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투자금 4500만원으로 갓(God)물주’ 30대 흙수저의 꼬마빌딩 성공기
[나도 꼬빌 건물주]'자수성가' 빌딩중개의 고수, 오동협 빌딩로드 대표
실투자금 4500만원으로 빌딩 매입, 4년 만에 양도차익 11억원↑
빌딩 투자도 아파트처럼 '시세차익형'이 대세, 강남>마·용·성 인기
"누구나 건물주가 될 수 있어요. 현재 무일푼이라도 자신의 삶에 '건물주'란 단어를 던져보세요."
오동협 빌딩로드 대표의 20대는 ‘찬란한 빚’과의 전쟁이었다. 군 복무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났다. 1997년 외환위기(IMF) 여파였다. 가족들은 판자촌으로 이사했고, 아버지는 건강 악화로 돌아가셨다. 장남이었던 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대학을 휴학하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빚만 7000만원이 생겼다.
이후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숙식을 해결했고, 고시원으로 숙소를 옮긴 후에는 낮에 도시락 배달을 하고 밤에는 가라오케 웨이터로 일했다. "저도 20대에는 건물주를 꿈꾸지 못했어요. 자장면 배달을 하던 시절에는 중국집 사장님이 되고 싶었고, 가라오케에서 일할 때는 업소 대표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직장인이든, 주부든 현재 상황에 맞춰 꿈을 제한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의 인생의 전환점은 30대에 시작됐다. 결혼을 앞두고 '명함'을 갖고 싶어 두드린 것이 빌딩 전문 부동산중개회사. 사장부터 경리까지 7명이 있던 회사에 8번째 직원으로 입사했다. 아르바이트를 두탕 세탕 뛰는 것보다 큰 돈이 오가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입사 후 그는 20대의 마이너스 인생을 보상받기 위해 자나깨나 매수자와 상권을 연구했다. 그로부터 10년, 빌딩을 중개하면서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그는 빌딩중개회사의 대표가 됐고, 자신의 빌딩도 생겼다.
"빌딩중개를 하면서 몇 년후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수두룩하게 봤잖아요. 또래의 고객들이 10억대 자산에서 시작해 몇 년 후 70억~80억원 건물을 매수하는 것을 보면서 '내 건물'을 사고 싶어졌죠. 운 좋게도 첫 건물은 4500만원으로 매입했습니다."
오동협 빌딩로드 대표는 "누구나 건물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준비하고 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4500만원으로 건물주가 된 비결은.
첫 건물을 산 것이 2016년 11월이다. 부동산중개인으로 활동한 지 10년이 됐을 때다. 어느 날 중개 들어온 매물을 보러갔는데, 건물은 작았지만 입지가 좋았다. 서울 사당동에 위치한 4층 건물로, 당시 건물 가격은 11억4500만원이었다. 은행에 대출 문의를 하니, 10억원까지 대출(건물 + 실거주 아파트 담보 합산)이 가능했다. 당시 건물 보증금 1억원을 제외하면 현금 4500만원만 있으면 되는 셈이었다. 그 건물을 매수 후 4년간 보유하다 최근 23억원에 매도했다. 이후 홍대에 40억짜리 건물을 샀다.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건물을 사고 싶다.
'2021년의 흙수저'도 건물주의 꿈을 꿀 수 있을까.
직장인들이 월 몇 백만원 번다고 해도 건물주를 꿈꾸기 쉽지 않다. 사업가도 어렵다. 사업하는 데 골몰하다보면 ‘그때 건물 하나 사놓을 걸’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돈이 있어도 건물을 못 사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다. 매번 검토만 하다가 놓치고, 다음번에는 올라간 가격 때문에 못 산다. 현재 상황에 맞춰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전혀 상관 없어 보여도 건물주의 꿈을 가져보자. 평소 꼬마빌딩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이 세계의 흐름은 어떠한지, 미리 알고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빌딩값도 많이 올랐는데,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현재 매도 우위 시장이다. 매물은 많은데, 싸게 팔지는 않는다. 현재 빌딩의 시세가 30억원이라면, 매도자들은 33억원이나 34억원에 팔려고 한다. 1년 후의 시세로 호가를 부른다. 매수자들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기회비용이 되는 셈이다. 그래도 건물을 사면 4~5년은 보유할테니 1년은 본전치기라 생각하고, 3~4년의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마음으로 투자해야 한다.
꼬마빌딩 투자가 아파트보다 매력적일까.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만큼 빌딩 값도 오른다. 아파트값이 오르면 '빌딩은 덜 올랐네? 저평가돼있네' 하며 건물을 산다. 또 빌딩이 오르면 아파트로 수요가 몰려간다. 마치 시소게임처럼 투자자들이 가격을 저울질하며 투자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무주택자라면 아파트를 먼저 매수하길 권한다. 실거주 공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주택자이다. 두번째, 세번째 부동산 매수를 고려한다면 아파트가 아닌 꼬마빌딩 매입을 추천한다. 아파트는 세금이 너무 무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집중됐던 이유는 '환금성' 때문이었다. 서울 아파트, 강남 아파트는 현금과 같다. 대기수요가 항상 있다. 그런데 이제 꼬마빌딩 시장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일반인들의 리그'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다. '깜깜이 투자'가 아니라 명확하게 따져서 투자할 수 있는 재테크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최근 빌딩의 첫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 소액투자 가능한 꼬마빌딩이 있나.
아파트값이 오른만큼 땅값도 올랐다. 서울에서 20억원 미만의 꼬마빌딩은 찾기 어렵다. 서울은 30억원 이상, 준강남은 최하 40억원 이상, 강남구 등 핵심지는 50억원이 최하 수준이다. 수도권에서는 20억원 이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꼬마빌딩을 사기 위해 20억, 30억원의 '내 돈'이 다 필요하지는 않다. 대출이 매매 시세의 70~80% 가능하다. 매매금액 대비 20~30%의 현금이 있으면,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꼬마빌딩을 살 수 있다. 이를테면 매매시세 30억원 아파트를 전세 20억원을 끼고 갭투자를 하는 것보다, 꼬마빌딩 30억원짜리를 더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다. 대출 이자는 임대료 월세를 받아서 내면 된다. 10억원 대출시 금리가 연 2.5%이면 이자는 월 200만원, 연 3%면 250만원이다.
나에게 맞는 꼬마빌딩 찾는 방법은.
입지는 누구나 다 아는 ‘강남’이 제일 좋다. 하지만 자금에 따라 건물을 찾아봐야 한다. 투입할 수 있는 현금이 15억원 미만이면 강남의 건물을 사기가 쉽지 않다. 현금이 10억~15억원이면 대출을 더해,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의 꼬마빌딩을 보면 된다. 이들 지역은 향후 건물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지역이다. 만약 이들 지역을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것이 우려된다면 우선 주거지 인근 지역, 직장이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지난해 어떤 상점이 있었는지, 올해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늘 봐왔던 지역이기에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금리 인상폭이 중요하다. 0.25%p 정도라면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이다. 기준금리가 1%p는 올라가야 영향이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출금리 연 2.5% 수준에서 매입한 투자자들은 연 2.7~3%로 올라가도 버틸 수 있다. 임대료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평균 연 3.5%를 넘어가면 버거울 수 있다. 최근 1~2년 사이 매입한 경우 임대료에 다른 소득을 보태서 이자를 내야하기 때문에 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때 시세도 '급매' 가격은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1년 후 시세'가 아닌 '현재 시세'로 거품이 빠질 순 있어도 급락을 기대하긴 어렵다. 리먼사태나 외환위기처럼 큰 충격파가 와야 급락할 수 있는데, 금리 인상은 가랑비 수준이다. 가랑비를 맞으며 갈 거냐, 기다렸다가 그치면 갈 것이냐를 고민하게 되는데, 건물주의 대부분은 금리인상이 되면 비가 그칠 때까지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하지 않는 꼬마빌딩 투자의 핵심은.
최근 '영끌'이 화두인데, ‘영끌’은 괜찮다고 본다. 저금리 시대이므로 다른 소득원이 있다면 영끌로 내 건물을 만드는 것도 좋다. 건물은 가급적 빨리 사는 것이 좋다. 억대 연봉 고소득자라고 해도, 대개는 그 연봉이 오르는 폭보다 건물값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다. 돈을 모아서 사려고 미루다보면, 원했던 건물과는 더 멀어질 수 있다. 출구전략만 확실히 세운다면 공동투자도 해볼만 하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안했으면 좋겠다. 꼬마빌딩 상권은 요일에 따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꼬마빌딩 매입을 고려한다면 수시로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고, 이 건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나중에 매도할 것인지 전문가와 함께 계획하고 투자해야한다.
'45000만원 투자, 4년 만에 실수익 7억4000만원' 오동협 대표의 첫 건물 투자 분석해보니
오 대표는 "이 건물은 낡고 크기는 작지만,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어 공실 걱정이 적었고, 강남에 근접한 사당동이라 향후 양도차익을 기대하기에도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 대표는 이 건물을 올 6월에 23억원에 매도했다. 양도차익은 약 11억원. 구입 당시보다 2배 넘게 상승했지만, 서울 내 20억원대 '알짜' 꼬마빌딩으로 희소성이 있다는 평가다. 오 대표가 4년 만에 이 건물의 매각으로 얻은 실질수익은 (양도세 3억6000만원을 제하면) 7억4000만원이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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