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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근’ 끌고 ‘정지선’ 밀고…‘40조’ 꿈꾸는 ‘50살’ 현대백

15일 창립 50주년, 100년 도약…8400만원에서 20조원 매출 달성
정몽근의 금강개발산업 모태…정지선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중후장대 사업이 주력인 현대그룹이 유통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말이다. 1980년대 당시 백화점 상권의 중심은 강북지역. 강남에 위치한 압구정은 배나무 밭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들어서 있을 뿐, 사업성이 높은 곳이 아니었다. 정몽근 명예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남)은 이곳에 백화점 설립을 구상했다. 상가 내 슈퍼마켓 사업과 울산 현대쇼핑센터를 통해 얻은 유통 노하우를 자신했다. 정 명예회장은 일본 도쿄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후다코다마가와점의 성공을 들어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적극 설득했고 결국 사업을 승낙 받았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강남백화점 시대의 서막이자, 지금은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백화점의 시초였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개점. 개점식에 참석하는 정주영 명예회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오늘(15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현대백화점그룹이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올초 발표한 ‘비전 2030’을 지렛대 삼아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계획.  
 

34살에 경영 전면에…재도약 기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그룹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다면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연속”이라며 “반세기 동안 축적된 힘과 지혜를 바탕으로 100년 그 이상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971년 정몽근 명예회장이 창립한 금강개발산업이 모태다. 창립 초기엔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복지와 단체급식 등을 주로 담당해오던 곳. 2000년 사명을 현재의 현대백화점으로 바꾸면서 유통 전문기업으로 변모했고 2001년 TV 홈쇼핑 사업권을 획득하며 사업다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2006년 퇴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당시 그의 나이 34살. 그는 현대백화점그룹을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재도약 시킨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발표한 ‘비전 2020’ 발표 후 대규모 투자와 10여건의 대형 M&A를 성사시켰다.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새롭게 완성됐다.  
 
그 결과 창립 첫 해 8400만원에 불과하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20조원을 달성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재계 순위(자산 기준)는 2020년 기준 21위를 기록했고 그룹 전체 부채 비율(2020년 기준)도 48.2%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정지선 효과’… 패션, 리빙‧인테리어 선두로  

 
업계에선 ‘정지선 효과’로 보고 있다. 실제 ‘정지선 체제’에 들어선 현대백화점그룹은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빠르게 새 판을 짜나갔다. 유통사업의 경우 2010년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을 시작으로 대구점(2011년), 충청점(2012년), 디큐브시티(2015년)를 차례로 열었다. 
 
2015년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김포(2015년)와 인천광역시 송도 신도시(2016년)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선보이며 아울렛 사업에도 첫 발을 내딛었다.  
 
2012년엔 국내 여성복 1위 기업 ‘한섬’과 가구업체 ‘리바트(현 현대리바트)’를 차례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패션과 리빙·인테리어 사업 모두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전략적인 결정이었다.  
 
2017년 ‘SK네트워크 패션부문’까지 추가로 안으면서 국내 대표 패션전문기업 반열에 올랐다. 디자인 차별화와 노세일 정책 등 한섬 만의 프리미엄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리빙·인테리어 부문은 2018년 종합 건자재 기업 ‘한화L&C(현 현대L&C)’를 인수하며 업계 선두업체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정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섰다. 2015년 렌탈 전문기업 ‘현대렌탈케어’를 독자 설립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며 면세점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업체인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뷰티·헬스케어 사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 1월에는 복지서비스 전문기업 ‘이지웰(현 현대이지웰)’을 인수하며 선택적 복지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판교점 이어 더현대 흥행몰이…현대 미래는?  

 
성과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오픈 5년 4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1조 클럽 가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와 ‘오프라인 매장 침체’란 악조건을 뚫고 거둔 성과란 점에서 의미가 더 컸다는 평가다.
 
올해 2월 서울 여의도에 선보인 미래형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오픈과 동시에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했다.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간 구성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초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현재의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에,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 같은 미래 신수종 사업을 더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 목표다.
  
현대백화점 사옥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패션, 식품, 리빙·인테리어 등 주력 사업분야의 미래 환경 변화를 고려해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내 제조 및 플랫폼 사업 영역과 시너지가 예상되는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의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메가 트렌드 및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미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사업 중 그룹의 성장전략(생활·문화)과 부합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ESG 경영’도 강화한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이사회 산하에 ‘ESG 경영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사내에 대표이사 직속의 ESG 전담 조직(ESG 추진 협의체)도 신설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투자를 확대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세대에는 희망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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