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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성정이 ‘고래’ 이스타 안았다…수천억대 자금 마련은 어떻게?

채무탕감에 최소 2600억원 자금 필요
성정, 개인자산 매각으로 자금 마련 예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본잠식으로 인한 운항 중단, 부채 2500억원, 직원 500명. 기업회생 절차가 없었다면 벌써 파산했을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충남의 한 중견기업 ‘성정’이 끌어안았다. 이스타항공이 성정을 최종인수예정자로 확정해달라고 법원에 허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22일 “(이스타항공) 최종 인수 예정자(성정)와 투자 계약 체결에 대하여 허가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통상 진행되는 2~4주의 정밀실사도 생략하기로 했다. 성정이 회생계획안을 결의하는 관계인집회 5일 전까지 대금을 치르면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는 끝난다.
 
성정은 처음부터 이스타항공 인수에 열의를 보였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예비인수자를 선정하고 공개 경쟁입찰을 받는 스토킹 호스 방식 매각에서 성정은 1000억원으로 썼던 인수가를 1100억원으로 올려가며 우선매수권 자리를 유지했다. 1100억원은 성정의 지난해 매출의 18배에 달한다.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무형자산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이스타항공이 10년에 가까운 업력과 운수권, 슬롯(공항의 이착륙 시간을 항공사별로 배분한 것)을 보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만 다시 발급받으면 항공기를 띄울 수 있다. 동남아, 일본, 중국 등 알짜 노선도 갖췄다.
 
다만 연간 매출 59억원의 새우(성정)가 고래(이스타항공)를 안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 매출 5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성정은 지난 2010년에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려다 막판에 좌절됐다”며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성정은 이스타항공을 살리기 위해 당장 2600억원이 필요하다.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이 800억원에, 공항사용료와 유류비 등 회생채권 규모만 1800억원가량으로에 달하는 탓이다. 인수대금 1100억원으로 채권을 변제해도 1500억원이 남는다. 여기에 AOC 재발급 등에도 돈(100억원)이 든다.
 
이스타항공에 남은 게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2019년 23대에 달했던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대수는 올해 4대까지 줄었다. 이 중 2대는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맥스8' 기종이다. 지난해 초 1680명이었던 직원도 3분의 1 수준이 됐다. 98명은 희망퇴직, 500명 정도는 퇴사, 605명은 정리해고 됐다.
 
성정의 지난해 매출액은 59억원이었다. 현금·현금성 자산은 2억8500만원, 보유 총자산으로 해도 315억원에 불과했다. 성정의 관계사인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은 매출은 각각 179억원, 146억원이었다. 유동자산은 39억원, 150억원이다.
 
성정은 그러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성정을 포함한 관계자 대주주 개인자산 투입으로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백제컨트리클럽만 해도 27홀 규모를 갖춘 골프장으로 확인됐다. 성정은 형동훈 대표가,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은 형 대표의 부친인 형남순 회장이 이끌고 있다.
 
실제 성정 지분은 4.05%이지만, 성정의 실질적 대표인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을 5년 안에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형 회장은 “손익분기점을 고려할 때 여객항공기는 최소 12대가 넘어야 하고 16대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화물항공기도 3~4대를 확보해 20여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이스타항공 최종 인수 예정자인 성정의 투자 계약 체결을 허가하면서 차순위 인수 예정자로 광림 컨소시엄을 올렸다. 광림컨소시엄은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광림과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IOK)가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본입찰에 단독 참여해 성정과 2파전을 벌였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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