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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5G 기지국 구축 저조한데 정부는 차세대 5G ‘김칫국’

5G+ 전략위, 스마트 스쿨·메타버스 마켓 등 5G 확산 전략 발표
하지만 5G 28㎓ 기지국 구축은 6월까지 고작 125개 이행률 0.28%
매년 국감 지적 ‘단골’ 올해도 논란될 듯…“세밀한 정책 수립 필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불통 5G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이동통신 5G 피해 조사 결과와 개선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8일 범부처 민·관 합동 ‘5G 플러스(+) 전략위원회(전략위)’를 열고 5G+ 융합서비스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 분야를 넘어 비대면 환경에서 학습격차 해소, 국민 안전, 소상공인 보호 등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5G(5세대 이동통신) 적용 범위를 확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5G 28㎓ 기지국 설치율이 지난 3년여 동안 0.28%에 그치는 등 더딘 인프라 구축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프라는 ‘걸음마’ 수준인데 시장 선점하려 5G 확대 발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이날 5G 상용화를 기반으로 관련 산업 육성과 글로벌 5G 시장 선도를 논의하기 위한 제5차 5G+ 전략위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실감콘텐트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 5G 5대 핵심서비스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초실감 비대면 교육을 위한 스마트 스쿨 ▶코로나19 피해 경감을 위한 메타버스 마켓 등 5G+ 융합 서비스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5G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 대전환 과정에서 5G의 역할이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초저지연•고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원격의료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5G가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도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2022년까지 5G 기반시설 구축에 약 2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5G 시장 규모는 6679억 달러(한화 약 8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망한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은 ‘5G 업그레이드 명령’이란 이름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5G 업그레이드 명령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5G 이동통신 전국망 조기 구축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이동통신사 간 5G 기지국 구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초 의결한 규제 개혁 법령이다. 중국도 2025년까지 5G 등에 34조 위안(한화 약 6100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영국·독일 등 유럽에서는 5G 특화망 기반 스마트 공장 확산 전략을 꺼내 들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이어 5G+ 융합서비스 확산 전략 발표는 5G세계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는 다르게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5G 28㎓ 기지국 설치율은 현저히 미미한 상황이다.  
 
정부는 2018년 주파수 할당 공고 당시 통신 3사에 3.5㎓는 10년 내(2028년까지) 15만국, 28㎓는 5년 내(2023년까지) 10만대 각각 설치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아울러 2021년까지 설치 목표의 15%에 해당하는 1만5000국의 28㎓ 장비를 구축할 의무를 부과하고, 미달하면 주파수 할당 취소, 이용 기간 단축 등의 제재를 취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통신 3사가 올해 말까지 구축해야 하는 28㎓ 5G 기지국은 총 4만5215국(SK텔레콤 1만5215국, KT 1만5000국, LG유플러스 1만5000국)이다. 하지만 지난 6월말 기준 준공 신고된 28㎓ 기지국은 모두 125개에 그쳤다. 이행률은 0.28%다.  
 
28㎓ 5G 기지국 설치가 더딘 이유는 대규모 투자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8㎓ 대역은 3.5㎓ 대역보다 빠르지만, 전파 도달 범위가 짧아 중간에 조금만 간섭이 생겨도 연결이 끊겨버린다. 업계에서는 동일 건물 내 장비를 구축했을 때 28GHz 주파수는 3.5GHz 대역 대비 약 20배 정도 장비가 더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통신 3사는 3.5㎓ 포함 5G 설비 투자에 2019년 8조8000억원을 투자한 후 지난해까지 16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 연말까지 통신사 1곳당 기지국 1만5000국 의무 구축이 불가능해지자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5G 특화망으로 28㎓와 4.7㎓ 대역을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민간 기업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파수를 할당하겠다는 얘기다. 통신 3사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 B2B용으로 적합한 28㎓ 대역을 민간 기업에 개방해 5G 융합 생태계에 투자하도록 하는 유인책인 셈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18일 5G+ 전략위원회를 앞두고 세종시 중앙공원 자율주행 셔틀 전용구간을 찾아 무인경비 로봇과 무인배달 로봇 등을 둘러보며 '5G 융합 자율주행 실증서비스'를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들 품질 불만 집단소송, 공정위 광고법 위반 조사

이번 전략위에서도 28㎓ 관련 언급이 있었다. 민간의 투자 촉진과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특화망 활성화를 위해 연내에 차질 없이 주파수를 공급하고,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결격사유 완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6월 발표한 5G 특화망 개방을 반복한 내용이었다. 28㎓ 기지국 의무 구축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정부는 일상 속에 5G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시민단체와 일부 소비자들은 5G 품질 불만을 이유로 통신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5G 개통 당시 속도가 LTE 보다 20배 빠르다며 홍보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는 28㎓ 대역에서 가능하다. 3.5㎓는 LTE 대비 3~4배 빠른 것에 그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28㎓ 기지국 설치 관련 논란은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되풀이될 예정이다. 앞선 2019년, 2020년에도 해당 사안은 국감 주제로 다뤄진 바 있다.  
 
그러나 과기부는 28㎓ 기지국 의무 구축과 관련해 “아직 수정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자들이 연말까지 구축 실적을 제출하면 내년 초 이행 점검을 해 이후 조치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주파수 할당 과정에서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박소영 입법조사관은 “주파수 할당 당시 주파수 대역의 특성, 현 기술 수준, 설치 가능성 등을 검토해 설치 의무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5G에 대해 실망하게 된 배경에는 5G 도입 과정에서 정부와 이통사가 28㎓ 대역에서의 속도를 홍보했으나 그에 따른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8㎓ 전국망 설치 가능성과 가능성에 따른 주파수 활용 계획 등 향후 정책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명확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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