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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승리투수 꿈꾸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이철현의 친환경 10대장⑤]

3M 출신 첫 외부 영입 최고경영자
무사안일 LG그룹 DNA 바꿔 속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2016년 4월 19일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홈경기. 한국인 2명이 주목받았다. 박병호 선수가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으로 오른쪽 관중석 상단을 때리는 시즌 3호 홈런을 쳤고, 그보다 앞서 한국인 기업가가 박병호 선수를 상대로 시구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그는 당시 3M 수석부회장으로 자격으로 자리했다. 신 부회장은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100년 기업 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본사 수석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1월 1일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시구자가 아니라 중간계투였다. 선발투수는 권영수 LG 부회장이었다. 권 회장은 2012년초 전지사업본부장에 취임해 2차전지 사업의 토대를 만들었다. 사실 권 부회장은 선발투수라기보다 오프너에 가깝다. 오프너는 팀파베이 레이스가 2018년 시즌에 도입한 독특한 투수 운영방식이다. 오프너가 등판해 첫 1~2회를 던지고 들어가면 중간 계투가 등판해 3~6이닝을 책임진다. 권 부회장을 오프너로 기용한 이는 고 구본무 LG 회장이었다.
 

만년 적자 2차전지 안은 첫 외부 인사

구본무 회장은 권영수 부회장을 불러 만년 적자투성이 2차전지 부문을 맡겼다. 권 부회장은 4년간 연구개발과 공장증설을 이끌며 그룹의 미래를 만들어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2차사업과 멀어지는 듯했으나 지난해 3월 이사회의장으로 LG화학에 복귀했다. 권 부회장은 지주회사 LG의 공동 대표이사로서 그룹 경영에 관여하면서도 LG화학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LG화학 지원 방안을 구상하고 계열사 간 협조를 조율한다는 측면에서 단장 역에 가깝고 기업 단위의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걸 보면 감독 같다.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한 이도 권 부회장이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박진수 전 부회장은 전격 경질했다. 박 전 부회장이 과실없이 회사를 이끌던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흘러 나왔다. 신 부회장은 영입과 동시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LG화학이 1947년 설립한 이래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하기는 처음이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한다. “좋게 말해 인화의 LG라고 하지만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무사안일했던 게 LG의 문화다. 권 부회장은 외부 인사를 영입해 이를 바꾸고자 했고 신학철 부회장을 적임자로 평가했다. 신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한국법인에 입사해 미국 본사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3M의 혁신을 주도했다고 평가 받고 있었다.”
 
권 부회장과 긴밀히 상의하지만 마운드에서 경쟁업체들의 강타선을 상대하며 게임을 이끄는 이는 신학철 부회장이다. 3년차 대표이사 신 부회장이 풀어야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발 한번 잘못 내딛으면 경쟁 대열에서 낙오될 정도로 업체 간 쟁투가 가파르다. CATL은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몇년간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수주량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삼성SDI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삼성전자의 직간접 지원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쟁 치열한 2차전지 시장서 1위 지위

LG화학은 아슬아슬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력이나 사용량 면에서 경쟁업체들에 앞선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세계 79국가에 등록된 전기 승용차의 배터리 사용량을 조사해 7월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점유율 28.7%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0% 성장했다. CATL이 시장점유율 24.5%로 바짝 따라오고 있다. 1~2위 업체 간 순위 다툼은 치열하다. 달마다 순위가 바뀔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업체들은 설비증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가용자원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국과 유럽은 배터리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자기 영내에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을 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건 필수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휘청이는 와중에도 LG화학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에 육박했다. 석유화학 시황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도 늘어난 게 톡톡히 기여했다. 전지 사업부문은 유럽과 미국 고객사의 신차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 12조3600억원을 넘겼다. 전년도와 비교해 50% 가까이 성장했다. 전기차와 전력저장장치(ESS) 화재 탓에 충당금을 설정하는 바람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흠이다. 올해는 무난하게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어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올해 안에 별도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는 설비증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CATL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웃돌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과 동시에 시총 50억~100억 원에 이르는 업체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역할을 바꾼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당연히 양극재를 외부에서 공급받기보다 내재화하는 게 유리하다. 양극재 뿐만 아니라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까지 생산할 방침이다. LG화학을 종합전지소재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속내다.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하고 양극재 강화

신학철 부회장은 이를 위해 7월14일 1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친환경 사업에 3조원, 양극재 등 전지 소재 6조원, 신약 개발에는 1조원을 투입한다. 투자 비중이 가장 큰 부문은 역시 양극재다. 국내에서는 양극재 공장을 늘리고 해외에서는 전기 소재 생산거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13일 비철금속 업체 고려아연과 양극재 전구체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합의했다. 일본 도레이와는 분리막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2차전지 핵심소재다.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의 접촉을 막아 배터리 화재를 막고 이온이 오가는 통로 기능을 수행한다. 분리막이 손상되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배터리에서 불이 난다. LG화학이 현대차에 납품한 코나 자동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난 것도 분리막이 부실한 탓으로 알려졌다.
 
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화재 사고가 거의 없다. 계열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생산하는 분리막의 품질 덕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도레이, 아시히카세이와 함께 세계 분리막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막 기술이 필요하다. 또 양극재 재료인 니켈, 망간, 코발트 같은 비철 금속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 광산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을 포함해 인수합병(M&A), 합작사 설립 등 30여건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2차전지 부문 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업체마다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테슬라, 폴크스바겐 같은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GM과 포드는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으며 배터리 수급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배터리 게임을 마무리하며 승리투수가 될 지 아니면 마무리 투수에게 공을 넘길지는 두고 보아야할 듯하다. 아직까지는 본인이 경기를 마무리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게임 플랜도 명확하다. LG에너지솔루션을 세계 1위 자리에 안착시키고 LG화학은 전지소재 1위 업체로 키우는 것이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철현 sisa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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