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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퀵 서비스 도전은 택시처럼 순조로울까

초개인화 시장 퀵 서비스, 규모의 경제 만능 아냐
모바일 앱으론 클레임 대응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카카오모빌리티의 퀵 서비스 시장 공략이 첫발을 뗐다.[연합뉴스]
카카오T 앱에 퀵·택배 메뉴가 새로 생겼다. 물품 크기(초소형·소형·중형)를 정하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정하면 퀵 기사가 와서 물품을 배송한다. 지난 6월 30일 정식 출범한 카카오모빌리티의 퀵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출범 의미는 크다. 대기업이 영세사업자 중심의 시장에 발을 디딘 것도 그렇지만, 그간 전화로 이용하던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점도 흥미롭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퀵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택시와 유사하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먼저 택시 호출 시장을 플랫폼을 통해 장악했고, 이를 앞세워 가맹택시, 고급 대형택시 시장까지 석권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브랜드 파워도 막강했지만, 일일이 본인의 위치를 전화로 설명하는 고객의 수고로움을 줄인 덕분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전략은 고객과 서비스를 슬기롭게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범사례로도 꼽힌다.
 
과거 십수 개의 택시회사를 사들였던 것처럼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수 있다. 실탄은 넉넉하다. 최근 LG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고, 글로벌 투자사 TPG컨소시엄과 칼라일로부터 1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2월엔 칼라일과 구글이 2200억원을 투자했다.  
 
요약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퀵 서비스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셈이다. 카카오T 플랫폼 내 퀵 서비스 기사가 많아지고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운송비와 수수료를 낮춰 경쟁 업체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퀵 서비스 시장 역시 곧 ‘카카오 천하’가 될 공산이 크다. 여객운송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운송에서도 힘을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제아무리 카카오라도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B2B 전문 물류 스타트업 대표는 “퀵 서비스 시장에 그간 규모가 큰 업체가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 효율화를 꾀하기 어려운 복잡한 시장이기 때문”이라면서 “단순히 규모의 경제 논리로 접근하다간 큰코다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비스가 확대되고 고객이 많아지면 이익 규모도 커지기 마련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그만큼 비용도 더 들기 때문이다. 어떤 게 더 많이 늘어나느냐에 따라 이익이 발생할 수도, 반대로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퀵 서비스 시장은 규모가 커지면,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늘어나는 곳이라는 게 스타트업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람만 태워 목적지까지만 가면 임무가 끝나는 택시와 비교해 퀵 서비스의 운송 단계는 복잡하다. 하나씩 들여다보자.  
 
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 기업 담당자가 전화를 건다. 그 상대가 중개사 또는 주선사라고 불리는 퀵 서비스 회사다. 전국에 3000여 개의 중개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화를 받은 중개사는 고객의 주문을 ‘플사(프로그램 회사)’의 솔루션으로 넘긴다.  
 
이 솔루션은 고객의 위치를 중심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기사를 배정해준다. 그제야 배정된 기사가 물품을 받아 목적지로 간다. ‘고객→중개사→플사→퀵 서비스 기사→목적지’로 이어지는 복잡다단한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중 중개사와 플사의 역할을 대신해 고객과 퀵 서비스 기사를 바로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기업과 중개사의 관계를 끊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이 끈끈한 리베이트 관계로 묶여있어서다. 퀵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기업의 경우, 중개사로부터 운임의 일정액을 돌려받는다. 현금이나 상품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리베이트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중개사를 바꾸지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나 요금을 낮출 순 있어도, 뒷말이 나올 게 뻔한 리베이트를 줘가며 기존 중개사와의 거래를 끊어낼 순 없는 노릇이다.
 
퀵 서비스가 고객의 디테일한 요구가 많은 ‘초개인화 서비스’란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퀵 서비스가 B2B를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다 보니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다룰 때가 많아서다. 스타트업 대표의 설명을 다시 들어보자.  
 

복잡한 퀵 서비스 단계 앱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한 화학업체가 퀵을 불렀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회사들은 배송물품을 공장 내 특정 위치에 두고 ‘배송하라’고만 요구한다. 기사는 입구에서부터 공장 진입까지 곳곳에서 신분을 증명해야 하고, 전화로 설명을 들은 특정 위치를 헷갈리지 않게 찾아가야 한다. 카카오T 앱엔 이런 내밀한 요구를 일일이 적는 게 기업 입장에선 수고스러운 일이다. GPS 기반의 카카오맵으로도 찾을 수 없다. 기존 중개사는 이런 문제를 기업과의 네트워크로 해결하고 있다. 특정 기업에 특정 기사를 자주 보내거나, 정문만이라도 그냥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모바일 플랫폼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기업 대 기업의 민감한 일이기 때문에 배송이 늦거나 물품에 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클레임이 접수되는데, 모바일 앱으론 여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퀵 서비스 중개업체 관계자는 “고객의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클레임에 대응해야 하는 직원의 수도 비례해서 늘려왔다”면서 “그런 불만은 즉각 전화로 접수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카카오T 앱만으로 민첩하게 해소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카카오의 퀵 시장 공략이 택시처럼 순조롭진 않을 거란 얘기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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