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메타버스도 특례상장 도전… 바이오가 뿌린 불신 넘을 수 있나
알체라·자이언트스텝 등 특례상장 성공 사례 두각
바이오벤처 부실 이슈로 투자열기 꺾일까 우려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메타버스 스타트업 관계자의 한탄이다. 특례상장은 당장은 이익을 못 내더라도 기술성과 성장성을 평가해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기술특례)나 상장주선인 추천(성장성특례)을 통해서도 상장할 수 있다.
과거엔 바이오벤처가 이 제도를 주로 활용했다. 2019년 기술특례상장을 진행한 전체 22개 기업 중 14개 기업이 바이오기업이었고, 지난해엔 전체 25개 중 17개 기업이 그랬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적지 않고, 당장은 수익을 낼 만한 뚜렷한 비즈니스를 못 갖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럴듯한 신약후보 물질 개발에만 성공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이오벤처업계의 특례상장 신청이 몰렸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 메타버스 등 높은 성장성이 점쳐지는 업종에서도 특례상장을 노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AI 기반 영상인식 업체인 알체라가 성장성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건 대표사례로 꼽힌다. 올해 2월엔 협동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특례성장을 등에 업고 코스닥 시장을 두드렸다. 3월엔 광고·영상 콘텐트 업체 자이언트스텝이 상장 첫날 ‘따상’을 달성했다. 6월엔 반도체 산업용 로봇기업 라온테크가 특례로 코스닥 상장기업이 됐다. 글로벌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업체 오비고 역시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증시 입성의 문을 두드렸다.
이처럼 다양한 신생기술 기업이 특례로 낮아진 문턱을 이용하다 보면 혁신기업도 속속 등장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인지도를 올리고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 상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하반기 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우려가 적지 않다. 특례상장을 둘러싼 흉흉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평가기관의 상장 잣대가 까다로워져 일정을 불가피하게 미루거나 공모가 인하를 고민 중인 기업이 적지 않다는 거다. 실제로 비교적 최근 상장을 추진한 라온테크와 오비고는 수요예측 일정을 뒤로 미뤘다.
특례상장 열기가 한풀 꺾인 배경으로는 앞서 상장에 성공한 바이오벤처의 ‘버블’ 논란이 꼽힌다. 이들 기업이 성장하는 호재성 뉴스는커녕 오히려 악재만 쌓아가고 있어서다. 국내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인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한때 루게릭병 치료 신약 ‘엔젠시스’가 미국 식품의약처(FDA) 3상에 착수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꿰찼지만, 결국 임상이 실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동시에 오너 리스크도 터졌다. 임상 실패 발표 당시 오너일가가 임상 결과를 미리 알고 약 5억3900만원 규모의 헬릭스미스 지분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2016년 신라젠 역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가 지난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주요 경영진이 임상 실패를 사전에 알고 보유 중인 주식을 미리 매도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 밖에도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벤처가 소액주주로부터 조달한 투자금을 엉뚱한 곳에 쓰거나 부진한 임상 등으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쏟아졌다. 신약개발처럼 기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아닌 비(非)바이오 기업 입장에선 이렇게 바뀐 시장 분위기가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 지연이나 실패의 가능성이 바이오벤처보다는 적은 신생기술 기업 역시 개인투자자의 시선에선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비바이오 특례상장 기업 중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제대로 입증하는 사례가 나오면 분위기는 또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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