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연금 2.0 시대, ‘예금’에서 ‘투자’로 체질 개선 [이병희의 연금술사]
- 7월 의무화 가이드라인 발표
수익률 하위 상품 퇴출…‘수급권·수익성’ 함께 노린다
고위험 경쟁 심화 우려, 증시 침체 시 심각한 타격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7월까지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의 세부 청사진을 마련하며 수익률이 낮은 상품은 시장에서 과감히 퇴출하겠다는 초강수를 두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공적 연금의 한계를 체감한 정부가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을 실질적인 ‘노후 사다리’로 재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정부가 퇴직연금 의무화에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구 노령연금)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퇴직연금이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6년 기준 국내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5% 수준입니다.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의 도입률은 23.2%로 대기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기존 퇴직금 제도는 기업 내부 적립 방식이라 기업이 도산하면 근로자가 돈을 받지 못할 위험도 컸습니다. 그런데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에 사외 적립하도록 하여 수급권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부는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재정·세제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익률 낮으면 퇴출"…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강력한 메스
핵심은 단순히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익률’을 내지 않으면 퇴직연금으로 개인의 노후 사각지대 보완이라는 과제를 완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오는 7월부터 수익률이 부진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을 퇴출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일정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미흡 상품에는 가입 중지나 퇴출 등 불이익을 줘 질적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10년간 전체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2.4%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2.05%)과 비슷했고 예금 금리와도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미국의 ‘401(k) 제도’는 확정기여(DC)형 제도의 세계적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 정부가 지향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미국 401(k) 가입자들은 자산의 약 75%를 주식 관련 자산에 투자하며 장기 자본 증식에 집중합니다. 반면 한국은 적립금의 80% 이상이 2%대 저수익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어 자산 축적 효율성이 매우 낮습니다.
미국 퇴직연금이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미국의 적격 사전지정운용상품(QDIA)은 타겟데이트펀드(TDF) 등 위험 자산이 포함된 분산 투자 상품만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원칙적으로 제외합니다. 반면 한국은 초저위험 상품이라는 명목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시켜 적립금의 80%가 다시 이곳으로 쏠리는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퇴직연금을 단순한 ‘저축’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퇴직연금이 일하는 국민 모두의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으로서 기능을 강화하도록 7월까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제도 개선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위험 고수익 상품 경쟁 유도…증시 불황에 막대한 타격 우려도
우려할 점도 있습니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기초 체력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USD)를 보유한 국가로 전 세계 자본이 집중되는 나라입니다.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신뢰가 있다는 겁니다. 반면 한국 시장은 대외 변수에 취약한 신흥국 시장의 특성을 지닙니다. 최근 코스피(KOSPI)가 6000선을 넘나드는 등 증시가 살아났지만, 큰 변동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원금 손실을 극도로 꺼리는 가입자들이 적립금의 82.6%를 원리금 보장 상품에 넣어둔 것도 이런 시장 불신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정부는 수익률이 낮은 상품을 퇴출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자칫 가입자의 위험 회피 성향을 무시한 ‘강제적 위험 노출’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익률 순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무리하게 고위험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시장 폭락기에 가입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퇴직연금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제도의 단순 복제를 넘어, 한국 증시의 투명성 제고와 주주 환원 강화 등 ‘국장’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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