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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기차 해일’ 온다] ‘전용 전기차’ 줄줄이 내놓는 완성차업계… 강화되는 규제가 속도 높여

[2021년 ‘전기차 해일’ 온다] ‘전용 전기차’ 줄줄이 내놓는 완성차업계… 강화되는 규제가 속도 높여

유럽 중심으로 성장 가속화 전망… 한국은 HEV 지원으로 역주행
현대 아이오닉5 티저
자동차업계는 2021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전용 플랫폼을 이용해 본격적인 전기차 대량생산을 시작하는 시점인데다, 주요 시장 곳곳에서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는 환경 규제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의 판매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승용차·소형상용차 기준) 판매량은 2018년까지 매년 60% 이상 성장해 2018년 200만대를 돌파했다. 그런데, 2018년 이후 성장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2018년 209만대를 기록한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17만대, 2020년 228만대(추정)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8년 이후 테슬라가 모델3 보급을 늘린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차 보급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테슬라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50만대에 달한다.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신차 ‘홍수’
폴크스바겐 ID3, ID4 / 사진:폴크스바겐
2021년을 기점으로 전기차의 보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여기서 시작한다. 약 2년간 잠잠했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대추격을 준비해왔다. 내연기관 차량 설계에 전기차 부품을 욱여넣은 것이 아니라, 전기차를 위한 전용플랫폼을 통해 설계한 차다. 생산 또한 전기차 전용 라인에서 이뤄진다. 전기차의 ‘대량 생산’이 본격화 된다는 얘기다. 다양한 차종이 출시되는 것은 물론 전기차의 생산비용이 낮아져 가격이 인하된다.

글로벌 자동차 ‘빅3’의 움직임을 보면 이는 선명해진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말 ID.4 퍼스트 에디션을 유럽·미국·중국 시장에 출시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형 모델 판매에 나선다. ID.4는 폴크스바겐의 MEB 플랫폼이 적용된 첫 전기차다.

최근 공개된 보급형 모델(ID.4 Pro)의 판매 가격은 이미 테슬라 모델3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올해 중반부터 미국에 출고되는 ID.4 pro의 판매가격(권장소비자가격·MSRP)은 3만9995달러로 모델3의 엔트리 모델인 스탠다드레인지플러스(3만6490달러)보다는 비싸지만 배터리 용량이 비슷한 모델3 롱레인지(4만5490달러)보다는 5000달러 이상 저렴하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도 올해 쉐보레 볼트 EV의 부분변경 모델과 볼트 EUV를 내놓는다. 볼트EUV는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이 첫 적용된 차다. 볼트EUV 역시 엔트리 모델 기준 4만 달러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소비자 선호가 높은 SUV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델3와 비등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셈이다.

그동안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HEV)에 집중해온 도요타마저도 올해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 BEV로의 진입은 늦었지만 생산 효율에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도요타는 이달 중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출시할 차종들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속속 내놓는다.

빠르면 오는 2월 공개될 아이오닉5가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첫 차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가격은 엔트리 모델 기준 5000만원 수준. 한국 시장에서 모델3(5479만원부터)보다 저렴하다. 현대차의 이전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전용 전기차로서 압도적인 공간과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요인은 충분하다. 기아차도 올해 이매진(개발명 CV)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차를 출시한다. E-GMP를 기반으로 크로스오버 디자인을 채택한 차다.

고급차 브랜드도 전기차 전용모델을 속속 내놓는다. 현대차그룹 제네시스는 올해 E-GMP 기반의 전기차 JW(개발명)을 준비하고 있으며, 폴크스바겐 그룹은 아우디와 포르셰 등 고급브랜드를 위한 별도의 전기차 플랫폼 ‘PPE’ 기반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EQA, EQS를 선보인다. 앞서 GLC 기반으로 개발해 내놓은 EQC와 달리 전기차 전용인 ‘MEA’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다. BMW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설계한 iX를 선보인다. 전기차 돌풍의 주인공 테슬라는 지난해 출시한 모델Y의 판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판매 모델들의 가격 인하를 계속 추진한다.

2021년은 시작에 불과하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에 나선 글로벌 브랜드는 ‘전기차’를 미래방향성으로 설정하고 멀지않은 미래에 수많은 전기차를 쏟아낸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을 통해 개발·생산비용이 낮아져 전기차의 가격 하락도 급격히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2025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GM은 바뀐 회사의 로고에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을 형상화하는 등 전기차로 완전히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폴크스바겐은 2019년 이미 “2028년까지 70종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현대·기아차도 2025년까지 전기차 27종(현대차·제네시스 16종, 기아차 14종)을 내놓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과)는 “기존 완성차 브랜드가 내놓은 전기차 모델들은 내연기관 파생모델들이 주를 이뤄 소비자 관점에서도 전기차로서 특화 요소가 적었다”며 “전용 플랫폼으로 전기차만의 특화된 요소를 살리면 판매가 급격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본격화가 전기차 ‘쾌속 성장’ 촉진
2021년은 글로벌 주요 시장의 정부가 자동차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해라는 점에서 전기차의 성장이 분명해 보인다. 전기차는 규제를 먹고 자라는 산업이다.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는 전 지구적으로 가장 큰 이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은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완성차 회사들에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출시하는 자동차의 주행거리당 CO2 배출량을 평균 내 규제하는 ‘배출총량규제(연비규제)’와 판매하는 차 중 일정 비율을 전기차로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전기차의무보급규제’가 대표적이다.

배출총량규제가 가장 강력하게 진행되는 시장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20년부터 EU 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회사에 판매 차량의 평균 배출량을 1㎞당 95g으로 맞출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많게는 수조원 수준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 적극적인 전동화 정책을 추진한 폴크스바겐조차 이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FCA그룹은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테슬라에 돈을 지불하며 배출가스 평균을 함께 산정하는 ‘풀링’을 구성했다. 사실상 테슬라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한 셈이다.

진정한 의미의 ‘㎞당 95g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건 올해부터다. 2020년은 일종의 계도기간이었다. 여기에 측정 기준도 2021년부터 국제표준(WLTP) 방식으로 변경된다. 기존 유럽표준(NEDC)보다 실도로 주행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CO2 배출량 50g/㎞ 이하 차량에 줬던 혜택도 축소한다. 결국 이대로라면 올해 배출가스 총량을 맞출 수 있는 건 테슬라뿐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시각이다. 규제 달성이 아니라 벌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완성차업체들은 최대한 많은 BEV를 팔아야한다.

트럼프 정부의 친환경 역행 정책으로 환경규제를 느슨하게 바꿨던 미국 시장도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규제 강화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적어도 오바마 정부의 목표치 수준의 규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미국·중국 시장의 총연비규제는 대배기량 차량 개발을 자제해온 브랜드에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규제 달성이 어려워지는 건 유럽”이라며 “대부분 브랜드가 딜러망을 통해 많은 할인율을 제공해 판매 늘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전기차 의무보급’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판매차량의 14%에 해당하는 신에너지차(NEV) 크레딧을 채울 것을 의무화했는데, 기존 최대 5대(전기차 1대를 판매하면 전기차 5대로 봄)로 인정되던 순수전기차(BEV)의 크레딧을 3.4대로, PHEV는 기존 2대에서 1.6대로 낮췄다.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선 결국 더 많은 EV를 판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일부 주에서 전기차 의무보급제도를 시행 중인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이 제도가 연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U는 아직 친환경차 의무보급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2025년 ‘인센티브’ 형식으로 도입을 예고했다.
 모든 HEV에 인센티브 주며 ‘후진’하는 한국
이런 가운데 국내시장의 규제는 전기차 보급과는 사실상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8월 말 행정예고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평균배출 기준은 97g/㎞로 EU만큼이나 강하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유럽처럼 BEV의 확대 보급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HEV에 대한 혜택을 키워 제조사들의 대응을 쉽게 해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그간 배출량이 50g/㎞ 미만인 HEV(PHEV포함) 차량에 대해 이를 2대의 판매로 인정해 평균값을 계산했는데, 이번 행정예고안에선 배출량과 관계없이 HEV 차량은 모두 2대의 판매로 인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에는 사실상 PHEV 일부 차종만 ‘친환경차 판매’로 인정돼 혜택의 대상이었던 반면, 이제 모든 HEV가 혜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도요타처럼 HEV 차량판매가 많은 브랜드의 경우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늘릴 필요가 없어졌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규제 달성 어려움에 대한 완성차 제조사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고, 환경적 측면에서도 HEV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일부 수입브랜드가 내놓는 ‘마일드HEV’를 HEV로 볼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친환경차 의무보급 제도는 우리나라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행정예고된 기준은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고, 2024년에 평가 및 보완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해당 시점에 규제의 영향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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