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도 뛰어든 ´한 달 살기´ 30박에 얼마일까?
공실 객실 채우기 나선 특급호텔
프로모션으로 장기투숙객 모시기 나서
콧대 높은 호텔들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텅 빈 객실 채우기에 나섰다. 장기투숙객을 모시기 위한 일명 ‘호텔서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호텔들의 한 달 살기 프로모션 운영으로 숙박 비용은 저렴해졌다. 100만~300만원이면 호텔에서 한 달 간 살 수 있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등장인물인 백만장자 로건 리가 호텔에서 생활하듯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호텔 살기’가 이제는 보다 대중화될 전망이다.
5성급 특급호텔 중에서는 롯데호텔이 가장 먼저 나섰다. 롯데호텔은 지난 3월부터 한 달 이상 장기 생활하는 투숙객을 위한 패키지를 내놨다. 전국에 위치한 롯데호텔 16곳에서 모두 운영 중이다. 투숙하는 동안 호텔 서비스를 받고 운동시설 등 호텔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다. 비용은 지점마다 다르지만,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본점의 메인타워 객실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30박에 280만원으로 1박당 9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반응은 좋다. 롯데호텔 측에 따르면 판매 첫 주에만 20건 이상이 결제됐다. 이는 호텔 객실 수로 따지면 호텔 2~3개 규모에 해당하는 600여실 이상이 팔린 셈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자들이 늘면서, 사무실을 가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호텔을 선택하고, 장기투숙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5성급 호텔인 서울드레곤시티도 장기투숙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서울드레곤시티는 주방 도구가 구비된 공유주방과 세탁기와 건조기 등이 놓인 ‘두두 라운지’를 새롭게 오픈했다. 이 공간은 장기투숙객을 위한 공간으로, 호텔에 살면서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을 따로 신설한 것이다. 서울드래곤시티한 달 숙박 비용은 이비스 객실 기준으로 100만원 후반대다.
재택근무에 호텔 더한 신조어 ‘재텔근무’도 생겨
호텔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은 코로나19로 시작한 ‘재택근무’ 제도와 맞물려, 직장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러 갈 사무실이 없는 직장인이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을 찾다, 호텔로 가는 형태다. 재택근무와 호텔을 합친 신조어 ‘재텔근무’도 생겼다. 손송이이비스 앰배서더 매니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비스앰버서더 서울 명동점에서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을 먼저 진행했는데, 직장인들의 반응이 좋다”며 “장기투숙자 중 목적으로 ‘비즈니스’를 선택한 투숙자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비스앰버서더는 명동과 강남점에서 한 달 살기 패키지를 운영했는데, 장기투숙 예약이 전체 호텔 예약 건의 30%를 차지할 만큼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에 인사동점도 이달부터 한 달 살기 프로모션을 추가로 진행한다. 가격은 명동점과 강남점은 30박에 150만원, 인사동점은 120만원이다.
이 같은 흐름으로 한 달 살기 패키지는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여의도, 강남 등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로 확산하고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켄싱턴호텔, 글래드 호텔, 메리어트 호텔이 한 달 살기 패키지를 내놨고, 강남에 위치한 포포인츠바이 쉐라톤,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글래드 라이브 강남 등도 장기투숙객 프로모션을 운영한다.
박수진 글래드 호텔 매니저는 “제주도에서 시작한 한 달 살기 패키지가 코로나19로 인해 서울로 이어졌다”며 “서울 도심을 여행하듯 일상을 색다르게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장기 투숙을 신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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