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주권시대 블록체인 기술로 앞당긴다”
최성원 수퍼트리 대표
‘크립토도저’ 등 블록체인 게임으로 인기 끌어
3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성공
NFT 거래소 ‘플레이댑’ 통해 사업 영역 확장 준비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생각날까. 대다수의 사람은 아마도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업 영업은 암호화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게임에 적용할 수도 있고,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한 상품도 만들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게임의 특징은 기존 게임과 다르게 NFT 등을 활용해 게임 내 자산을 유저가 통제하고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게임에서는 이용 약관을 근거 삼아 게임 내 최종적인 자산을 게임 개발사가 보유한다. 아울러 A 게임 자산을 B 게임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반면 블록체인 게임 내 자산은 NFT를 통해 유저가 소유한다. 개인 간 거래도 자유롭다. A 게임 자산을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B 게임으로 이동시키는 것 또한 가능하다. 특히 제휴를 통해서 실물경제와도 연결할 수 있다.
2017년 설립된 수퍼트리는 NHN, CJ E&M 등을 거쳐 20여 년간 게임 산업에서 활약한 최성원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아이템베이 창립 멤버이자 CTO를 역임했던 고광욱 이사, 아이템베이 기획팀과 엔씨소프트에서 글로벌사업을 리딩한 정상원 이사 등 게임과 아이템 거래에 대한 기술 노하우와 서비스 경험을 다수 보유한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수퍼트리는 블록체인 공공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게임 댑(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유저 기반의 NFT 아이템 거래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댑’을 서비스하고 있다. 대표 게임은 2019년 출시한 이더리움 기반 댑게임 ‘크립토도저’, ‘도저버드’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5월 18일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최성원 수퍼트리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 업계 이력이 화려하다. 블록체인 기술에 꽂힌 이유가 있나.
기존 게임이나 서비스들은 서비스가 내려가 버리면, 이용자가 썼던 기록이나 샀던 아이템이 사라지는 구조다. 이에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과정에서 블록체인 NFT를 보면서 이것이 해결 방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됐다. PC, 모바일을 거쳐 앞으로는 블록체인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에는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만 돈을 버는 B2C 위주였다면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인간(C2C) 거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이더리움 기반 댑게임 ‘크립토도저’, ‘도저버드’를 출시해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비결이 뭔가?
우선 게임성에 집중했다. 기존 모바일게임과 경쟁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한 퀄리티를 내는 데 주력했다. 게임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춘 다음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테스트(FGT)를 진행하기도 했다. UI·UX 개선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인증과 결제 과정에서 허들이 높다 보니 인증과 결제의 허들을 낮추고자 노력했다. 인앱 결제에 페이팔을 붙여 초기 사용자들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댑’도 출시 당시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게임 개발을 넘어 NFT 아이템 거래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인 데 반해 글로벌 가상 자산 거래 규모는 380억 달러로 19배가량 차이가 난다. 올해는 고가의 미술품 NFT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시장 규모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퍼트리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기반의 NFT 거래소는 시장 선점이 상당히 중요하다. 매출 확대를 위한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최근 캐주얼 게임을 넘어 미드·하드코어 RPG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시행착오가 매우 많았다. 이용자들의 접근 방식, 구조적 결함 등 많은 부분을 연구·개발하느라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RPG에 NFT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더리움 가격 폭등으로 NFT 발행 수수료 부담이 크게 작용할까 걱정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폴리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더리움의 확장성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RPG의 경우 이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돼 하나씩 공개하려고 한다. 오는 3분기부터 하나씩 선보일 계획이다.
수퍼트리는 3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Lab 아웃사이드’ 선정,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한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 등에 선정됐다.
제품으로 증명한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 우선 2019년 출시한 ‘크립토도저’가 당시 인기를 끌었던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의 아성을 꺾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퍼트리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이후 출시한 ‘도저버드’도 흥행에 성공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발생시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한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해 어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규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무조건 블록체인 게임은 안된다는 식의 접근보다, 제대로 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 때문에 국내 법인들은 투자받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미국 개발사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서 그 안에서 무언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선출됐다. 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은 50여 회원사를 두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국내 유일의 법정 조합이다. 우선 현행법상 제도권 내 블록체인 산업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중요하게 할 것이다. 그동안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며 쌓아온 여러 노하우도 공유할 계획이다. 특히 블록체인 쪽에서도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처럼 블록체인이용자보호센터(가칭)와 같은 자율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에 맡기기보다는 산업이고 비즈니스 영역이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댑’과 여러 블록체인 게임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
데이터의 주권·소유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줄 생각이다. 특히 C2C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블록체인 기반 중고마켓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다. 다만 현실에서의 중고 물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디지털 아이템은 소유자가 들인 시간 등에 따라 오히려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이 다르다. 최근에는 게임 아이템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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