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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고위공직자 재산 분석- 비상장 주식/ 액면가 7억, 실은 34억

공직자들의 ‘비상장주’ 실체…평가기준 실거래가로 바뀌자 가치 ‘껑충’

정기재산변동사항을 살펴보는 인사혁신처 직원들.
 
‘떡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속담이 틀리지 않았다.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3명 중 2명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가 비상장 주식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2021 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을 토대로 청와대를 포함한 중앙부처 18부 17청 5처 소속 고위공직자 683명의 재산 변동 내역을 전수 분석봤다. 
 
그 결과, 본인이나 직계가족 명의로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는 총 91명으로 집계됐다. 직계존비속 포함 주식(상장·비상장)을 보유한 공직자는 총 380명이다. 주식 보유자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공직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비상장 주식 실제 가치 따져보니 88억 더 많아  

 
비상장 주식 보유자 91명 가운데 상장 주식과 비상장 주식을 모두 보유한 자는 총 62명, 비상장 주식만 갖고 있는 자는 총 29명이었다. 91명의 공직자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의 총액은 약 193억원(2020년 재산신고 기준)이었다. 이는 2019년에 신고한 종전가액(약 104억원)보다 88억원이나 증가한 금액이다.  
비상장 주식 규모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평가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비상장 주식은 액면가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실제 가치에 가깝도록 지난해 6월 공직자윤리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실거래가 산정이 어려우면 상속세·증여세법에서 사용하는 산식(1주당 당기순이익가치의 3/5배 + 1주당 순자산가치의 2/5배)을 적용한다.  
 
이처럼 평가 방식이 변경된 데에는 공직자들의 불투명한 비상장주식 보유가 도마 위에 오른 탓이 크다. 2016년, 진경준 당시 검사장은 비상장이던 넥슨 주식을 대거 매입, 처분하는 방식으로 1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2017년에는 이유정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비상장 주식 투자로 거액의 이익을 거둔 것과 관련해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며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이에 공직자의 비상장주식을 보다 투명하게 신고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신고 방식이 바뀌게 됐다.  
 
 
이번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을 보면 비상장 주식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기술원(IBS)의 노도영 원장이었다. 노 원장 본인과 배우자·장녀·차남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약 1억3000여만원이다.
  
그에 비해 노 원장과 그의 배우자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은 약 34억2000여만원에 달했다. 노 원장 부부는 태영레저산업 비상장 주식을 각각 4만, 3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의 종전가액은 약 7억원이었다. 주식 가액이 27억원 넘게 증가한 것에 대해 노 원장은 “비상장 주식 신고 방법이 액면가에서 평가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다음으로 비상장 주식 재산을 많이 보유한 자는 임준택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이다. 공직자 주식 부자 2위(약 35억원)에도 꼽혔던 그가 갖고 있는 비상장 주식 규모는 약 13억원이다. 임 회장은 비상장 주식인 대진어업㈜(2만5000주)와 미광냉동주식회사(1만7500주)를 갖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임 회장 일가가 모두 해당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의 배우자는 대진어업㈜ 4000주, 미광냉동주식회사 2만2500주를, 차남은 대진어업㈜ 500주, 미광냉동주식회사 5000주를 쥐고 있다. 임 회장 일가가 소유한 전체 주식 규모는 약 35억원, 이 중 비상장 주식은 약 31억2000여만원이다. 주식 보유액이 늘어난 것에 대해 임 회장은 “상장주식 시세와 비상장주식 평가액을 반영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명우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는 약 20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지사는 한미지오텍 주식회사 12만6000주를, 배우자도 같은 회사 주식 1만8000주를 갖고 있었다. 이 지사 배우자는 2억원 규모의 상장 주식도 보유 중이다.
  

온 가족이 같은 회사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기도  

 
116억원 재산을 신고한 이강섭 법제처장은 18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 이 처장은 ㈜한건 1만4000주, 한겨레신문사 주식회사 200주 등 7억7000만원 규모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 처장의 배우자는 총 7개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이 처장이 보유한 ㈜한건 주식(1만5000주)도 포함돼 있다. 해당 비상장 주식 규모는 약 9억3000만원이다. 이 처장의 차녀도 ㈜한건 주식(3000주) 포함 약 1억6000만원 어치의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 주식과는 별개로 이 처장과 배우자, 차녀가 9억원에 가까운 브라질 국채(339만2000주)를 갖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배우자가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 규모가 17억원이었다. 이 이사장과 배우자는 보유 중이던 ㈜삼원밀레니어 4만7000주를 모두 팔았다. 대신 배우자가 주식회사 삼원밀레니어 주식 9만주를 새로 취득했다. 이 규모가 약 17억원이다. 이 이사장의 배우자는 SK네트웍스(5430주)·대우조선해양(150주) 등 약 3억원가량의 상장 주식도 갖고 있다.
 
비상장 주식 보유 상위 5명은 주식 부자 상위 10명 안에도 포함됐다. 이들이 상위 10명 안에 든 데에는 비상장 주식의 영향이 컸다. 주식 부자 2위를 기록한 임준택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의 보유 주식 금액은 약 35억8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비상장 주식은 31억2000만원이다. 3위에 오른 노도영 기초과학기술원(IBS) 원장도 비슷하다. 노 원장의 보유 주식 총액은 35억6000만원이다. 이 중 비상장 주식은 34억2000만에 이른다. 이명우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도 신고한 주식 22억1000만원 가운데 비상장 주식이 20억600만원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가액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주식 부자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인회 기자·신수민 인턴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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