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점포 비수도권부터 줄였다
돈 되는 서울·경기도 점포보다 비수도권 점포 축소 속도 2배↑
4대 시중은행이 비수도권 점포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점포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따져 돈이 되는 서울·경기도 점포는 남겨두는 모습이다. 이런 방식으로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최대 규모로 점포를 줄였다. 금융당국의 점포 축소 자제 권고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층 등의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4개 은행의 작년 말 점포 수는 총 3279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2개(7%) 감소했다. 2018년과 2019년엔 4대 시중은행의 점포가 각각 27개, 50개 줄었는데 작년 한 해에만 200개 넘는 점포가 사라졌다.
은행 별로 보면 같은 기간 국민은행 점포가 79개로 줄었고, 이어 하나은행(73개 감소), 우리은행(53개 감소), 신한은행(17개 감소) 순으로 점포 감축 규모가 컸다. 점포를 줄인 결과 지난해 말 국민은행의 점포 수는 총 972개, 신한은행은 860개, 우리은행은 821개, 하나은행은 65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대 규모로 점포가 줄어든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점포보다 비수도권 점포 축소에 더 매진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점포는 많은 고객을 유지하며 이익을 내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점포의 수익성이 떨어지며 더 이상 점포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각 은행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발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서울 내 점포는 총 1355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고 경기도에 소재한 점포는 747개로 같은 기간 4.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6대 광역시(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와 그 외 비수도권 지역(경상도·전라도·충청도·강원도·제주도)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점포의 평균 감소율(7%)보다 높았다. 지난해 기준 시중은행의 6대 광역시에 있는 4대 시중은행 점포는 총 668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다. 그 외 비수도권 지역은 같은 기간 10% 줄어든 487개를 기록했다. 경기도와 비교하면 비수도권의 점포 감소율은 2배 이상 높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많은 수도권 점포를 줄일 이유가 없다”며 “다만 비수도권 점포가 빠르게 줄고 있어 디지털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피해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에 대해 자제 권고를 내렸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확산으로 은행의 점포 축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마트폰 조작이 어려운 고령층 등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7월 임원회의에서 “은행들의 점포 폐쇄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은행이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보다 책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4대 시중은행은 윤 원장의 ‘점포 축소 자제 발언’에도 점포를 계속 통폐합하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은 점포를 없앴다. 금감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점포 100여개를 없앴고, 하반기 들어선 120개 이상 줄였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점포 축소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 올해 초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개정해 3월부터 시행했다. 당국이 개정한 내용을 보면 은행들은 특정 지역의 점포 폐쇄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해야 하고 소비자 불편이 크다고 판단되면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기존에는 대체 수단을 선택해 운영하도록 했으나 개정안부터는 점포를 가급적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도 은행 점포 축소를 막지 못한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이미 폐쇄하거나 7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예정한 점포만 65개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크게 줄지 않았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은행의 점포 폐쇄에 대해 더 꼼꼼하게 따지겠다고 했지만 이미 상반기에 은행들이 점포 60개 이상 줄이기로 하면서 당국의 제재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점포 폐쇄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것도 증명하기 어려워 당국이 개정안만으로 점포 폐쇄 분위기를 바꾸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고령층 고객이 많은 지역이라도 고객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 경우 점포를 강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은행 경영상 필요한 일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이 말하는 소비자보호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변화로 볼 때 어쩔 수 없는 흐름인 것도 맞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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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4개 은행의 작년 말 점포 수는 총 3279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2개(7%) 감소했다. 2018년과 2019년엔 4대 시중은행의 점포가 각각 27개, 50개 줄었는데 작년 한 해에만 200개 넘는 점포가 사라졌다.
은행 별로 보면 같은 기간 국민은행 점포가 79개로 줄었고, 이어 하나은행(73개 감소), 우리은행(53개 감소), 신한은행(17개 감소) 순으로 점포 감축 규모가 컸다. 점포를 줄인 결과 지난해 말 국민은행의 점포 수는 총 972개, 신한은행은 860개, 우리은행은 821개, 하나은행은 65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대 규모로 점포가 줄어든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점포보다 비수도권 점포 축소에 더 매진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점포는 많은 고객을 유지하며 이익을 내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점포의 수익성이 떨어지며 더 이상 점포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각 은행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발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서울 내 점포는 총 1355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고 경기도에 소재한 점포는 747개로 같은 기간 4.1%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6대 광역시(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와 그 외 비수도권 지역(경상도·전라도·충청도·강원도·제주도)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점포의 평균 감소율(7%)보다 높았다. 지난해 기준 시중은행의 6대 광역시에 있는 4대 시중은행 점포는 총 668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다. 그 외 비수도권 지역은 같은 기간 10% 줄어든 487개를 기록했다. 경기도와 비교하면 비수도권의 점포 감소율은 2배 이상 높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많은 수도권 점포를 줄일 이유가 없다”며 “다만 비수도권 점포가 빠르게 줄고 있어 디지털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피해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자제 권고에도 점포 무더기 감축
지난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에 대해 자제 권고를 내렸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확산으로 은행의 점포 축소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마트폰 조작이 어려운 고령층 등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7월 임원회의에서 “은행들의 점포 폐쇄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은행이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보다 책임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4대 시중은행은 윤 원장의 ‘점포 축소 자제 발언’에도 점포를 계속 통폐합하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은 점포를 없앴다. 금감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점포 100여개를 없앴고, 하반기 들어선 120개 이상 줄였다.
올해도 점포 속도 줄지 않을 전망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점포 축소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 올해 초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개정해 3월부터 시행했다. 당국이 개정한 내용을 보면 은행들은 특정 지역의 점포 폐쇄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해야 하고 소비자 불편이 크다고 판단되면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을 출장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기존에는 대체 수단을 선택해 운영하도록 했으나 개정안부터는 점포를 가급적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도 은행 점포 축소를 막지 못한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 이미 폐쇄하거나 7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예정한 점포만 65개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크게 줄지 않았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은행의 점포 폐쇄에 대해 더 꼼꼼하게 따지겠다고 했지만 이미 상반기에 은행들이 점포 60개 이상 줄이기로 하면서 당국의 제재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점포 폐쇄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것도 증명하기 어려워 당국이 개정안만으로 점포 폐쇄 분위기를 바꾸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고령층 고객이 많은 지역이라도 고객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 경우 점포를 강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은행 경영상 필요한 일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이 말하는 소비자보호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변화로 볼 때 어쩔 수 없는 흐름인 것도 맞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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