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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또 오른다구요?”…‘샤넬런’에 줄서기 대행 ‘갓바타’도 등장

진화하는 오픈런…전문 서비스에 대행 아르바이트까지
‘에루샤’ 중 유일하게 매장 구매만…가격인상 쉬운 구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샤넬 매장 앞.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1일부터 샤넬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금이라도 싸게 샤넬백을 구매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다. 가까이 있는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 앞도 마찬가지. 일부 소비자들의 샤넬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부터 샤넬 가격 오르는 거 맞나요?”  
 
한국인들의 못 말리는 샤넬 사랑이 새로운 풍토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역대 최고급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10여개 샤넬 매장에는 수 백명 인파가 몰려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가격 인상 정보와 함께 오픈런(매장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후기가 쇄도하고 있다.  
 

“대신 해드려요”… 평균 시급 만원 

업계에 따르면 ‘샤넬 인상설’에 따른 대란은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지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지난 2월 일부 제품 가격이 오른 데 이어 4월에도 인상설이 돌면서 ‘샤넬런’ 열풍이 불었다. 4월에는 실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돈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아르바이트가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아예 전문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줄서기 대행 서비스인 ‘오픈런 갓바타’다. 오픈런 갓바타에 따르면 클라이언트는 자신을 대신해서 줄을 서 줄 한 명의 아바타를 찾고 입장 등록 전인 9시 반에 도착해 교대하면 된다. 적게는 200만~300만원, 많게는 800만~900만원 하는 샤넬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노숙하는 오픈런을 하지 않고 비용을 준 뒤 비교적 편하게 샤넬 가방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게 갓바타 측 설명이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샤넬 판매 방침에 따라 돈을 받고 제품을 대신 구매해주기도 한다. 샤넬은 ▲클래식 플랩백 블랙 색상 1년에 1개 구매 제한 ▲가방류 2개월에 1개씩 구매하는 쿼터제 ▲지갑류 한 달에 3개 구매 제한 등을 방침으로 삼고 있다.  
 
‘품’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오픈런 아르바이트’와 ‘대리 구매자’를 찾는 글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평균 시급 만원으로 줄을 서달라는 사람은 물론 줄을 서서 구매해주겠다는 사람도 넘쳐난다.  
 
샤넬이 불러온 이색 풍경도 눈에 띈다. 샤넬에 대한 정보 공유는 실시간,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최대 명품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시그먼트’엔 글로벌 샤넬 가격의 인상 소식이나 백화점별 재고 보유 현황 등이 공유된다.  
 
이들은 ‘신본’(신세계백화점 본점), ‘롯잠’(롯데백화점 잠실점), ‘압갤’(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등을 줄임말로 칭하며 ‘신본 오픈런 몇 명 있다’, ‘압갤 샤넬 재고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정보를 주고받는다.  
 
구매 성공 후에는 해당 제품이 양질의 제품(양품)인지 묻는 글이나 ‘양품’ 고르기 팁 등이 넘쳐난다. 판단 기준은 가방을 세웠을 때 대칭 여부, 가죽에서 보이는 광, 바느질 등이다. 워낙 고려할 사항이 많은 탓에 내가 ‘샤넬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샤넬백’이 나를 선택한다는 "오픈런이 아닌 팔자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샤넬런’ 관련 유튜브 영상들도 인기다. 유튜브에 ‘샤넬 오픈런’을 검색하면 수백개에 달하는 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두 달 전 ‘장성규니버스’ 채널에 업로드된 ‘장장 6시간 장성규의 샤넬백 구매기’ 영상은 조회 수 164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채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조회 수다.  
 

똘똘한 샤넬 하나…고도화된 마케팅?

일각에선 이러한 현상들이 샤넬의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꼬집는다. 3대 명품 브랜드라 일컬어지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에서도 샤넬 가방류는 유일하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할 수 없다.  
 
2020년 2월 이후 전 세계 여행길까지 막혔으니 오직 서울과 대구, 부산에 있는 10여개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 공급망이 좁아지면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수요 폭증, 공급 부족, 가격 인상 굴레를 반복하는 구조다.  
 
샤넬 보이백. [사진 중앙포토]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샤넬에 열광한다. 실제로 착용하려고 하는 소비자인 ‘실착러’뿐 아니라, 샤넬 제품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려는 ‘리셀러’(reseller·재판매상)에게도 샤넬은 ‘똘똘한 집 한 채’ 같은 ‘똘똘한 명품 하나’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서울 아파트와 샤넬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저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은희 교수(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는 “샤넬의 오픈런 마케팅은 샤넬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을 보여 주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며 “샤넬과 같은 사치재는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VIP들은 오히려 가격인상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샤넬 입장에서도 손쉽게 가격 인상이 가능한 것”이라며 “결국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이현정 인턴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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