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 코인도란] 델타 변이 유행, '비트코인 맷집' 지켜보자
박스권 갇힌 비트코인, '코로나19 델타 변이' 유행 충격 버틸까
연합회 '가이드라인' 논란…코인 신용과 자금세탁, 연관성 의문
비트코인, 글로벌 규제 심해졌지만 비즈니스는 순항 중?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초 “비트코인ETF의 조기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남았다. 그 마음은 ‘역시나’로 귀결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카이브릿지캐피탈의 비트코인ETF 신청 승인 심사기한을 8월 25일로 연기했다. 지난달에도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신청한 비트코인ETF 심사가 미뤄진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3만5000달러 박스권에 갇혀있다. 기댈만한 모멘텀이 비트코인ETF 출시인데, 올해 안은 어렵지 싶다. 당분간 답답한 흐름은 이어질 것 같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은행연합회 “코인수 많으면 감점”
거래소들이 그간 가이드라인 공개를 요구했지만, 연합회는 이를 거부했다. 두 달 넘게 지나, 이제야 내놨다.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다만, 이번에도 주요 내용만 공개하고 세부 사항은 여전히 비밀에 부쳤다.
가이드라인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취급 코인의 위험도 평가 관련이다. 위험도 평가는 ▲고위험 국적 고객 거래, ▲코인 신용도, ▲취급 암호화폐 종류, ▲낮은 신용도 코인 거래량, ▲거래소의 자기자본비율 등 항목으로 이뤄진다. 코인 신용도는 암호화폐 정보 플랫폼 쟁글에서 책정한 종목별 신용점수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거래소에 65점 미만인 코인의 거래량이 많다면 은행들은 거래소에 낮은 점수를 매긴다. 다른 분야의 점수도 합쳐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은행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는다.
그런데 코인의 신용등급이 자금세탁과 관련이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코인 신용점수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이 있지, 자금세탁과는 연관성이 적다. 평가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본질적 목적에 맞게 이뤄져야 하는데도 연합회가 과한 기준을 내놨다. 거래소에서 사고가 생길 경우 은행도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고의가 아닌 경우엔 면책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자금세탁 문제가 엮이면 은행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과하게 평가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다.
은행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고, 실명계좌를 받아야 거래소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다. 9월 24일까지다. 거래소는 ‘살기 위한’ 대비에 한창이다. 여러 거래소의 잇단 코인 상장폐지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빗썸은 해외 거주 외국인에 대한 회원가입을 제한했다. 또 FATF가 추가로 지정한 필리핀ㆍ몰타ㆍ아이티ㆍ남수단 등 자금세탁(AML) 미이행 및 비협조 국가 거주자에 대한 거래도 차단했다.
다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시절이건만 빗썸은 최근 악재를 만났다. 실소유주인 빗썸홀딩스 이모 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빗썸 지분 매도 과정에서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약 1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회사 경영과 관련없는 인물이며, 특금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찜찜하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규제의 칼날을 벼리다
규제 바람이 글로벌하게 불고 있다. 진원지 중국은 여전히 강경하다. 6일 인민은행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다시 강조하지만, 관할 내 업체들은 암호화폐 관련 영업장 운영, 비즈니스 활동, 홍보 및 광고,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총리는 국무원 정책 브리핑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민간 디지털화폐는 금융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본사 위치가 비밀에 쌓인 바이낸스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지난달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경고를 시작으로 캐나다, 태국, 케이맨 제도, 일본, 폴란드 등의 규제기관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낸스 등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가 9월 24일까지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 불법이 된다.
은행들은 거래를 끊고 있다. 영국 대형은행 바클레이는 5일 바이낸스에 대한 모든 신용카드ㆍ직불카드 결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주요 결제 네트워크인 단일유로지급결제구역(SEPA)에 있는 은행을 통한 입금도 7일부터 중단됐다. 유럽 대형은행 산탄데르UK 또한 바이낸스에 대한 결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바이낸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통화감독청(OCC) 총재를 지낸 인사를 바이낸스US CEO로 영입한 것처럼, 영국 규제기관이나 정부 부처에서 근무한 경력자를 영입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암호화폐에 관한 강도 높은 규제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규제안은 암호화폐 사업자가 암호화폐 송금인 및 수신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것과 각국 기관으로 구성된 새로운 자금세탁기구(AMLA)를 출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에서도 암호화폐 감독과 관련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연방 상원의원은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암호화폐 산업을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규제는 규제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기업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이 끊이질 않는다. 비자(VISA)의 암호화폐 파트너십은 4개월간 43%가 늘어 50곳이 됐다. 50개 암호화폐 회사들이 비자와 함께 직불ㆍ신용카드를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이라는 의미다. 550억 달러(약 6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런던 기반 대형 헤지펀드 ‘먀샬웨이스’는 암호화폐 섹터 투자를 시작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암호화폐 리서치 전담팀을 꾸렸다.
코인베이스에 이어 상장을 준비하는 암호화폐 기업도 있다. 스테이블코인(USDC)을 발행하는 핀테크 기업 서클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 중이다. USDC는 시가총액이 259억 달러에 이르는, USDT 다음으로 규모가 큰 스테이블코인이다.
위클리 코인=액시인피니티(AXS), NFT 테마로 훨훨
한 주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코인은 액시인피니티(AXS)다. 디지털 세상에서 팻(애완동물)을 양육하면서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이다. 게임으로 번 돈이 월급에 맞먹을 정도로 쏠쏠해 동남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게임의 개발사 ‘스카이 마비스’는 베트남 스타트업이다.
디앱(Dapp) 정보 제공 서비스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액시의 거래량(9일 오전 11시 기준 24시간)은 2363만 달러로 NFT 가운데 압도적 1위다. 2위 거래량은 100만 달러에도 못미친다. 게임 참가 인원은 2만명을 웃돈다. 인기 덕분에 8일 액시의 랜드(토지) 중 하나인 제네시스 플롯은 300ETH(약 652000달러)에 판매됐다.
액시가 잘나가는 배경에는 홍콩 NFT 게임 개발 스타트업 애니모카가 있다. 최근 총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5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삼성벤처투자와 마윈 창업주의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블루풀캐피털, 코인베이스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애니모카는 앞서 2019년 11월 자사 주식과 현금을 대가로 약 61만 달러 상당의 스카이 마비스 주식을 인수했다.
액시를 비롯해 샌드박스ㆍ디센트럴랜드ㆍ플로우 등 NFT 코인이 주중반까지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다 8일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시장이 NFT 테마를 유망하다고 보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은 부담이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델타 변이 유행, 비트코인 버틸 수 있을까
14일에는 미국 6월 베이지북이 공개된다. 베이지북은 연준이 매년 8차례 발표하는 미국 경제동향보고서다. 생산과 소비, 물가, 노동시장 상황 등 경기 지표가 담긴다. 연준이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기초자료로 쓰인다. 연준의 경기 판단을 가늠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델타 변이 유행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자산시장 전반에 충격이 올 텐데, 비트코인은 얼마나 맷집 있게 버틸 수 있을지 가늠이 어렵다. 예정대로라면 SEC는 위즈덤트리 비트코인ETF에 대한 승인 여부를 14일까지 결정해야 하지만, 이번에도 SEC가 결정을 미룰 듯싶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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