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억 적자’에도 IPO 잭팟… 제주맥주 날개 달까
26일 코스닥 상장… 공모 청약서 ‘역대 최고 경쟁률’
빠른 매출 성장 ‘강점’이지만… 6년 째 적자행진
제주맥주가 이달 말 코스닥에 입성한다. 수제맥주 회사로는 국내 최초 상장사가 되는 셈. 이 회사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적자 기업’이지만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을 부여받았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를 내는 등 일반적인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그간 주로 IT·바이오 기업 등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해왔다. 맥주 회사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맥주가 국내 수제 맥주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데다 매출 증가 속도 역시 빠른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상장 이후다. 제주맥주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치열한 맥주 시장 경쟁에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26일 상장을 목표로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선 나름의 ‘잭팟’을 터뜨렸다. 청약 경쟁률이 1748대1을 기록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라는 게 제주맥주 측의 설명이다.
제주맥주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일반 공모청약은 전체 공모 물량 836만2000주의 25%에 해당하는 209만500주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틀간 36억5472만4700주가 청약 접수됐고 증거금은 약 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도 1447개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가 희망 범위(2600~2900원)를 웃도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공모가가 3200원으로 확정됐다. 제주맥주는 18일 증거금 납입과 환불을 거쳐 26일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는 수제 맥주 제조‧수입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뉴욕 1위 수제 맥주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파트너쉽을 체결했고, 제주 양조장을 기반으로 고품질 맥주 생산 인프라를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주’ 자체를 브랜드로 내세우면서 제품 출시 1년 만에 크래프트 맥주 부문인지도 1위를 기록, 2017년부터 연평균 147.9%의 매출 증가률을 기록했다. 이번 공모로 제주맥주는 약 267억5840만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이 자금으로 양조장 연구·개발(R&D)과 생산 역량 강화, 해외 현지 파트너사 발굴에 사용하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2025년까지 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383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빠른 성장성이 제주맥주의 테슬라 상장을 이끈 배경으로 꼽히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우선 영업적자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나.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액 21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무려 194.6%나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44억원의 영업적자와 1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는 벗어났지만 2015년 창립 이후 6년간 약 260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올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규모가 13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제주맥주는 국내 매출 비중이 99% 이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 금액은 0.6%로 미미하다. 새로운 매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시장 역시 수제맥주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 보는 시각도 회의적이다.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주류 규제가 개선되면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제주맥주가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대기업과의 맥주 경쟁에서 얼만큼 차별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수제맥주 시장 자체의 성장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제맥주 성장세는 가정용에 집중돼 있기 때문. 주류 업계에서는 조만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그간 위축해있던 유흥·외식 시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편의점 등 가정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수제맥주의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테슬라 상장 기업들의 성적이 썩 좋지 않고, 제주맥주 역시 흑자전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제주맥주가 테슬라 상장을 이룰 만큼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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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주로 IT·바이오 기업 등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해왔다. 맥주 회사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맥주가 국내 수제 맥주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데다 매출 증가 속도 역시 빠른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상장 이후다. 제주맥주가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치열한 맥주 시장 경쟁에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경쟁률 1748대1… 공모가 3200원 확정
26일 상장을 목표로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선 나름의 ‘잭팟’을 터뜨렸다. 청약 경쟁률이 1748대1을 기록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라는 게 제주맥주 측의 설명이다.
제주맥주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일반 공모청약은 전체 공모 물량 836만2000주의 25%에 해당하는 209만500주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틀간 36억5472만4700주가 청약 접수됐고 증거금은 약 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도 1447개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가 희망 범위(2600~2900원)를 웃도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공모가가 3200원으로 확정됐다. 제주맥주는 18일 증거금 납입과 환불을 거쳐 26일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는 수제 맥주 제조‧수입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뉴욕 1위 수제 맥주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파트너쉽을 체결했고, 제주 양조장을 기반으로 고품질 맥주 생산 인프라를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주’ 자체를 브랜드로 내세우면서 제품 출시 1년 만에 크래프트 맥주 부문인지도 1위를 기록, 2017년부터 연평균 147.9%의 매출 증가률을 기록했다. 이번 공모로 제주맥주는 약 267억5840만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이 자금으로 양조장 연구·개발(R&D)과 생산 역량 강화, 해외 현지 파트너사 발굴에 사용하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2025년까지 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383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매출의존도 99%… 한계로 지적
빠른 성장성이 제주맥주의 테슬라 상장을 이끈 배경으로 꼽히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우선 영업적자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나.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액 21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무려 194.6%나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44억원의 영업적자와 1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는 벗어났지만 2015년 창립 이후 6년간 약 260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올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규모가 13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제주맥주는 국내 매출 비중이 99% 이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 금액은 0.6%로 미미하다. 새로운 매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시장 역시 수제맥주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 보는 시각도 회의적이다.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주류 규제가 개선되면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제주맥주가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대기업과의 맥주 경쟁에서 얼만큼 차별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수제맥주 시장 자체의 성장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제맥주 성장세는 가정용에 집중돼 있기 때문. 주류 업계에서는 조만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그간 위축해있던 유흥·외식 시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편의점 등 가정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수제맥주의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테슬라 상장 기업들의 성적이 썩 좋지 않고, 제주맥주 역시 흑자전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제주맥주가 테슬라 상장을 이룰 만큼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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