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이 돈이 된다…MZ세대 재테크 수단 된 리셀테크
20만원대 신발이 1000만원대로…한정판은 ‘부르는 게 값’
브랜드 친숙도 높은 MZ세대가 리셀 시장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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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기다리고 한 켤레만 사긴 아쉬워 몇 켤레 더 산 게 ‘리셀테크(물건을 되팔아 수익을 얻는 방법)’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2년 전부터 새 신발을 사서 되팔고 있는 박씨는 “지금까지 중고거래로 얻은 수익이 150만원 정도”라며 “알바를 하는 것보다 용돈벌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고판매업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리셀(되팔기)’에 뛰어드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늘었다. 정보에 민감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초기 비용 대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에선 이미 리셀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글로벌 리셀 시장 40조원대 성장 전망
MZ세대는 리셀 시장을 견인하는 주축이다. 브랜드 자체에 관심이 많고,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을 빨리 알아보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애플리케이션(앱)의 발달로 개인 간 거래(P2P)가 수월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리셀 시장에 쉽게 뛰어들게 됐다”며 “MZ세대는 시장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 리셀 시장에서 희소성 있는 물품들을 계속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활발히 리셀 거래가 이뤄지는 상품은 신발이다. 일명 ‘슈테크(신발+재테크)’로 불리는데, 신발은 대개 10만~20만원대로, 구매 시 부담이 적지만 찾는 사람이 많고, 수익률이 높아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 주식으로 따지면 적은 시드 머니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지난해 빅뱅의 GD와 협업해 출시했던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가 대표적이다. 21만9000원에 발매된 제품은 리셀 시장에서 한때 최고 13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신발만이 아니다. 고가의 명품부터 LP판, 아이돌 굿즈 등 무엇이든 리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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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당시 돈이 부족해서 가수 아이유의 한정판 LP는 사지 않았는데 이 앨범이 더욱 희소해지면서 현재 200만원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며 “애초에 음악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판매를 위해서 모두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로 불리는 명품 리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명품의 경우 해마다 가격이 오르면서 리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장인 민수연(가명·29)씨는 2년 전 결혼하면서 예물로 샤넬 가방을 구입했다. 민씨가 산 가방 모델은 당시 500만원 후반 대였지만 현재는 600만원을 넘어선다.
민씨는 “디자인이나 브랜드 네임만큼이나 몇 년 들다 되팔더라도 원가격 이상을 받을 수 있단 점도 샤넬백을 선택한 이유”라며 “구입 당시에도 과거에 비해 많이 오른 가격이었지만 이후로도 샤넬에서 가격 인상을 계속 하는 걸 보고 그때 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오픈런(백화점 개점과 동시에 들어가서 구매하는 것)’으로 샤넬 신상을 구입했다. 민씨는 “이 제품도 무조건 더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밤샘 대기→온라인 추첨, 변화하는 소비 방식
물론 무작위 추첨 방식에서 당첨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인 김태환(가명·27)씨는 국내외 나이키 온라인 드로우(무작위 추첨)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구매로 이어진 건 단 두 번뿐이다.
김씨가 드로우에 당첨돼 구매한 신발 중 하나는 ‘나이키X사카이 베이퍼와플 블랙 화이트’였다. 그는 해당 제품을 관세 포함 26만원에 구매했다. 현재 리셀 시장에서 제품의 가격은 원가의 두 배가 넘는 1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씨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있어 아직 재판매를 하진 않았다”며 “당첨을 위해 가족이나 지인을 총동원하는데, 전문 판매업자들의 경우 200여 개 아이디를 돌려서 응모한다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암암리에 거래하던 리셀 시장에 유통업계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영등포점에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 오브 스탁’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들여놨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서울 압구정동 본점에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샵 ‘스태디엄 굿즈’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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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오픈한 ‘더현대 서울’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랩’을 선보였다. 이곳은 얼핏 보면 일반 신발 매장과 다르지 않다. 리셀 제품이지만 투명한 랩으로 제품을 꼼꼼히 포장해 새 상품과 차이가 없다. 가격표 대신 QR코드를 찍으면 중고 시세를 반영한 가격이 뜬다. 제품 가격은 매주 일요일 저녁에 일주일 단위로 갱신된다.
매장에는 2005년 출시된 ‘나이키 피죤덩크 NYC(중고거래가 약 7000만원)’, 전세계 8000켤레 한정 판매됐던 ‘나이키 톰 삭스 마스야드 2.0(중고거래가 약 800만원)', 나이키와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슈프림이 협업해 선보였던 '나이키 덩크로우 슈프림 시멘트 시리즈(약 300만~900만원)’ 등 고가 제품도 줄을 잇는다.
백화점이 나서서 리셀 매장을 들여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소비층인 MZ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고객의 90% 이상이 20~30대일 정도로 MZ세대의 리셀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이들은 본인이 관심 있고, 가치를 둔 상품에 대해선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리셀숍에서 팔린 신발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은 ‘나이키 에어디올 하이’로. 1100만원 상당”이라고 덧붙였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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