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와규’ 못지 않은 대체육으로 한국인 입맛 잡는다
호주 식품·농산물 연구기관과 대체육 공동 개발하는 v2푸드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와 손잡고 하반기 신제품 출시 계획
‘고기를 대신하는 고기’인 대체육 시장이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체육은 인구 증가에 따른 육류 소비 증가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축산업이 확대되며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동물윤리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이들도 늘었다. 이를 위해 식물 원료에서 추출하거나 동물 세포를 배양하는 등의 방식으로 단백질을 만들어 육류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식품이 대체육이다.
국내 대체육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글로벌 기업이 있다. 호주 최대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v2food(이하 v2푸드)가 지난달 국내 친환경식품 수입 전문기업 에포크라인과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국내 대체육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버전의(Version)의 고기’라는 뜻을 담은v2푸드는 호주의 식품·농산물 전문 연구기관인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공동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는 푸드테크 전문기업이다. 호주 최대 햄버거 프랜차이즈 헝그리 잭스에 v2버거 패티를 공급하고 있으며 올 2월에는 v2푸드 패티가 들어간 버거킹 플랜트 와퍼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닉 헤이즐 v2푸드 대표는 22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 30년 간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인해 육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한 나라 중 하나”라며 “한국의 대체육 시장은 시작 단계지만 기술력과 트렌드를 주도하는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기에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v2food는 어떤 회사인가. 설립 배경은.
지금과 같은 인구 증가세와 경제 성장률에 따르면 2050년 경에는 전 세계 인구가 소비하는 음식 소비량이 현재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육류 소비의 경우 이미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을 넘어섰고, 동물에 공급할 곡물을 재배할 땅도 모자라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국가 연구기관인 CSIRO는 일찍이 식물성 대체육이 미래 식품산업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또 이를 활성화할 기업을 지원하는데, 그 일환으로 v2푸드가 탄생했다. v2푸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현재의 푸드 시스템을 새로운 ‘버전2(v2)의 푸드 시스템’으로 대체하기 위해 모든 소비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호주는 대표적인 축산업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정부 차원에서 대체육 시장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v2food와 같은 기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분명히 밝히고 싶은 건 v2푸드가 육류 섭취나 축산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축산업은 여전히 호주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다. 다만 머지 않아 육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식량 부족 문제에 직면해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의 미션은 육류산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하며 식물성 재료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CSIRO는 지속가능성, 단백질 생성과 기후 변화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세계적인 기관이다. CSIRO가 현존하는 육류산업을 보완하기 위한 중요한 공익적 솔루션으로, v2food와의 협력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목표는 육류소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이다. v2푸드 제품 2.5kg를 생산하는 것은 같은 양의 육류를 생산하는 것보다 탄소배출량을 20~30배 가량 절약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v2food가 추구하는 식물성 대체육은 일반적인 대체육과 어떻게 다른가.
우리 제품은 CSIRO에서 일하는 2500여 명의 과학자들의 연구에 기반해 육류의 영양학적 요소는 물론 식감과 색을 구현하는 각종 특허를 지니고 있다. 또 육류와 비슷한 가격으로 식물성 대체육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갖췄다. 이는 경쟁 브랜드들이 육류보다 2~3배 더 높은 가격의 대체육을 내놓는 것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나아가 우리는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는 제품을 제공한다. 예컨대 아시아 시장에 출시하는 돼지고기맛 대체육 제품의 경우, 아시아인들의 입맛에 맞게 설계했다.
과거 대체육은 ‘채식주의자가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건강과 환경, 식품안전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미닝 아웃’ 트렌드가 확산하며 이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대체육 시장이 성장했다.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19년부터 연평균 9.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78억5860달러(약 2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에서도 대체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신세계푸드·농심·동원홈푸드 등이 올들어 잇따라 대체육 제품을 내놓고 있다. v2푸드는 밀키트 업체인 프레시지와 손잡고 올 가을 두 가지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추산한다. 그럼에도 대체육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약 10억 달러)이나 유럽 등에 비해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프레시지와 손잡고 제품을 출시한다. 그 배경은.
프레시지는 한국에서 500여종에 달하는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 역량을 갖춘 업체다. 프레시지의 도움을 받아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v2푸드 제품의 특징 중 하나는 대체육 원물 형태로 개발해 소비자가 요리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햄버거 등 서양식에 활용하기 좋은 패티는 물론 모든 종류의 한식에 활용할 수 있는 다짐육이나 중식·일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미트볼 등 2차 가공육 제품으로 유통해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호주 육류업계가 한국으로 우수한 호주산 소고기를 수출하듯 우리 역시 뛰어난 품질의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공급할 것이다.
한국의 대체육 시장에 대한 전망은?
현재 한국에서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히 확산되는 모습만 봐도 식물성 대체육과 같은 지속가능한 식재료에 대한 수요를 보다 빠르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한국이 가진 특유의 혁신성과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서구 시장의 트렌드를 금방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우리 제품을 통해 육류 소비가 단 10%만 줄어든다고 해도 환경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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