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썩는 플라스틱' 개발한 일등공신은 '90년대생'
최정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
6년차 '소재 전문가', 세계 유일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
전 세계 석유화학 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은 바이오플라스틱이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나섰고,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EU는 해양 오염의 85%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제품을 단계적으로 퇴출 시킬 방침이다.
2030년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 중 절반 이상을 재활용한다.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국가 1위인 중국 역시 올해부터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대체 제품과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바이오플라스틱으로의 전환이 필수인 이유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전 세계 유일의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120일 이내에 90%이상 생분해되는 바이오 함량 100% 소재다.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과 폐글리세롤(바이오 디젤의 생산 공정 중 발생한 부산물)을 활용했고 단일 소재로는 PP(폴리프로필렌) 등의 합성수지와 동등한 전 세계 유일 소재다. 바이오플라스틱 중에서도 유연성(신율·늘어나는 정도)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연성·투명성 기존 신소재 대비 20배 높아
놀랍게도 이 신소재 개발을 주도한 연구원은 90년대 생이다. 1991년생인 최정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생분해성 PLH소재 프로젝트팀(이하 생분해성 프로젝트팀) 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6년차인 최 연구원은 LG화학의 바이오플라스틱 신소재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최 연구원은 소재의 합성법을 개발했다.
기존 생분해성 소재는 유연성 강화를 위해 다른 플라스틱 소재나 첨가제를 섞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 플라스틱 고유의 투명성을 잃는다. 100% 바이오 원료인 단일 소재만으로도 기존 합성수지와 동일한 유연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 합성법이 필수였다.
최 연구원은 “유연성 개선과 투명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유연성이 좋은 단량체와 화학적으로 결합된 공중 합체를 형성함으로써 투명성을 유지시켰다”고 말했다.
연구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소재의 중합(하나의 화합물이 2개 이상의 분자가 결합 되는 것)이었다. 소재 중합 시 사용하는 단량체 중 하나가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되는데, 고순도 생산이 어렵고 정제가 복잡해 양산 사례가 없었다. LG화학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재 혼합(블렌딩) 대신 공중합체(2개 이상 다른 단량체로 구성된 고분자)로 유연성과 투명성이 기존 소재 대비 20배 이상 높은 소재를 만들어냈다.
최 연구원은 “단량체 순도부터 반응 장치 구성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너무 많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면서 “다행히 조직 내에 다양한 협업 채널로 많은 도움을 얻어 소재 중합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재를 상용화하면 일회용기, 투명 포장재 및 위생용품용 부직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2022년 고객사 대상 시제품 평가 등 진행한 뒤 2025년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신소재의 구조 조절을 통해 용도에 따른 기계적 물성을 용이하게 구현할 수 있다”며 “기존 생분해성 소재와 다른 차별성을 이용해 아직 생분해성 소재가 적용되지 못하는 분야까지 활용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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