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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증거금 겨우 5조'…개미에 외면 당한 크래프톤, 주가 향방은?

시초가 최저 44만8200원…‘따상’ 쉽지 않지만 신작 출시 등은 변수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 [사진 크래프톤 제공]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이 공모주 청약에서 일반투자자들에게 외면당했다. 모인 증거금은 약 5조원으로, 한 발 먼저 일반 공모 청약을 끝낸 카카오뱅크(58조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에 투자자들은 크래프톤 주가가 상장 후에 급락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2~3일 양일 간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총 5조358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청약 경쟁률은 7.8대 1이었다. 크래프톤은 그간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청약할 수 있는 마지막 IPO 대어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청약 결과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증거금 규모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5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는 물론 중복청약이 금지된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의 공모가(49만8000원)가 꼽힌다. 코스피 상장사 기준 15번째로 높은 가격이라 투자자들의 부담이 컸을 것이란 지적이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대표작이 없는 ‘원히트원더(하나의 작품만 흥행)’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크래프톤은 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올 1분기 매출 중 96.7%가 배틀그라운드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다”며 “배틀그라운드 영업수익이 감소할 경우 당사의 사업, 재무 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들이다.  
 

상장 당일 팔 수 있는 주식 수 많아

청약 흥행 여부가 상장 후 주가 흐름을 예단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그러나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크래프톤 공모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 최모(54)씨는 “대형 IPO 공모주인 만큼 ‘따상’에 대한 기대감이 없진 않았다”며 “생각보다 청약 경쟁률이 낮았다고 하니, 혹시나 상장 이후에 주가가 빠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상장일은 이달 10일이다. 통상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범위에서 형성되므로, 최저 44만8200원에서 최고 99만6000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에 성공하려면 상장 당일 99만6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29만48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아야 한다.
 
그러나 청약 경쟁 열기가 시들했다는 점에서 ‘따상’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쟁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58조원의 증거금을 모으고 ‘따상’에 성공했다”며 “그에 비하면 크래프톤의 증거금은 현저히 적은 수준인데, 그만큼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뜻이니 ‘따상’ 가능성이 높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당일 매도할 수 있는 주식비율이 전체 발행 주식의 43%로 큰 점도 문제다. 이는 지난 5월 상장 당일 하락 마감한 SKIET(24%)보다 높은 수치다. 안지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 물량은 최근 상장한 대형 IPO 종목 대비 높은 편”이라며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수년간 커왔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상장 직후 매도세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시장의 가격제한폭은 시초가 대비 -30%(하한가)에서 30%(상한가)까지다. 이를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크래프톤의 상장 당일 주가는 최저 31만474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  
 

코스피200 조기 편입 가능성은 호재

다만 코스피200 지수 조기 편입, 연내 신작 출시 가능성 등에 따른 주가 상승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코스피 신규 상장 종목은 상장일로부터 15거래일 간 평균 시가총액이 상위 50위(5일 기준 7조원) 이내면 코스피200 지수 특례편입 대상이 된다. 공모가 기준 크래프톤의 예상 시가총액은 24조원이 넘는다.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투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 주가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크래프톤은 올해 안에 신작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의 성장 여력과 9월 출시 예정인 신작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의 성공 기대감으로 기업가치가 우상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크래프톤의 주당 적정가치는 58만원, 시가총액은 28조원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공모가 대비 16% 상승한 가격이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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