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현대카드, 사실상 2차 구조조정 돌입] ‘재취업 지원금’으로 3년치 연봉... 회사는 “희망퇴직 아니다”
[단독 | 현대카드, 사실상 2차 구조조정 돌입] ‘재취업 지원금’으로 3년치 연봉... 회사는 “희망퇴직 아니다”
11일 ‘강화된 CEO 플랜’ 안내… 2018년 CEO 플랜 가동 후 정규직 200명 감축 현대카드가 사실상 2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창업지원금 2배 제공, (창업)정착지원금 신설 등 ‘강화된 CEO 플랜’을 직원들에게 안내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결국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가고 있다. 창업을 원치 않는 직원에겐 퇴직금을 제외하고 평가에 따라 약 3년치 급여를 ‘재취업 지원금’으로 제공하는데, 이를 ‘희망퇴직 위로금’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 현대카드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이었다.
현대카드는 11월 11일 ‘강화된 CEO 플랜’ 언택트(동영상) 설명회 열었다고 같은 날 밝혔다. CEO 플랜은 현대카드가 2015년부터 운영하는 퇴직자 지원프로그램이다. 퇴사를 원하는 직원 중 창업에 뜻이 있는 사람에게 시장조사, 세무처리 등 사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비즈니스를 도와준다.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내지 않는 스터디카페 등을 차릴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력감축 작업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인력감축에 들어갔을 때도 CEO 플랜을 가동한 바 있다. 현대카드의 직원(정규직·계약직) 수는 2017년 2444명에서 2018년 1943명으로 500명 가까이 줄었다. 2019년에는 1844명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는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현대카드 측은 “회사차원에서 진행하는 희망퇴직은 없다. 특별히 희망퇴직 접수를 공지하지도 않았다”며 “직원들이 퇴사 문의를 하는데 회사는 퇴사 신청을 하는 직원에 한 해 지원하고 처우는 모두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CEO 플랜은 기존의 프로그램을 훨씬 강화한 버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카드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CEO 플랜을 강화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희망퇴직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카드의 인력 감축이 주목받는 건 카드업계 전체의 불황에 기업공개(IPO) 부담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IPO에 성공하려면 실적 개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인력 감축 카드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36.96%)와 기아자동차(11.48%), 현대커머셜(24.54%) 등이다. 여기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99%), 싱가포르투자청(GIC, 9%), 알프인베스트(5.01%) 등이 2017년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2021년까지 IPO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현대카드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과 함께 IPO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IPO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코로나19 등의 타격 때문에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금융업종의 회복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내년에도 IPO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현대카드가 최근 디지털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수수료, 현금서비스, 카드론이 핵심 수익사업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공동으로 상품을 설계해 운영하는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카드는 이마트, 코스트코, 배달의민족, 스타벅스 등과 제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는 정보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포트폴리오로 실적을 개선하고 IPO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PLCC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는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데이터는 차고도 넘친다. 이를 활용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빅데이터와 AI 서비스로 포장하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실상의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밝혔다. PLCC 등을 통해 회원은 늘었고, 회원 모집 비용은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수익이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을 보면 카드사들이 이익이 내고 있지만 마케팅 등 영업비용을 줄인 덕분에 나타난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현대카드의 영업수익(매출)은 2018년 기준 2조4896억원에서 2019년 2조3707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카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8년 영업수익이 3조3541억원이었는데 2019년 기준 3조2933억원으로 줄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다른 카드사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기순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효과라는 것이다.
실제 카드업계는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과 수수료율 인하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12번이나 떨어졌다. 일반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4.5%였는데 이후 계속 하락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다.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6%다.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에만 의존해서는 카드사들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사업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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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는 11월 11일 ‘강화된 CEO 플랜’ 언택트(동영상) 설명회 열었다고 같은 날 밝혔다. CEO 플랜은 현대카드가 2015년부터 운영하는 퇴직자 지원프로그램이다. 퇴사를 원하는 직원 중 창업에 뜻이 있는 사람에게 시장조사, 세무처리 등 사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비즈니스를 도와준다.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내지 않는 스터디카페 등을 차릴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력감축 작업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인력감축에 들어갔을 때도 CEO 플랜을 가동한 바 있다. 현대카드의 직원(정규직·계약직) 수는 2017년 2444명에서 2018년 1943명으로 500명 가까이 줄었다. 2019년에는 1844명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는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현대카드 측은 “회사차원에서 진행하는 희망퇴직은 없다. 특별히 희망퇴직 접수를 공지하지도 않았다”며 “직원들이 퇴사 문의를 하는데 회사는 퇴사 신청을 하는 직원에 한 해 지원하고 처우는 모두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CEO 플랜은 기존의 프로그램을 훨씬 강화한 버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카드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CEO 플랜을 강화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희망퇴직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PO 위기에, PLCC 등 사업다각화 효과 논란도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36.96%)와 기아자동차(11.48%), 현대커머셜(24.54%) 등이다. 여기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99%), 싱가포르투자청(GIC, 9%), 알프인베스트(5.01%) 등이 2017년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2021년까지 IPO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현대카드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과 함께 IPO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IPO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코로나19 등의 타격 때문에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금융업종의 회복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내년에도 IPO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현대카드가 최근 디지털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수수료, 현금서비스, 카드론이 핵심 수익사업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공동으로 상품을 설계해 운영하는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카드는 이마트, 코스트코, 배달의민족, 스타벅스 등과 제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는 정보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포트폴리오로 실적을 개선하고 IPO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PLCC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는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데이터는 차고도 넘친다. 이를 활용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빅데이터와 AI 서비스로 포장하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실상의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밝혔다. PLCC 등을 통해 회원은 늘었고, 회원 모집 비용은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수익이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수수료율인하·실적부진에 인력 줄여 실적 개선?
실제 카드업계는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과 수수료율 인하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12번이나 떨어졌다. 일반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4.5%였는데 이후 계속 하락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다.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6%다.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에만 의존해서는 카드사들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사업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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