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은 실험실, 정용진 부회장의 빅피처는?] 강화하는 ‘필드 경영’, 화성국제테마파크를 보다
[야구장은 실험실, 정용진 부회장의 빅피처는?] 강화하는 ‘필드 경영’, 화성국제테마파크를 보다
2026년 완성형 테마파크 오픈 목표… ‘경험’ 제공하고 ‘시간’ 얻어라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바꾸는 담대한 사고를 해야 한다”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필드(field)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그룹의 장점인 오프라인 사업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특화해 기업의 차별화된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사업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오프라인 사업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스타필드-신세계야구장-신세계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이른바 ‘신세계 필드 경영’으로 해석된다. 1월 26일 신세계그룹은 SK텔레콤으로부터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SK와 이번스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데 쓴 금액은 1352억8000만원이다. 신세계 측은 “야구 팬 다수가 온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야구장에 스타벅스·이마트·일렉트로마트 등 신세계 유통 점포들을 입점 시키면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나 SSG닷컴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수단 정도로 야구단을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 매출 규모가 16조원을 웃도는 기업이 야구장 매출로 얻는 수익에 큰 영향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월 13일 이마트가 공개한 2020년 별도 기준 잠정 매출액은 15조5354억원에 달한다. 반면 SK와 이번스의 2019년 매출액은 561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받기 전 실적이다. 이중 335억원은 SK 등으로부터 받은 광고 수익이었다. 그럼에도 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스타벅스나 이마트24 등 점포 몇 개를 야구장에 넣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태윤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업이 특정 지역에 진출해 매출 증대 효과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 프로야구 초기 시절 롯데자이언츠나 해태타이거즈가 경쟁할 때 두 유통기업이 그런 효과를 본 것은 맞지만, 지금은 야구단 인수로 매출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신세계가 유통기업인 만큼 소비자와 보다 가까운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야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브랜드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야구단 인수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야구장이 신세계그룹 체험형 복합 테마파크의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스포츠구단 운영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신세계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알려진 기업”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쇼핑과 테마파크를 결합하는 전략을 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색다른 체험을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이를 통해 소비로 이어지는 경험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SSG닷컴 등 온라인 사업 강화는 숙명이 됐지만, 신세계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사업을 특화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소비자의 ‘경험’과 ‘시간’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신세계가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소비자가 이를 체험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소비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의 핵심 사업장인 이마트는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왔다. 단순 쇼핑매장인 이마트에서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만들었고, 체험형 가전 전문전 일렉트로마트도 선보였다.
일렉트로마트는 ‘남자들의 놀이터’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성인 남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판매 상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매장이 아니라 드론, RC카 시연과 체험이 가능하게 꾸민 전략이 통했다. 쇼핑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남성들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층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후 부산 센텀점에 수제맥주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일렉트로 바’를 오픈하는 등 변형된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모델이 스타필드다. 스타필드는 백화점, 창고형 할인매장, 명품 브랜드샵부터 엔터테인먼트, 휴식공간까지 갖춘 복합쇼핑몰이다. 신세계그룹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쇼핑의 경험을 제공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2016년 6월 하남 스타필드 개장을 앞두고 정용진 부회장은 “고객들은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곳을 찾아가 오랜 시간 머물며 상품뿐만 아니라 가치를 얻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필드는 일상을 벗어나 여유롭고 생동감 넘치고 색다른 특별한 하루의 경험이 펼쳐지는 곳으로 고객들에게 놀라움으로 가득한 하루(What a wonderFULL day)를 선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 스타필드 고양, 스타필드 안성을 잇달아 개관하며 새로운 쇼핑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스타필드 대표지점은 4곳으로 경기 하남·고양·안성과 서울 코엑스점이 있다. 스타필드 하남은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로 쇼핑과 레저 등 체류형 쇼핑몰의 개념을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필드 하남 방문객 평균 체류 시간은 5.5시간(주차 시간 기준)으로 나타났다. 기존 복합쇼핑몰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필드 시티점은 경기 위례, 부천, 부산 명지점이 있다. 스타필드 지점 면적이 24만~46만㎡(코엑스점 제외)에 달하는데 비해 스타필드 시티점은 10만~16만㎡수준이다.
정연승 교수는 “쇼핑은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결합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크로스 마케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 프로 스포츠구단이나 이들과 연계한 시설을 참고하면 한국도 이와 비슷한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쇼핑센터가) 도심 외곽으로 나갈 경우 소비자가 스쳐 지나가는 시설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며 “큰 틀에서 신세계가 운영하는 야구장이나 테마파크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홈구장 이름을 살펴보면 파크(Park)나 필드(Field)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례가 많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퍼시픽 벨 파크, 휴스턴의 엔론 필드, 텍사스 레인저스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 등이 있다. 이 구장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텔, 대형쇼핑 단지, 레스토랑 등을 끼고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일본의 프로야구단 라쿠텐 골든이글스도 비슷하다.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라쿠텐’이 소유하고 있다. 라쿠텐은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이치바( 天市場)를 운영하는 유통 기업이기도 하다. 라쿠텐은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구장 바깥에 ‘스마일 글리코 파크’라는 대규모 놀이동산을, 야구장 안에는 숙박시설을 짓기도 했다.
야구장이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나 쇼핑 장소가 아니라 복합 테마파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신세계그룹이 그리는 비전도 여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용진 부회장이 과거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고려하면 야구장을 테마파크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세계그룹이 장기적으로 돔구장을 포함한 다목적시설 건립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인천에는 ‘스타필드 청라’ 착공을 준비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스타필드 청라를 야구장이 포함된 복합 테마파크로 만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를 확대하고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 스타필드 청라와 연계해 새로운 야구장을 짓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신세계 필드의 완성형에 가깝다. 경기도 화성시에 짓는 이 테마파크는 4조570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다. 면적은 418만9000㎡(약 127만평)에 달한다. 올 2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6년에 부분 개장, 2031년에 완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주요시설로 테마파크, 호텔, 골프장, 상업시설 등이 지어질 예정이지만, 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화성테마파트 사업자인 주식회사 신세계화성(Shinse gae Hwaseong Inc.)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사업목적을 살펴보면 테마파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관광 숙박시설, 캠핑장을 포함해 경기장(경마장, 자동차 경주장, 육상 경기장 등), 테마파크, 동물원, 의료보건 서비스, 카지노까지 신세계그룹은 거의 모든 유형의 여가시설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세계화성은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 건설이 지분을 각각 90%, 10% 보유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9년 11월 화성 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신세계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테마파크가 향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콘텐트 사업을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정 부회장이 소비자의 경험과 시간을 빼앗는 유통시장의 경쟁상대로 테마파크와 야구장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결국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사업과도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신세계그룹은 260억원을 출자해 영상 콘텐트 제작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는 등 미디어커머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기반으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온라인 방송으로 실시간 판매하는 방식)나 간접광고(PPL)보다 진화한 드라마 커머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 화성테마파크 사업목적 가운데 영화·비디오 제작 및 상영업, 방송프로그램 제작 관련 서비스업, 프로그램 공급업 등도 포함돼 있다.
이현주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본지와 통화에서 “드러그 스토어나 삐에로쑈핑 등 신세계의 사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 새로운 것을 가장 먼저 도입해보고 시도한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며 “스타필드, 테마파크, 야구단 인수도 큰 맥락에서 이미지 제고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화성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연간 관광객 1500만명이 예상되고, 직접 고용 1만여명, 파급효과 5만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론, 예상할 수 없는 외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테마파크 이용객이 줄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위 테마파크로 꼽히는 에버랜드의 지난 3년 연간 방문객 수는 839만명에서 614만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월드 이용객도 791만명에서 572만명까지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자는 늘고 있다. CJ그룹은 경기도 고양시와 한류 콘텐트를 활용한 테마파크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컬처밸리는 놀이시설과 공연장, 한류 콘텐트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호텔 등 숙박시설을 포함할 계획이다. 2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첨단 공연장 ‘아레나’ 건설 계획도 세웠다. 롯데그룹도 초대형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롯데월드 매직포레스트)’을 건설 중이다. 잠실 롯데월드의 4배 규모로 부산에 지어지는 이 테마파크는 올해 개장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의 화성 테마파크가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 테마파크와의가에서 건설 중인 테마파크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일본은 도쿄 디즈니랜드를 확장하고 있고. 슈퍼 닌텐도 월드도 개장할 계획이다. 중국 베이징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선다.
관광객을 끌어들일 여건을 갖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처럼 전염병 문제로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되고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 테마파크 사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랜드그룹이 제주도에서 추진하던 테마파크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은 것도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이었다. 이랜드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30만평 부지에 복합엔터테인먼트 공원, 케이팝 공연장, 국제컨벤션센터와 외국인 전용 노블빌리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갈등을 겪으며 이랜드의 중국 사업이 타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초대형 테마파크가 지어지면 돈으로 계산하기 힘든 유무형의 가치가 생기겠지만,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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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필드(field)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그룹의 장점인 오프라인 사업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특화해 기업의 차별화된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사업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오프라인 사업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스타필드-신세계야구장-신세계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이른바 ‘신세계 필드 경영’으로 해석된다.
야구단 인수, 소비자 경험·시간 공략 포석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나 SSG닷컴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수단 정도로 야구단을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 매출 규모가 16조원을 웃도는 기업이 야구장 매출로 얻는 수익에 큰 영향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월 13일 이마트가 공개한 2020년 별도 기준 잠정 매출액은 15조5354억원에 달한다. 반면 SK와 이번스의 2019년 매출액은 561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받기 전 실적이다. 이중 335억원은 SK 등으로부터 받은 광고 수익이었다. 그럼에도 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스타벅스나 이마트24 등 점포 몇 개를 야구장에 넣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태윤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업이 특정 지역에 진출해 매출 증대 효과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 프로야구 초기 시절 롯데자이언츠나 해태타이거즈가 경쟁할 때 두 유통기업이 그런 효과를 본 것은 맞지만, 지금은 야구단 인수로 매출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신세계가 유통기업인 만큼 소비자와 보다 가까운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야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브랜드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야구단 인수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야구장이 신세계그룹 체험형 복합 테마파크의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스포츠구단 운영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신세계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알려진 기업”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쇼핑과 테마파크를 결합하는 전략을 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색다른 체험을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이를 통해 소비로 이어지는 경험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SSG닷컴 등 온라인 사업 강화는 숙명이 됐지만, 신세계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사업을 특화하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소비자의 ‘경험’과 ‘시간’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신세계가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소비자가 이를 체험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소비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의 핵심 사업장인 이마트는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왔다. 단순 쇼핑매장인 이마트에서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만들었고, 체험형 가전 전문전 일렉트로마트도 선보였다.
일렉트로마트는 ‘남자들의 놀이터’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성인 남성들의 관심을 끌었다. 판매 상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매장이 아니라 드론, RC카 시연과 체험이 가능하게 꾸민 전략이 통했다. 쇼핑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남성들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층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후 부산 센텀점에 수제맥주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일렉트로 바’를 오픈하는 등 변형된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마트-스타필드-야구장-화성테마파크 ‘신세계 필드’
2016년 6월 하남 스타필드 개장을 앞두고 정용진 부회장은 “고객들은 이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곳을 찾아가 오랜 시간 머물며 상품뿐만 아니라 가치를 얻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필드는 일상을 벗어나 여유롭고 생동감 넘치고 색다른 특별한 하루의 경험이 펼쳐지는 곳으로 고객들에게 놀라움으로 가득한 하루(What a wonderFULL day)를 선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 스타필드 고양, 스타필드 안성을 잇달아 개관하며 새로운 쇼핑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스타필드 대표지점은 4곳으로 경기 하남·고양·안성과 서울 코엑스점이 있다. 스타필드 하남은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로 쇼핑과 레저 등 체류형 쇼핑몰의 개념을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필드 하남 방문객 평균 체류 시간은 5.5시간(주차 시간 기준)으로 나타났다. 기존 복합쇼핑몰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필드 시티점은 경기 위례, 부천, 부산 명지점이 있다. 스타필드 지점 면적이 24만~46만㎡(코엑스점 제외)에 달하는데 비해 스타필드 시티점은 10만~16만㎡수준이다.
정연승 교수는 “쇼핑은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결합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크로스 마케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 프로 스포츠구단이나 이들과 연계한 시설을 참고하면 한국도 이와 비슷한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쇼핑센터가) 도심 외곽으로 나갈 경우 소비자가 스쳐 지나가는 시설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며 “큰 틀에서 신세계가 운영하는 야구장이나 테마파크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日 유통기업 라쿠텐, 홈구장에 놀이동산·숙박시설 운영
야구장이 단순한 스포츠 시설이나 쇼핑 장소가 아니라 복합 테마파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신세계그룹이 그리는 비전도 여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용진 부회장이 과거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고려하면 야구장을 테마파크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세계그룹이 장기적으로 돔구장을 포함한 다목적시설 건립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인천에는 ‘스타필드 청라’ 착공을 준비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스타필드 청라를 야구장이 포함된 복합 테마파크로 만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를 확대하고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 스타필드 청라와 연계해 새로운 야구장을 짓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세계그룹이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신세계 필드의 완성형에 가깝다. 경기도 화성시에 짓는 이 테마파크는 4조570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이다. 면적은 418만9000㎡(약 127만평)에 달한다. 올 2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6년에 부분 개장, 2031년에 완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주요시설로 테마파크, 호텔, 골프장, 상업시설 등이 지어질 예정이지만, 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화성테마파크, 놀이공원·카지노·방송콘텐트 제작까지
일각에서는 이 테마파크가 향후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콘텐트 사업을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정 부회장이 소비자의 경험과 시간을 빼앗는 유통시장의 경쟁상대로 테마파크와 야구장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결국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사업과도 겹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신세계그룹은 260억원을 출자해 영상 콘텐트 제작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는 등 미디어커머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기반으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온라인 방송으로 실시간 판매하는 방식)나 간접광고(PPL)보다 진화한 드라마 커머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 화성테마파크 사업목적 가운데 영화·비디오 제작 및 상영업, 방송프로그램 제작 관련 서비스업, 프로그램 공급업 등도 포함돼 있다.
이현주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본지와 통화에서 “드러그 스토어나 삐에로쑈핑 등 신세계의 사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 새로운 것을 가장 먼저 도입해보고 시도한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며 “스타필드, 테마파크, 야구단 인수도 큰 맥락에서 이미지 제고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화성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연간 관광객 1500만명이 예상되고, 직접 고용 1만여명, 파급효과 5만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론, 예상할 수 없는 외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테마파크 경쟁, 외교 등 변수도 대비해야
이런 상황에서 경쟁자는 늘고 있다. CJ그룹은 경기도 고양시와 한류 콘텐트를 활용한 테마파크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컬처밸리는 놀이시설과 공연장, 한류 콘텐트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호텔 등 숙박시설을 포함할 계획이다. 2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첨단 공연장 ‘아레나’ 건설 계획도 세웠다. 롯데그룹도 초대형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롯데월드 매직포레스트)’을 건설 중이다. 잠실 롯데월드의 4배 규모로 부산에 지어지는 이 테마파크는 올해 개장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의 화성 테마파크가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 테마파크와의가에서 건설 중인 테마파크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일본은 도쿄 디즈니랜드를 확장하고 있고. 슈퍼 닌텐도 월드도 개장할 계획이다. 중국 베이징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선다.
관광객을 끌어들일 여건을 갖춘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처럼 전염병 문제로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되고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 테마파크 사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랜드그룹이 제주도에서 추진하던 테마파크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은 것도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이었다. 이랜드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30만평 부지에 복합엔터테인먼트 공원, 케이팝 공연장, 국제컨벤션센터와 외국인 전용 노블빌리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갈등을 겪으며 이랜드의 중국 사업이 타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초대형 테마파크가 지어지면 돈으로 계산하기 힘든 유무형의 가치가 생기겠지만,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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