도, 아직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은 고객을 장기고객으로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가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 중·장년층 대상 상품에 비해 손해율이 낮을 것이란 인식도 있다. 청년층이 암·심혈관·뇌혈관질환 등 3대 질환을 포함, 큰 병원비가 드는 질환에 걸리거나 상해를 입을 확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의 보험금 청구율은 낮은 편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최근 1년 간 보험금 청구 경험’이 각각 11.1%, 13.9%에 불과했다. 평균 20%가 넘는 40대 이상과 비교하면 낮은 손해율이어서 보험사 입장에선 보장 부담이 적어지는 요소다. 최근에는 비대면 등 간편한 보험 청구 방식이 늘어나면서 20~30대의 보험 청구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청구 방식이 간편해 20대 가입자는 물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보험료를 빈번하게 청구하는 비중이 늘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어린이보험의 담보금액이 크고, 청구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성인보험과 비교해 손해율이 결코 낮지 않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10~20년간 납부한 보험료로 최대 100세까지 보장 받을 수 있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만 30세 이하라면 무조건 어린이보험에 들라”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질 정도다.
다만 어린이보험이 무조건 득이라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장항목을 따져보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 조언이다. 어린이보험의 상당수가 ‘무해지 환급형 보험’이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 보험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없는 상품을 말한다.
성인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 5만~10만원 수준의 보험비라도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납입해야 하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앞으로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발생하는 미래 고정비 지출을 감안해 월 납입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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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기간은 해당 보험가입 후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보통 암 진단비 담보의 경우 면책 기간을 90일 이후로 두고 있으며, 해당 기간 중 암 진단을 받은 경우 보장을 받지 못한다. 감액기간은 가입금액을 감액해 지급하는 기간이다. 현대해상이 인수지침을 강화하게 된 배경에는 어린이보험 가입자가 그간 면책기간이 없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 수취를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대해상과 함께 어린이보험 시장을 양분하는 메리츠화재도 지난 7월부터 유사암을 제외한 암 관련 담보에 대해 90일 면책기간을 도입했다. 이밖에도 어린이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이 주요 담보에 대해 면책기간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의 암 관련 담보(유사암 진단비 제외)에 대해 90일의 면책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성인 등 가입자 늘자 일부 질환 면책기간 도입
2018년 2분기 D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대해상·KB손해보험도 어린이보험 가입 가능 연령을 30살로 높였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2분기 30세로 가입 연령을 높였다. 사실상 ‘어른이보험’이 된 것이다. 업계는 성인 가입자의 비중이 약 30%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4대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보험 규모는 2년 새 40% 가까이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4대 손보사가 판매하는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2018년 1분기 4933억원, 2019년 1분기 5490억원, 2020년 1분기 687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년 사이 39% 가량 늘어난 수치다. 보유계약건수도 2018년 1분기 322만8007건에서 올 1분기 409만9682건으로 늘었다.
주요 질환에 면책기간이 도입되긴 했지만 어린이보험이 성인보험에 비해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 보장 범위가 넓은 데다 같은 보장이라도 성인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최대 30~40% 정도 저렴한 편이다. 암·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같은 주요 질환 진단비 보장 금액이 성인보험 대비 최대 수천만원 더 많고, 수술비 보장 조건도 좋다. 실제로 유사암·뇌혈관·허혈성 등 3대 질환의 진단·수술비를 같은 금액으로 가입할 때 어린이보험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NH손해보험 ‘New간편한가성비플러스건강보험 2004’의 총 보험료는 4만3197원이었지만 ‘NH가성비굿플러스어린이보험2004’은 3만6349원이었다. 보장금액도 어린이보험이 성인보험보다 높은 편이다. NH손해보험 상품을 기준으로 성인보험의 3대 질환 보장금액은 최대 유사암진단비 600만원, 뇌혈관진단비 1000만원, 허혈성심장질환진단비 1000만원 등이다. 반면 어린이보험의 3대 질병 보장금액은 각각 최대 2000만원, 5000만원, 5000만원으로 3배에서 5배까지 높았다. 최장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험업계가 ‘어른이’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보험 사각지대인 2030세대를 신규 가입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58.5%에 불과했다. 30대(73.1%) 역시 평균 80%대가 가입한 4050세대에 비해 가입률이 낮았다. 손해보험 역시 20대 66.5%, 30대 82.6%로, 80%대 중반의 가입률을 보인 40대 이상에 비해 가입률이 낮았다. 독립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선 성인이 어린이보험에 가입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로 많은 보장을 받더라도, 아직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은 고객을 장기고객으로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가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 중·장년층 대상 상품에 비해 손해율이 낮을 것이란 인식도 있다. 청년층이 암·심혈관·뇌혈관질환 등 3대 질환을 포함, 큰 병원비가 드는 질환에 걸리거나 상해를 입을 확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의 보험금 청구율은 낮은 편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최근 1년 간 보험금 청구 경험’이 각각 11.1%, 13.9%에 불과했다. 평균 20%가 넘는 40대 이상과 비교하면 낮은 손해율이어서 보험사 입장에선 보장 부담이 적어지는 요소다.
간편한 비대면 방식으로 보험 청구율 ‘쑥’
다만 어린이보험이 무조건 득이라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장항목을 따져보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 조언이다. 어린이보험의 상당수가 ‘무해지 환급형 보험’이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 보험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없는 상품을 말한다.
성인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 5만~10만원 수준의 보험비라도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납입해야 하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앞으로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발생하는 미래 고정비 지출을 감안해 월 납입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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