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는 강남 집값 들어올리는 ‘지렛대’
말로만 규제, 실제 승인은 97%...224건 중 7건만 불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 날뛰는 집값을 묶어둘 수 있을까? 4월 21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규제 카드를 빼 들었다.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규제 완화를 부르짖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첫 규제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이나 땅을 사려면 토지 이용목적을 명시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세 세입자가 입주한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 봉쇄하고 실거주 등 실사용 목적으로만 살 수 있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예고지는 ▶압구정아파트지구(24개 단지)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16개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총면적은 4.57㎢에 이른다. 적용은 4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지정 기간은 1년이다.
문제는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해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미 재건축‧재개발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한시적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강남과 목동의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한시적으로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건 과거에도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곳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강남구 대치동 등은 지정 후에도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거래는 줄었지만, 살 사람은 비싼 값에도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8층)은 지난 3월 2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거래된 같은 면적의 은마아파트 최고가는 19억5000만원이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124.22㎡(9층)도 4월 3일 기준 30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 같은 면적의 매물은 24억∼25억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일각에서는 거래 대부분이 허가되는 상황에서 집값이 내려갈 리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토지거래허가처리별 거래현황을 보면 지난해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가를 받은 거래는 217건, 불허가는 7건이었다. 3%만이 이용목적 부적합 등의 이유로 거래를 허가 받지 못한 셈이다. 서울 잠실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A씨는 “갭투자는 막혔지만, 거래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결국, 오를 지역을 서울시가 간접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라며 “거래량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만큼 기대심리가 더 올라 집값 상승을 떠받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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