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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히트 원더는 옛말’…게임 업계 '다크호스' 된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대성공 이후 장기간 흥행 게임 선보이지 못해
‘에픽세븐’·‘로스트아크’ 흥행…창립 이래 최초 2020년 매출 1조원 돌파
로스트아크 통해 북미 시장 본격 공략…영화·드라마 등 IP 확장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비전제시최고책임자(CVO)가 2018년 열린 로스트아크 론칭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 장기 흥행을 통해 ‘원 히트 원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 냈다.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북미·유럽 진출과 ‘크로스파이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 게임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단 포부다.

 
스마일게이트는 온라인 1인칭슈팅(FPS)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곳이다. 창업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비전제시최고책임자(CVO)는 지난 1999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지원을 받아 e러닝 업체 ‘포씨소프트’를 창업했다. 하지만 수익 악화로 2년 만에 사업을 정리한다. 이후 2002년 자본금 1억원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중국에서 ‘국민’ FPS로 떠오른 크로스파이어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5월 국내 오픈베타 서비스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에선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국내 시장은 넥슨이 서비스하는 FPS게임 ‘서든어택’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하기 시작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현지화에 몰두한다. 현지 서비스사인 텐센트와 긴밀한 협업으로 진출 초창기부터 현지 시장을 집중 분석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콘텐트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인이 붉은색과 황금색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당시 FPS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붉은 색과 황금 색을 두른 총기들을 선보였다. 아울러 여성 캐릭터들에 중국 전통 의상을 입히고 중국어 간판, 중국풍 건물을 맵 곳곳에 등장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듬해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 1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곳곳에 진출했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고 2017년에는 글로벌 동시 접속자 수 800만명을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누적 회원 수는 6억명을 넘어섰다.  
 

‘에픽세븐’, ‘로스트아크’ 흥행…‘원 히트 원더’ 꼬리표 벗어나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흥행으로 창립 이후 계속해서 승승장구했지만, 흥행 게임이 크로스파이어 하나라는 점에서 ‘원 히트 원더’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흥행 게임을 여럿 보유하는 것이 장기점 관점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게임 빅3’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은 다수의 장기 흥행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2018년 8월 자회사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를 통해 모바일게임 ‘에픽세븐’을 선보였다. 에픽세븐은 출시 이후 운영 미숙 등으로 유저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고, 소통에 힘을 쏟으며 흥행 역주행에 성공한 케이스다. 지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에픽세븐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2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또 다른 효자 게임은 바로 로스트아크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 RPG가 2011년부터 개발한 PC 온라인 기반의 MMORPG로 지난 2018년 11월 정식 출시됐다. 혼자서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박진감 넘치는 핵앤슬래시(Hack & Slash)방식의 전투 콘텐트,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세계관, 항해를 통해 다양한 섬들을 탐험하며 다른 유저들과 함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항해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로스트아크는 출시 첫날 동시 접속자수 25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출시 일주일 만에 동시 접속자 수 35만명을 넘어서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로스트아크는 평소 외부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권혁빈 CVO가 2014년 11월 제작발표회에 직접 등장해 환영사를 한 데 이어 2018년 9월 진행한 출시 쇼케이스에도 직접 참석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던 게임이다.  
 
로스트아크는 장기 흥행에도 성공했다. 출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바 ‘숙제’라고 불리는 콘텐트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2020년 8월 시즌2 업데이트 이후 숙제 콘텐트들을 대거 줄였다. 아울러 신규 클래스 추가 및 유저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복귀 유저가 크게 늘었다. PC방 통계 서비스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4일 기준 로스트아크의 국내 PC방 점유율은 3.09%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출시된 MMORPG 장르 가운데 가장 높은 PC방 순위다.  
 
특히 유저들이 로스트아크에 환호하는 이유는 다른 게임과 비교해 과금 유도가 상대적으로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에서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콘텐트들을 로스트아크에서는 소과금 또는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RPG 내부적으로 유저들의 과도한 과금을 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용자 친화적 운영에 대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항의성 트럭 시위가 아닌 ‘커피 트럭’을 보내자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실제 이벤트 진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로스트아크 이미지 [자료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 그룹은 든든한 캐시카우인 크로스파이어와 에픽세븐, 로스트아크 등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향후에는 로스트아크와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신규 게임으로 북미·유럽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단 방침이다.
 
스마일게이트 RPG와 글로벌 기업 아마존은 최근 로스트아크의 북미·유럽 퍼블리싱을 공식화했다. 아마존 게임즈는 연내 북미와 유럽에 로스트아크를 독점 서비스 하며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콘솔게임 ‘크로스파이어X’를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크로스파이어X는 언리얼4 엔진을 사용해 개발 중인 크로스파이어 IP 최초의 콘솔용 게임이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MS가 서비스 한다.
 
스마일게이트의 또 다른 관심사는 IP 확장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웹툰을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선보여 왔다. 영화화 작업에도 본격 착수했다. 스마일게이트는 2015년 할리우드 진출을 선언하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제작한 닐 모리츠의 오리지널 필름과 영화 제작 계약을 했다. 2017년에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13시간’ 시나리오를 집필한 척 호건과 함께 1차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크로스파이어의 영화 제작이 완료된다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최초의 한국 게임이 된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드라마 제작, 테마파크 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를 소재로 한 웹드라마는 지난해 7월 중국에서 방영돼 18억6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는 중국 쑤저우 최대 쇼핑몰이자 랜드마크인 ‘쑤저우 센터’에 크로스파이어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1호점을 열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이후 장기간 흥행 게임을 배출하는데 실패해 ‘크로스파이어로 운좋게 성공한 게임사’라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왔다”며 “그러나 최근 로스트아크가 장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업계에서도 개발력·운영 능력 등을 인정 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저와의 소통에 있어서는 다른 게임사들도 크게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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