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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금리 상승과 유동성장세의 마무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금리 상승과 유동성장세의 마무리

아직 시작되지 않은 실적 장세… 당분간 매수 미뤄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이사회 의장 / 사진:AP=연합뉴스
미국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 우선 시중에 돈이 많아져 주가를 끌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은 2021년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2분기에 기저효과로 물가가 3%까지 오른 후 빠르게 내려간다면 그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하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문제가 다르다. 연준의 통화정책의 내용이 바뀔 수밖에 없어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의회 연설을 통해 3년내 인플레이션의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도 경기회복 과정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이 전망에 반기를 들었다. 연설이 끝난 다음날 미국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10% 올랐고, 나스닥이 4% 넘게 하락해 투자자들이 연준의 생각을 믿지 않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2020년 3월에 유동성장세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시장이 연준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연준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주식 시장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에서는 2%대 물가 상승도 부담이 된다. 2020년에 물가가 낮았던 영향으로 2021년에는 높은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하반기에 서비스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월에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상승했다. 상품관련 물가가 1.7% 오르는 동안, 서비스물가는 1.3% 상승에 그쳐 둘의 격차가 컸다. 서비스물가 안정이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한 건데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지면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생산 부분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 1월 미국의 제조업 생산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8% 줄었다. 10년 평균 증가율 0.6%에 미달하는 수치다. 반면 제조업 설비가동률은 75.2%로 10년 평균 74.9%를 웃돌았다. 가동률이 높아 하반기에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도 대응이 쉽지 않아 그 만큼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파월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은 경제 성장과 고용 회복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인플레이션 심리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전무한 상태여서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1.5%를 넘지 않을 걸로 봤었다. 이 전망은 이미 무너졌다. 2월말에 1.5%를 넘었기 때문인데 금리에 대한 적응력이 커진 후 올해 내에 2%에 도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걸로 전망된다. 시중금리 상승은 시장을 끌고 왔던 ‘저금리-고유동성’ 구조의 종식을 의미한다. 주가도 높아 더 이상 돈의 힘만으로 주가가 끌어올리기 힘들다. 이제는 유동성장세 이외에 다른 동력이 필요해졌다. 시장은 실적 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는 금융완화 정책과 경제회복 기대가 함께 어우러져 주가가 오르는 상황을 말한다. 이 때에는 장기금리 하락과 경제성장률 상승이 동시에 발생한다. 2002-2004년이 그런 경우였다. 911테러 이후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자 시중 금리가 7%대에서 5%대로 하락했다. 성장률은 반대로 2%대에서 3%대로 상승했는데, 기간 중 코스피가 500에서 두 배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3월 이후도 비슷한 형태였다.

실적 장세는 금리 동결과 유동성 공급 중단으로 추가 금융완화가 없지만 직전에 시행했던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경기가 좋아질 때 나온다.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 중 시장금리는 주가에 부정적이지만 성장률이 높고, 기업실적이 좋아 금리의 영향력을 압도하면서 주가가 오른다. 2004-2006년이 실적 장세에 해당했다. 시중금리가 3.9%에서 시작해 5.2%로 높아졌지만 중국 특수로 성장률이 5%로 치솟으면서 코스피가 크게 상승했다. 실적 장세는 금리가 완만하게 오를 경우 더 뚜렷해지는데, 금리와 주가가 동반 상승한다는 분석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아직 유동성장세가 실적 장세로 바뀌었는지 불분명하다. 실적 장세를 기대하는 쪽에서는 2020년 하반기 이후 기업 이익이 50% 가까이 늘었고, 2021년도 그 추세가 이어질 거란 점을 들고 있다. 반대로 실적 장세를 의심하는 쪽은 유동성장세 때에 주가순이익배율(PER)이 전례없이 높아질 정도로 주가가 반응했기 때문에 추가로 올라갈 공간이 없다는 점을 장애요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1~2월같이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실적 장세의 폭과 기간이 빠르게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은 양쪽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2월 마지막 날에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그 영향으로 상반기 미국경제는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1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5.3% 늘어난 상태에서 개인에 보조금까지 지급돼 소비지출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13.7%였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인데, 코로나19 구호법으로 국민 1인당 600달러의 직접 지원금이 지급되면 저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민간부문의 자생적 회복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과도한 부채부담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고용시장 회복에 시간이 걸리면 정부의 소비부양효과도 덩달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 경기가 예상보다 더 좋아지지 않으면 기업실적 회복도 약해진다. 유동성장세 때에 주가가 너무 올라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 않는 한 주식시장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해 실적 장세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매수 미루고 주식 보유 비중을 줄여야
3월은 유동성장세가 끝났지만 실적 장세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기간이다. 시장을 끌고 갈 동력이 마땅치 않아 코스피가 3200을 넘기는 힘들 걸로 전망된다.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으로 3000이 붕괴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일시적이고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좁은 폭 내에 갇힘에 따라 종목별 움직임이 두드러질 걸로 보인다. 금리 상승으로 미국 대형 기술주 주가가 하락했다. 애플과 아마존은 2020년 12월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이미 기업실적이 최대로 반영됐기 때문에 대형주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기 힘들다. 우리 시장에서도 대형주주가 하락이 예상된다.

지난 1년간 시장을 끌고 온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해졌다. 그 영향으로 LG화학, LG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기업의 주가가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대세 상승 와중에 좀처럼 나오지 않는 하락률을 기록한 건데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직전 고점을 넘기 힘들 것이다. 이를 대신해 반도체 등이 오를 수 있지만 산발매여서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시장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포착되는 만큼 매수를 미루고 지켜보는 게 좋은 상황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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