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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안 아파요” 서울형 상생방역, 코로나 자가검사 시작

콜센터·물류센터 자가검사키트 도입
출근 전 검사, 음성 시만 출근 가능
전문가들 “민감도 신뢰할 수 없다” 지적

 
자가검사키트 생산업체 직원이 새로 키트 사용을 시연하고 있다. 'C'에 빨간선 한 줄이 나오면 '음성', 'C와 T'에 총 두 줄이 나오면 '양성'이다. 면봉에 묻힌 검체를 푼 시약을 키트 아래 동그란 모양의 홈에 묻히면 빨간선이 나타난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 E동 앞으로 물류센터 근무자 50명이 줄지어 섰다. 이들은 차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받았다. 이후 근처에 놓인 의자에 앉아 키트 속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했다. 코 안으로 2㎝가량 면봉을 넣어 다섯 번 정도 돌려야 하는데 일부 근무자들은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마친 물류센터 근무자 이지은(가명)씨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의사들이 찌르는 것보다 훨씬 안 아프고 간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서울형 상생방역’이 시작됐다.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고, 영업제한을 없애겠다는 이른바 오세훈식 방역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4·7보궐선거를 앞두고 영업시간 제한과 같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규제방역’이라 비판하며 상생방역을 제시했다. 그는 “자가검사키트로 코로나19 감염여부를 가리면, 영업시간의 별도 제한 없이 서민경제를 살리는 ‘상생방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물류센터 전체 직원의 63% 출근 전 검사

 
당장 잇따른 집단감염으로 ‘집단감염 진원지’란 오명을 썼던 쿠팡 등 물류기업 그리고 콜센터 운영회사들이 서울시의 상생방역 정책에 동참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복합물류센터 내 18개 센터 근무자 6200여명과 서울 시내 콜센터 291개소 직원 2만3516명이 우선 자가 검사 대상에 올랐다. 서울복합물류센터 내 18개 센터 근무자 6200명은 서울 전체 물류센터 직원의 63%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지호 서울시 보건의료팀장은 “서울시의 코로나19 일평균 확진자가 200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백신 접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감염자를 선제발견하고 집단감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자가검사키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17일부터 집단감염이 빈번했던 물류센터와 콜센터를 상생방역 우선 대상으로 정하고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은 내달 15일까지 5주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울시는 18일 서울복합물류센터 출근 근무자를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 활용 상생방역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향후 5주간 매주 일요일 코로나19 자가진단을 진행하는 콜센터와 달리 물류센터는 근무 시작 전 현장에서 자가검사를 진행했다. 물류센터는 콜센터와 달리 근무자가 매일 바뀌기 때문이다. 양 팀장은 “물류센터 근무자 특성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출근해 일하는 사람은 주말에 검사를 진행하고. 매일 바뀌는 분들은 현장에서 검사해 음성인 사람만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자가검사키트 시범사업으로 서울복합물류센터 근무자들이 출근전 자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 이날 서울복합물류센터 근무자들은 검사 후 10~15분 정도 대기 후 음성 확인을 받고 출근했다. 면봉에 검체를 묻히고, 검체를 시약에 푼 뒤 시약을 키트 내 테스트기로 검사하기까지 약 10~15분의 시간이 걸렸다. 근무자들은 테스트기에 빨간색 한 줄(음성)이 나오면 방역책임관에게 보여준 후 밀봉한 상태로 지정 쓰레기통에 버렸다. 두 줄(양성)이 나오면 방역책임관에게 보고 후 보건소에서 연쇄중합효소반응(PCR) 방식의 정식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양성 無, 자가진단 민감도 동전 던지기보다 낮다?

 
하지만 서울시의 상생방역이 시범사업을 넘어 확대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자가검사키트 정확도가 높지 않은 탓이다. 지난 4월 12일 시행을 예고했던 서울시의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상생방역이 이달 17일로 한달 넘게 미뤄진 것도 같은 이유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전제로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조처를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범사업 역시 방역수칙 완화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허가조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자가검사키트를 노래연습장 등 유흥시설에 시범 도입한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집단 감염이 빈번했던 콜센터와 물류센터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이날 물류센터 입구에서 출근 전 자가검사를 진행한 직원 50명 중 50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출근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감염내과)는 “자가검사키트의 신뢰성은 천차만별이고, 동전 던지기 확률보다 낮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휴마시스의 신속항원 기반 자가검사키트가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진열돼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는 현재 국내 진단키트 제조회사인 ‘휴마시스’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Humasis COVID-19 Ag Home Test)를 보급하고 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건부로 사용 승인한 제품으로 89.4% 수준 민감도를 지녔다는 게 휴마시스의 주장이다. 그러나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미지수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지난해 12월 검체 680개로 신속항원 기반의 자가검사키트를 검증한 결과, 민감도는 41.5%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질병이 있는 환자를 양성으로 판정할 확률을 의미한다.
 
지난 1월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진행한 검사에서도 신속항원검사 기반 자가검사키트 민감도는 유전자 증폭 검사(PCR) 민감도의 17.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평가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FDA는 PCR 검사의 경우, 체내 바이러스가 180개~1000개 정도여도 검출이 가능하다면 신속항원키트 같은 경우에는 200만개 정도 번식이 된 후에야 검출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냈다.
 

시장 반응 싸늘…서울시 “정확성 검증 단계”

 
지금까지 국내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를 받은 곳은 휴마시스와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센서) 두 곳에 그친다. 지난 4월 23일 두 곳은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받은 후 일주일 뒤 판매를 시작했고, 현재 약국이나 인터넷 등 시중에서 판매 중이다. 휴마시스와 SD바이오센서 자가검사키트 판매가는 각각 9000원(1인용), 1만6000원(2인용)에 책정됐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 약국의 약사 김경찬씨는 “업체에선 자체적으로 정확도가 93%라고 했다”면서도 “팔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 약사 이민기(가명)씨도 “별로 많이 팔리진 않아요”라며 “양성이 떠도, 음성이 떠도 어차피 병원에 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자가검사키트의 정확성을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5주간 물류센터와 콜센터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기숙학교에도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 팀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집단감염 감소 효과를 평가해 볼 예정”이라면서 “효과가 입증되면 기숙학교까지 순차적으로 자가검사키트 시범 도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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