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자·킥 거부”…배달의민족, ‘일반인 배달’ 제한
도보·자전거·킥보드 이용하는 일반 커넥터…업주가 제한 가능
배달의 질 우려 때문…"시간 제한 풀고 시스템 제한" 지적도
“저희 매장은 도자킥(도보‧자전거‧킥보드) 배달 안 받아요”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운행 수단에 따라 ‘배민 커넥터’ 활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피자 메뉴가 있는 업장에서만 배차 제한이 가능했지만 업주 요구에 따라 일반 매장에서도 운행 수단을 거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는 6월 1일부터 도입될 ‘배민1(1콜1배달)’을 앞두고 배달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업주들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운송수단 배차제한 동의하면…도자킥 거부
7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최근 모든 입점 업체에서 배차 수단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분류는 두 가지다. ▲자동차‧오토바이를 사용하는 커넥터와 오토바이 라이더 ▲도보‧자전거‧킥보드(도자킥)를 이용하는 커넥터다. 각각 운송수단을 선택적으로 제한할 순 없고 묶음 분류 전체에 따라서만 제한이 가능하다. 사실상 도자킥 커넥터를 거르기 위한 시스템이다.
업주들에게 알려진 신청 방식은 간단하다. 입점 업체 자영업자들이 고객센터에 전화해 ‘운송수단 배차제한에 '동의’하면 영업일 기준 1~3일 뒤부터 도자킥 커넥터들엔 배차가 가지 않는다. 배민 측은 신청 업주들에게 안내를 통해 “운송수단이 줄어드는 만큼 배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고 있지만 적잖은 업주들이 배차 제한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의 질’ 때문이다. 일부 입점업체들은 그동안 도자킥을 활용한 커넥터들이 늘어나면서 배달 서비스 품질 저하를 호소해왔다. 이들 대부분이 일반인 아르바이트 배달원이기 때문. 전문 라이더가 아니다 보니 길을 헤매거나 보온·보랭 백을 갖추지 않아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잖았다. 킥보드 배달의 경우 신호 위반 등 관련 규제나 시민 의식이 성숙돼 있지 않아 ‘막장 배달’ 문제가 여러 번 논란이 됐다.
배차 수단을 바꾼 한 음식 점주는 “도보도 없어지고 봉지째 가져가서 자전거에 걸고 배달 가는 커넥터도 없어지고 가게 앞에 서 있다가 3분 만에 다시 와서 언제 나오냐고 다그치는 커넥터도 없어졌다”며 “몇몇 잘해준 커넥터가 못 받게 돼 미안하지만 일단은 스트레스에서 해소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시간도 빨라져서 좋다”고 덧붙였다.
일부 도자킥 커넥터들은 6일부터 달라진다던 ‘배민커넥터 배송대행 약관 일부 개정’이 운행 수단 제한을 설정할 수 있는 거였냐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배민은 앞서 일반 커넥터들에게 배차 추천 방식 변경으로 인한 약관 일부 개정에 대해 안내했다. 해당 개정안 골자는 ▲배달건의 특성에 따라 가장 빠르게 배차될 수 있는 커넥터에 배차 추천 ▲고객에게 가장 좋은 품질의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 커넥터에 배차 추천 등이다.
일반 커넥터는 “결국 배차 추천방식을 변경해 도자킥을 걸러내는 시스템이었냐”며 분노했다. 다른 커넥터는 “배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토바이 배달로만 돌릴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나중에는 업주들이 도자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시간 시간제한’ 줬다 풀었다…오락가락
업계에서는 배민의 오락가락한 정책 변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민은 전업 배달대행기사 말고도 누구나 ‘아르바이트’ 식으로 배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배민커넥터를 지향해 왔다. 배민커넥터 등록자는 최근 6만여명으로 증가했고, 이 가운데 실제 배달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펼치는 이들은 1만명 정도다.
배달기사 한 명이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방식이 배달업체 경쟁 요소로 떠오르면서 배달원 확대가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배민은 신규 커넥터가 배달 주문을 처음 수행하면 3만원 보너스를 주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펼쳤다.
하지만 일반 커넥터들이 많아지면서 배달을 전업으로 하는 라이더들에게 상대적으로 물량이 배차되지 않자 일반 커넥터들에게 ‘20시간 시간제한’을 뒀다. 전업보다 부업의 형태를 지향한다는 애초 취지를 살린다는 이유였다. 그러다 다시 지난달 24일부터 이들에 대한 근무제한시간을 풀고 24시간 근무가 가능토록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일반 커넥터들에 규제를 풀어주는 듯하면서 뒤로는 점주들이 운행 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끔 시스템적으로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배민에서 활동 중인 한 커넥터는 “5월은 비수기라 콜이 빠지겠지만 배민1이 정식 론칭하면 단거리 배달 부분은 어떻게 케어하겠냐”며 “모든 정책이 한달짜리”라고 꼬집었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 보단 가맹점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부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운행 수단에 대한 설정을 하게되면 배민 측이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배차지연으로 인한 또 다른 불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고객보단 가맹점 케어에 방점이 찍힌 정책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배민 측도 새로운 정책이 도입된 것이라기보다 특정 업주가 안내했을 경우 운송 수단 제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배민 관계자는 “주로 피자(부피), 면류(시간)를 판매하는 업주들이 어쩌다가 자전거나 도보처럼 음식의 상태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라이더가 배정됐을 경우 다른 라이더 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배민 전체 주문 중 배민라이더스에서 일어나는 주문은 5%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아 영향력이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앱 주문의 95%는 업주들이 배달앱 수단을 이미 결정하는 형태”라며 “배민 커넥터들이 소속되어 있는 배민라이더스에 대한 주문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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