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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고지제…진료비 상승? 알 권리 보장?

진료 규제하는 개정법률안, 국무회의 통과
수의사회 “진료항목 표준화부터”
농식품부 “동물 보호자 알 권리 보장”

 
 
한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하고 있는 강아지. [중앙포토]
 
"보호는 없고 의무만 강조한다" 정부 규제에 대한수의사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양천구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이 수술을 받다가 죽자, 격분한 보호자가 수의사와 동물병원장 등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검거된 사건이 발생했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중성화 수술을 받던 도중 죽자, 수의사 팔을 의료용 가위로 찔러 다치게 하고 다시 술에 취한 채로 동물병원에 가서 소주병으로 동물병원장 머리를 내리쳐 상해를 가했다. 
 
이와 관련해 7월 29일 대한수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료법에는 의료기관 내 의료인 안전을 담보하는 법률 조항이 있지만, 수의사법에는 이 같은 수의사 안전을 지켜주는 조항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처럼 정부는 수의사와 관련 종사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면서 진료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의사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의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의한 이 법률은 지난 5월 11일에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현재까지 대한수의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정안을 놓고 계속해서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수의사 간 논란의 핵심은 이번 법률안에 포함된 수의사가 동물을 치료하기 전, 진료비를 사전에 공지하고 추후 사전공지 비용보다 초과한 진료비를 수납했을시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 개정법률안은 ▶수술 등 중대 진료에 대한 설명 및 서면 동의 ▶주요 진료항목에 대한 진료비용을 사전 고지하고, 고지한 금액을 초과해 진료비용을 받을 수 없도록 함 ▶고지한 진료비용 및 그 산정기준 등에 관한 현황을 조사·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함 ▶동물 질병명, 진료항목 등 동물 진료에 관한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작성해 고시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이에 대해 수의사회는 ‘동물의료 발전이 아닌 동물병원 규제에만 집중한 개정안’이라며 날서게 반응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은 의료법과 유사한 조항으로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사람의 의료에서는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료행위를 표준화하고 세부적으로 분류해 의료계에 통용되는 기준을 제시하지만, 동물의료 분야는 진료항목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없는 상황으로 동물보호자에게 진료비를 사전 공지할 수 있는 체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료항목 표준화 없이, 진료비만 사전고지 의무로  

 
의료비 사전공지 규제 이전에 ‘진료항목 표준화’ 과정이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대한수의사회는 진료항목 표준화가 없는 법률 진행은 오히려 진료비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하면 사전에 고지해야 하는 진료비에 마취비용, 수술비용 등 어떤 항목까지 넣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원래 중성화 수술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건비용 등까지 진료비용으로 포함해 비용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고지한 비용보다 진료비용이 초과하면 비용을 반환하거나, 이를 초과 수납하면 병원 운영을 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이 진료 전부터 최대한 높은 진료비용을 제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비 사전고지제가 운영된다고 해도 전국에 있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모두 동일해지지 않는다. 실제 동물병원 진료비는 1999년 ‘동물의료 수가제도’가 폐지되면서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르게 책정되고 있다.  
 
이영호 임상수의사는 “설사나 구토 등 증상으로 내원한 동물 중에는 급성 장염과 식이 알레르기 등 가벼운 질병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지만 췌장염, 호르몬 질환, 신부전 등 위중한 질병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진료 중 검사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진료비 사전고지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을 진료할 때 다양한 검사가 필요한 동물병원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법률이다”라고 꼬집었다.  
 

진료비용과 상관없는 법률, 진료 선택권 보장 위함  

농식품부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하는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연합뉴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안 법률은 ‘진료비용’ 측면이 아닌, 동물 보호자의 ‘알 권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예방접종, X-ray 촬영 등 진료항목 표준화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진료비 사전고지제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진료비 상승 등을 우려하는데 이 법안은 진료비를 조정하기 위한 법안이 아닌, 동물 보호자의 알 권리와 진료 선택권 보장을 위해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동물병원 사전고지제는 미국과 독일 등 이미 선진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법률”이라며 “이 법을 시행한다고 해도 1인 운영 동물병원은 2년 후부터 도입하는 등 동물병원 규모와 진료 항목에 따라 모두 순차적으로 적용하며 문제점을 최소화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 반려동물 가구 수는 매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 수는 2018년 511만 가구에서 2019년 591만 가구, 2020년 638만 가구로 증가했다. 동물병원 수는 2018년 4526개에서 2020년 4604개로 늘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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