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 출범식도… 정치권도 메타버스 ‘기웃’
박용진 의원, 21일 ‘제페토’에서 행사 열어
젊은 세대 관심 끌 플랫폼으로 정치권 관심
지난 21일은 길지 않은 국내 메타버스 역사에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지 모른다. 유력 정치인이 대선 캠프 출범식 무대로 메타버스를 택해서다. ‘MZ세대의 놀이터’로만 여겨지던 이 플랫폼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메타버스로 뛰어든 이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 의원은 21일 오전 11시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대선 캠프 출범식을 열었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시대 교체,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출범식”이라고 자평했다.
새로운 행사 방식 때문에 해프닝도 있었다고 캠프 관계자는 전했다. 당초 제한 없이 사람들을 입장시켰다가 행사 직전 소수 정원으로 바꿨다는 것. 가상 행사장에 입장한 사람들이 제각기 춤을 추는 등 ‘돌발 행동’을 해서다. 엄숙한 분위기의 정치권 행사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박 의원이 메타버스 출범식을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꼽는 이유는 한 가지다. 메타버스를 즐기는 주 세대가 10대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메타버스 게임의 대표 격인 ‘로블록스’에는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타버스를 잘 쓴다면 예비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을 법하다.
어린이날 열린 ‘가상 청와대’
이런 효과 때문에 박 의원 이전에도 정치권에선 메타버스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 지난해 어린이날에 가상 청와대를 선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예다. 문 대통령은 10대 중심으로 인기가 높은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가상 청와대를 만들고 이곳에 어린이들을 초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선거 운동을 하면서 가상공간을 활용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자신의 섬을 만들고, 이곳에 자신의 선거 캠페인 사무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유권자들을 자신의 섬에 초대해 자신의 캠페인을 소개했다.
물론 앞서 두 사례는 온전한 의미에서 메타버스라고 보긴 어렵다. 당사자가 직접 가상공간에 접속해 사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인의 소통 공간이 신문이나 TV프로그램, 시장에서 가상공간으로 옮겨간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는 10대 사용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독일의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이 시장 규모는 올해 307억 달러(약 34조원)에서 2024년 2969억 달러(약 33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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