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질 땐 확신없는 투자 종목부터 정리해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펀드·ETF 투자비중 줄이고 자산배분 비율 조정필요
증시 하락장에선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 낮춰야
투자할 때 우리는 투자에 대한 기대치를 갖고 있다. 투자는 그 기대치가 수익률로 표현되고, 보유한 자산 혹은 포트폴리오에서 기대되는 평균 수익률을 기대수익률이라고 한다. 기대수익률은 경기 상황이나 리스크 또는 주관적 기대 등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코노미스트나 애널리스트들은 과거 자산의 수익률이나 향후 경제 전망 등을 반영해 기대수익률이나 목표가를 제시한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자료이니만큼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주관적 기대감이 기대수익률에 훨씬 더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가령 동일한 자산이더라도 개인적 욕망의 투사 정도에 따라 기대수익률의 편차는 크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보유한 두 명의 투자자 중 한 명은 12%를 기대하지만 다른 이는 20%를 희망할 수도 있는 식이다.
물론 어느 시대나 자산 가격의 급등기엔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비례해 상승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지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는 인터넷 관련주의 기대수익률로 200~300% 정도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IT 버블기처럼 특정 시기, 특정 섹터나 종목에 대해 높은 기대수익률을 갖는 것은 역사적으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풍경이 조금 다른 듯하다.
최근 만난 어느 금융회사의 한 임원이 연금계좌로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기대수익률을 40%라고 말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일반 개인투자자도 아니고 금융회사의 임원이라는 사람이 ETF의 기대수익률로 40%를 얘기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그 사람의 개인적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금융회사의 임원이 이 정도라면 일반 투자자들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여기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자본시장을 지닌 미국의 장기주식 기대수익률은 10% 정도라는 고답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는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좀 낮추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레버리지 투자는 하락장에선 매우 위험
최근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것은 아무래도 금리의 영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발 이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되는 과정에서 큰 시세를 연출했기 때문인 것 같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자산의 상대적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인 초저금리는 자산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발발 이후 급락했던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두 배 이상 급상승한 점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 중에 ‘최근성 편향’이라는 게 있다. 최근성 편향이란 사람들은 최근에 일어난 일을 기준으로 생각의 준거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가까운 시기의 주가 움직임을 기준으로 사고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이다. 그래서 하락장에서는 더 하락할 것처럼, 반대로 상승장에서는 더 상승할 것처럼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하락장에서는 떨어지는 것을 사고의 준거로, 반대로 상승장에서는 오르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때론 이런 심리적 편향과 투자의 성격이 조응하지 않을 때가 많다. 투자 게임을 오로지 가격에만 초점을 두고 보면, 매일 매일 펼쳐지는 제로베이스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어제의 주가와 오늘의 주가는 무관하고, 내일의 주가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어떤 숫자가 나올 확률이 독립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과거에 일어난 일을 미래의 일로 투사한다면, 다시 말해 과거에 주가가 오른 경험에 기대어 미래에도 비슷한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자칫 잘못된 투자의사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나친 레버리지의 사용이다. 레버리지는 상승기에는 수익률 기여 효과를 높이지만 하락할 때는 고통의 칼날로 다가온다. 상승장에서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면, 하락장에서는 더욱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만큼 수익률 기대는 어려워
물론 바텀업(저평가 우량주) 방식의 종목 투자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투자자들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시장보다는 기업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ETF 또는 펀드를 재점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펀드나 ETF를 통해 자산 배분을 하는 필자의 경우에도 최근 펀드와 ETF의 숫자를 줄여 포트폴리오를 압축하고, 자산배분 비율도 바꾸는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했다.
압축할 때는 심리적 확신(Conviction)이 중요하다. 주식이든 ETF든 펀드든 여기서 예외는 없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포트폴리오를 놓고, ‘지금 다시 산다면 이 종목, 펀드, ETF’를 매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확신 없는 종목들부터 제거해 나가야 한다. 여기서 만일 심리적으로 미련이 남는다면, 소량만 남겨 두고 정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특히 손해나 이익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팔아서는 안 된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해난 종목을 더 오래 보유하고, 이익이 난 종목을 더 빨리 판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손실을 피하고 싶은 ’손실 회피 편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 회피 편향은 간혹 우리의 투자 의사 결정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심리적 편향 중 하나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때는 수익률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자신의 확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현시점의 이익과 손해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 기준은 확신이어야 한다. 확신이 있어야 이후 하락장이 오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이제 다시 물어보자. ’지금 다시 투자한다면, 이들 종목을 살 것인가?’.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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