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노노 갈등’까지, 에쓰오일에 무슨 일이] ‘통상임금 합의’ ‘4조2교대 전환’ 등 곳곳서 마찰
[실적 악화에 ‘노노 갈등’까지, 에쓰오일에 무슨 일이] ‘통상임금 합의’ ‘4조2교대 전환’ 등 곳곳서 마찰
업계선 “누적된 불만 폭발” 분석… “경영진 중재 역할 없어” 지적도 코로나19로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에쓰오일이 ‘노노 갈등’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에쓰오일 노동조합 전임 집행부인 13대와 현 집행부인 14대가 서로의 공과를 두고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 욕설도 난무한다. 정유업계에선 “에쓰오일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동안 쌓여온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노노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에쓰오일 경영진이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노노 갈등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2018년 5월 14대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도를 넘는 비방마저 이어지고 있다. 에쓰오일 노조 한편에선 “현 집행부가 지난해 약속한 태블릿PC 지급조차 지키지 않는 등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다른 한편에선 “전임 집행부가 2017년 사측과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에 합의한 것은 졸속 합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에쓰오일 노조는 지난해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규정에 어긋난 게시물을 올리는 조합원에 경고하고, 향후 재발시 IP(인터넷 프로토콜) 추적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결의했다. 특정인이나 특정부서에 대한 인격 모독, 유언비어 유포 등으로 노노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조합원 권익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에쓰오일 노조 홈페이지의 열린마당 게시판에는 여전히 현 집행부와 전임 집행부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는다. 에쓰오일 안팎에선 “내년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와 전임 집행부가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에쓰오일 노조 13대와 14대 집행부 측은 노노 갈등에 대해 말을 아꼈다. 13대 집행부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고 했고, 14대 집행부 관계자는 “외부적으로 노노 갈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에쓰오일 노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만 봐도 13대와 14대 집행부의 갈등이 장시간 지속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중지를 모아야 하는데, 도를 넘은 음해가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유업계에선 에쓰오일의 노노 갈등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노사는 오랫동안 파업 한 번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해왔다”며 “노사 갈등도 아닌 노노 갈등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에쓰오일 노조 내부에선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정유사와 비교해 임단협 성과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에쓰오일이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쌓여왔던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노노 갈등은 통상임금 문제로 촉발됐다. 에쓰오일 노조 13대 집행부는 2016년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당시 60%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 노사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해를 넘겨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주된 이유가 통상임금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기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잠정합의안에 담기지 않으면서 노조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13대 집행부는 2017년 사측과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에 대해서만 합의했다. 정기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반영해 2012년 5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발생한 초과근무 수당을 재산정해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도 2015년 1월 이후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것에 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12대 집행부가 2015년 1월 사측과의 단체 협약을 통해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퇴직자와 중도 입사자에 대한 정기상여금 일할 지급조항이 삭제되고 상여금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사원에게 지급하도록 취업 규칙이 변경되면서, 2015년 1월 이후의 상여금부터 통상임금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임금 소송에 대해 판결하면서 통상임금의 조건으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을 제시했다.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에쓰오일은 중도 퇴사한 근로자나 신규 입사한 근로자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일할 계산해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의 성과나 정상 근무 등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고정성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에쓰오일 노사의 2017년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합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쪽은 “취업규칙 변경 이후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사측과 소급분 지급에 합의한 것이 당시로서는 최선”이라고 항변한다. 반면 반대 쪽에선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조가 승소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통상임금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노조가 추진 중인 ‘4조2교대 근무제 전환’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이다. 4개의 작업 조를 편성해 2개 조가 주간과 야간에 각각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형태의 근무제다. 기존 4조3교대와 비교하면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기 때문에 휴무일이 80일 이상 많은 근무제다. 일일 근로시간 증가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근로자의 야간 근무일수 감소, 휴무 여건 개선, 잦은 근무 교대에 따른 생산성 저하 방지 등의 장점으로 혁신적 근무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쓰오일 노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 현 집행부가 올해 안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과 관련해 사측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의하기로 했고, 4조2교대 전환에 대한 협의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에쓰오일 노조가 노노 갈등을 끝내고 합심해 사측과의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에쓰오일 입장에선 노노 갈등을 묵인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기업 노무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의 관점에서 보면 노조가 합심해 한 목소리로 사측과 투쟁하는 것보다 노노 갈등으로 투쟁 동력이 분산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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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노노 갈등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2018년 5월 14대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도를 넘는 비방마저 이어지고 있다. 에쓰오일 노조 한편에선 “현 집행부가 지난해 약속한 태블릿PC 지급조차 지키지 않는 등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다른 한편에선 “전임 집행부가 2017년 사측과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에 합의한 것은 졸속 합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에쓰오일 노조는 지난해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규정에 어긋난 게시물을 올리는 조합원에 경고하고, 향후 재발시 IP(인터넷 프로토콜) 추적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결의했다. 특정인이나 특정부서에 대한 인격 모독, 유언비어 유포 등으로 노노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조합원 권익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임금 합의가 노노 갈등 불씨로
정유업계에선 에쓰오일의 노노 갈등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노사는 오랫동안 파업 한 번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해왔다”며 “노사 갈등도 아닌 노노 갈등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에쓰오일 노조 내부에선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정유사와 비교해 임단협 성과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에쓰오일이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쌓여왔던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노노 갈등은 통상임금 문제로 촉발됐다. 에쓰오일 노조 13대 집행부는 2016년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당시 60%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 노사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해를 넘겨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주된 이유가 통상임금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기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잠정합의안에 담기지 않으면서 노조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13대 집행부는 2017년 사측과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에 대해서만 합의했다. 정기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반영해 2012년 5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발생한 초과근무 수당을 재산정해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도 2015년 1월 이후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것에 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12대 집행부가 2015년 1월 사측과의 단체 협약을 통해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퇴직자와 중도 입사자에 대한 정기상여금 일할 지급조항이 삭제되고 상여금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사원에게 지급하도록 취업 규칙이 변경되면서, 2015년 1월 이후의 상여금부터 통상임금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임금 소송에 대해 판결하면서 통상임금의 조건으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을 제시했다.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에쓰오일은 중도 퇴사한 근로자나 신규 입사한 근로자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일할 계산해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의 성과나 정상 근무 등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고정성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에쓰오일 노사의 2017년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합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쪽은 “취업규칙 변경 이후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소송의 승소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사측과 소급분 지급에 합의한 것이 당시로서는 최선”이라고 항변한다. 반면 반대 쪽에선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조가 승소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통상임금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노 갈등’은 경영진에겐 꽃놀이패?
에쓰오일 노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 현 집행부가 올해 안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과 관련해 사측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의하기로 했고, 4조2교대 전환에 대한 협의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에쓰오일 노조가 노노 갈등을 끝내고 합심해 사측과의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에쓰오일 입장에선 노노 갈등을 묵인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기업 노무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의 관점에서 보면 노조가 합심해 한 목소리로 사측과 투쟁하는 것보다 노노 갈등으로 투쟁 동력이 분산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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