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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쓴다”는 네이버 신버전, 구버전 이용자 지원 종료가 비판받는 이유는

8% 구버전 이용자 불만 목소리 높아
“정치권 염두에 둔 개편 방향이 문제”

 
 
네이버 구버전 지원 종료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사진 네이버]
“구버전 종료 D-64.” “8월 31일 구버전 종료, 더 편리해진 네이버 모바일 업그레이드 버전을 소개합니다.”  
 
네이버 모바일 앱 상단에 있는 문구다. 네이버 모바일 앱 이용자 중 8%(5월 말 기준)가 ‘신버전’이 아닌 ‘구버전’을 쓰는 중인데, 이들의 눈에만 보인다. 네이버 앱이 구버전과 신버전으로 나뉜 이유는 이렇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2월 모바일 앱의 대대적인 개편을 벌였다. 초기화면에 검색창만 띄워놓고 왼쪽으로 넘기면 쇼핑, 오른쪽으로 넘기면 뉴스 창이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기능이 완전히 바뀌는 큰 규모의 업데이트였는데도 당시 네이버는 모든 이용자에게 신버전을 적용하지 않았다. 설정을 통해 구버전을 그대로 이용하는 게 가능한 ‘듀얼앱 방식’을 시도했다.  
 
공들여 진행한 업데이트 효과를 누릴 수 없게끔 여지를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네이버는 “기존 사용자의 갑작스러운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버전으로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배려는 올해 8월까지만 이어진다. 회사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신버전으로 유입된 유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미 2년 전부터 신버전 이용자 비중은 상당했다. 2019년 1분기엔 74%, 2019년 2분기엔 78%까지 상승했다. 지금은 92%까지 끌어올렸으니, 더는 신버전 일괄 적용을 미룰 필요가 없어졌다는 거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신버전을 쓰게 되면서 구버전 지원을 종료하게 됐다”면서 “신버전에선 더욱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의외로 8%에 불과한 구버전 이용자의 비판이 거세다. 가령 네이버가 공식 블로그에 올린 “모바일 구버전 지원이 8월 31일 종료될 예정입니다”란 공지엔 수천 개의 불만 댓글이 달렸다. 신버전의 기능과 UI가 불편하다는 게 이들 불만의 골자다.  
 
다채로운 콘텐트를 한눈에 보여줬던 구버전과 달리, 신버전 첫 화면엔 검색창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스나 다른 콘텐트를 보기 위해선 추가적인 터치나 스크롤이 필요하다.  
 
문제는 네이버가 듀얼앱을 2년 넘게 운영해오는 동안 “신버전은 불편하다”는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앱 이용자 8%는 적은 수가 아니다. 네이버 앱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3000만명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240만명의 사용자가 네이버 신버전을 외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네이버가 구태여 듀얼앱 방식을 도입해 구버전 관리에 2년 넘게 에너지를 소모한 건 신버전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네이버는 그간 자동 업데이트 등을 통해 신버전 유입을 의도적으로 유도해왔다. 그런데도 불만이 여전한 건 네이버의 새 플랫폼이 이용자 편의를 최우선에 둔 개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앱 개편 작업에 착수한 요인 중 하나로는 정치권이 꼽힌다. 이런 배경은 2018년 5월 네이버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한 대표는 “뉴스 편집을 버리고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나 네이버 본연의 모습인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새로운 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네이버를 둘러싼 뉴스 배열 조작 논란이 이어졌고, ‘드루킹 댓글 논란’까지 겹치자 꺼낸 돌파구였다. 
 
이듬해 발표한 신버전은 이런 고민이 담긴 결과물인 셈이다. 네이버가 신버전에서 녹색 검색창 아래 기사들이 놓여야 할 공간을 비워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치적 논란에 등 떠밀려 출발한 개편이다 보니 소비자의 냉담한 반응을 피할 수 없었다. 신버전 첫 화면에 강조한 검색엔진의 기능은 구글이 더 우월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플랫폼 앱 UI 디자이너는 “네이버 신버전에선 이커머스나 쇼핑 기능이 가장 눈에 띈다”면서 “네이버 본연의 경쟁력인 다채로운 콘텐트를 보여주는 UI는 오히려 퇴보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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