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수급난에 당·정 ‘사후약방문’ 대처 ‘눈총’
여당 반도체특위, 규제 완화 특별법 구상 ‘하세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물밑 전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만과 대만 반도체기업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아우성이다. 신차를 발표하고도 팔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당·정은 사후약방문식으로 뒤늦은 발걸음만 재촉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당·정이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책 수립과 시행이 언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반도체를 국가안보 영역으로 인식해 반도체 확보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미국처럼 우리 정부도 파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사태에 대해 여당은 특별법을 구상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의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4월 23일 출범)에서 파격적인 지원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 특별법을 마련 중”이라며 “8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체특위는 관련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 건의를 취합하고 있다. 이를 특별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를 풀기 전에 규제를 완화할 내용의 안전성 등을 사전 검토해 6월에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산업계 시각은 곱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자동차 산업에 미친 악영향이 1월 말부터 본격 가시화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사후약방문’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원내대표와 송영길 당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6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방문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달 생산이 멈췄던 곳이다. 이들의 방문은 현장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지원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발걸음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초부터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현장에서는 산발적인 생산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정법은 검토 등의 작업으로 인해 개정안 처리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여당이 특별법을 8월에 발의해도 법률 처리에서 생산현장에 적용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당장 자동차 생산현장이 가다서다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지원 시기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세액공제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제9차 혁신성장 빅3(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 반도체) 추진회의’를 열고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한 단기적 해법으로 “백신 접종 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제도를 활용해 부품을 조달하려는 기업 활동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차량용 메모리 등 14개 품목을 발굴했으며 5월 중에 사업공고를 거쳐 약 50억원을 차량용 반도체에 지원하는 등 소재·부품·장비 양산성능평가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대체 품목을 찾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정권이 지명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역량도 정계와 산업계의 의문을 사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당 긴급의원 총회에서 문승욱 산업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많은 여야 의원이 같이 지적한 바와 같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삼성전자는 미국에 신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총수 부재, 사법 리스크 장기화 등 안팎의 상황에 부딪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가 최근 미국에 신규 공장 6곳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차원에서 자국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 집중 투자에 나섰다. 대만도 정부 차원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설계·제조 기업인 인텔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 문제로 격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대만 정부와 TSMC 등에 차량용 반도체를 미국 자동차 제조사에 우선 공급하도록 연일 압박하고 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은 4일(현지시각) 경제 단체 화상 간담회에서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자동차 기업들에 물량을 우선 공급할 수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며 압박을 하루도 멈춘 날이 없다”고 말했다. 러만도 장관은 지난달 반도체 생산 부족을 국가·경제 안보의 위기로 평가했었다.
한 예로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자국의 첩보기관까지 동원해 제약사들과 물밑접촉 하면서 발빠르게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서도 늑장 대응을 지적 받는 비교 사례다.
국내 반도체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을 정책에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학회 임원·회원 등 반도체 산업 전문가 100명(학계 60명, 산업계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3%가 세제지원을 정부의 정책 과제로 뽑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와 관련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50%로 상향하는 것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관련 대학 전공 정원 확대, 장학금 지원·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 행정 지원 등의 중장기 대책도 제안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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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책 수립과 시행이 언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반도체를 국가안보 영역으로 인식해 반도체 확보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미국처럼 우리 정부도 파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월에 사태 벌어졌는데 8월에 지원법 내놓겠다는 여당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사태에 대해 여당은 특별법을 구상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의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4월 23일 출범)에서 파격적인 지원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 특별법을 마련 중”이라며 “8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체특위는 관련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 건의를 취합하고 있다. 이를 특별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를 풀기 전에 규제를 완화할 내용의 안전성 등을 사전 검토해 6월에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산업계 시각은 곱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자동차 산업에 미친 악영향이 1월 말부터 본격 가시화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사후약방문’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원내대표와 송영길 당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6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방문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달 생산이 멈췄던 곳이다. 이들의 방문은 현장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지원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발걸음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초부터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현장에서는 산발적인 생산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정법은 검토 등의 작업으로 인해 개정안 처리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여당이 특별법을 8월에 발의해도 법률 처리에서 생산현장에 적용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당장 자동차 생산현장이 가다서다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지원 시기를 짐작하기도 어려운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단기 긴급방책 꺼냈지만 구체적 실행까진 요원
정부는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세액공제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제9차 혁신성장 빅3(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 반도체) 추진회의’를 열고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한 단기적 해법으로 “백신 접종 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제도를 활용해 부품을 조달하려는 기업 활동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차량용 메모리 등 14개 품목을 발굴했으며 5월 중에 사업공고를 거쳐 약 50억원을 차량용 반도체에 지원하는 등 소재·부품·장비 양산성능평가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대체 품목을 찾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정권이 지명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역량도 정계와 산업계의 의문을 사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당 긴급의원 총회에서 문승욱 산업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많은 여야 의원이 같이 지적한 바와 같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삼성전자는 미국에 신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총수 부재, 사법 리스크 장기화 등 안팎의 상황에 부딪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가 최근 미국에 신규 공장 6곳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미국, 국가안보로 격상 생산기업에 당근·채찍으로 압박
세계 각국은 국가차원에서 자국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 집중 투자에 나섰다. 대만도 정부 차원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설계·제조 기업인 인텔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 문제로 격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대만 정부와 TSMC 등에 차량용 반도체를 미국 자동차 제조사에 우선 공급하도록 연일 압박하고 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은 4일(현지시각) 경제 단체 화상 간담회에서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자동차 기업들에 물량을 우선 공급할 수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며 압박을 하루도 멈춘 날이 없다”고 말했다. 러만도 장관은 지난달 반도체 생산 부족을 국가·경제 안보의 위기로 평가했었다.
한 예로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자국의 첩보기관까지 동원해 제약사들과 물밑접촉 하면서 발빠르게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서도 늑장 대응을 지적 받는 비교 사례다.
국내 반도체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을 정책에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학회 임원·회원 등 반도체 산업 전문가 100명(학계 60명, 산업계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3%가 세제지원을 정부의 정책 과제로 뽑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와 관련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50%로 상향하는 것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관련 대학 전공 정원 확대, 장학금 지원·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 행정 지원 등의 중장기 대책도 제안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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