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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헬스케어가 미래다①] '보험 가입'에서 '건강관리'로 바뀐 이유

보험사 CEO 25%, '포스트 코로나' 기회요인으로 '헬스케어' 지목
초회보험료 꾸준히 감소하는 보험업계, 새 먹거리 필요
해외 보험사들, 정부 지원 받으며 헬스케어 시장규모↑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5월. 보험연구원은 국내 주요 생명·손해보험사의 CEO 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기회 요인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예상대로 1위는 금융권 전체가 매달리고 있는 '디지털 금융 전환 가속화'였다. 응답률이 48%(19명)에 달했다. 2위는 '헬스케어 등 신사업 확대'(25%·10명)다. '신규 보험수요 창출', '비대면 채널 상승' 등의 응답은 총 3명에 불과했다. 보험사 CEO 4명 중 3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업계가 집중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디지털과 헬스케어를 강조한 것이다.  
 
헬스케어 사업은 사실상 디지털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헬스케어' 사업이 보험사 CEO들이 생각하는 미래의 먹거리다. 보험사들은 왜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을까.
 

보험산업 역성장…헬스케어가 필요한 이유

헬스케어 서비스는 질병의 예방·관리, 건강관리·증진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개념이다. 과거 보험사들은 소비자에게 "나중에 아프면 보험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위급한 상황'이 생길 때를 대비하라고 마케팅해왔다. 이제는 '위급한 상황' 자체를 오지 않게 보험사들이 관리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헬스케어를 선택한 것은 보험업계의 성장지표 중 하나인 신계약 초회보험료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신계약 초회보험료가 전년대비 2.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생명보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2016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반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도 같은 기간 9조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보험수요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과 헬스케어에 목을 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호황이던 90년대 초 수입이 늘어난 가정에서 가장들이 적극적으로 보험에 가입했고 이 세대가 현재 60대 이상 고령층이 됐다"며 "보험에 비교적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고령층을 공략하고 미래 고객인 젊은층까지 흡수하기 위해서는 헬스케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험사야말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곳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고객의 생애주기 별 이벤트를 파악하고 상품을 만드는 금융사"라며 "특히 고객이 건강할수록 손해율이 개선되고 비용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 의료데이터만 확보된다면 헬스케어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각 나라에 맞는 의료환경에 따라 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며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헬스케어 시장규모는 2015년 790억달러에서 지난해 2060억달러를 돌파했다.  
 
 
개인 의료비 부담이 큰 미국은 보험사들이 건강보험 사업의 지원 수단으로 헬스케어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헬스케어 서비스 전담 자회사 OPTUM을 설립하고, 웰니스 프로그램(운동·수면·만성질환 관리), 케어솔루션(의료비용 및 입내원 일정관리) 등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OPTUM의 매출은 2011년 390억달러에서 2018년 1010억달러로 급상승했다. 헬스케어 사업만으로 호실적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은 간병서비스가 헬스케어의 핵심이다. 솜포재팬 홀딩스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요양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예컨대 감지기가 장착된 침대를 요양시설에 설치해 고령자의 수면 활동, 생활 활동 등의 데이터를 확보, 고령층 치매 방지를 위한 분석에 활용하는 식이다.
 
의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특징을 지닌 중국은 당국이 보험사들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적극 지원하며 헬스케어 산업이 확장된 케이스다. 평안보험사는 이러한 지원 아래 '평안굿닥터'를 설립, 원격의료 서비스나 헬스몰, 건강검진, 질병위험 분석, 사후 모니터링 등의 헬스케어를 제공 중이다.
 

"국내 보험 헬스케어, 차별화 부족" 

지난해 11월 열린 'AIA 바이탈리티' 출시 기념 간담회 모습.[사진 AIA생명]
삼성화재 애니핏 서비스 홈페이지 메인화면.[사진 애니핏 홈페이지]
 
국내 보험사들도 걸음수에 따른 리워드 혜택, 건강관리 노력에 따른 보험료 할인 등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하지만 헬스케어를 부수적인 서비스나 사업 관점에서 접근하는 형식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보험사들처럼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식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단순 걸음수 달성 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 접근방식이 너무 단조롭다는 지적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입 초기 대부분의 보험사가 단순 마케팅적 측면에서 헬스케어에 접근해 서비스 차별성이 부족한 상태"라며 "물론 이는 규제에 따른 이유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험사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험소비자들이 유료화된 헬스케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삼정KPMG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소비자들은 보험사의 '무료 헬스케어 관리 및 서비스'에 대한 사용 의사가 2016년 19%에서 2019년 82%로 증가했다. 하지만 유료화된 헬스케어 서비스 사용 의사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 헬스케어 서비스가 낮선 보험소비자들의 경우 월마다 일정 비용을 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또 '보험사에 건강정보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 비율은 14.1%에 그쳤다. 보고서는 "보험사가 건강정보를 이용해 고객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장하기 이전, 국내 보험소비자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한편 해외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산업이 확장되며 국내에서도 그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이달 중순 금융위원회는 관련 TF 회의를 통해 올 하반기 중 제도개선 관련 법령·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6월부터는 보험사들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도 허용되며 유병력자 맞춤형 상품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헬스케어 관련 사업 추진에 공감하며, 향후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사업은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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