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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허생전’ 카카오T②] 우버·타다엔 철퇴…시민 부담만 가중

우버는 규정에 막혀 가맹택시로 사업 전환
타다는 정치권 법 개정으로 운행 가로막혀
“시장 지배자 나오겠지만, 공정 경쟁의 장 필요”

 
 
지난해 4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VCNC가 마련한 사업 중단 일정에 따른 것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주차된 타다 차량 모습. [연합뉴스]
 
이용자와 택시를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또다시 서비스 요금 인상을 들먹이고 있다. 3년 전에도, 올해도 정부 제재와 시민단체 반발로 인상폭을 낮추긴 했으나 콜비 인상 논란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우버·타다 등 경쟁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이런 독과점 행태를 ‘허생전’에 빗대고 있다. [편집자]
 
승차공유 서비스가 사실상 사라진 택시 시장은 카카오 차지가 됐다. 우버와 타다의 영향력이 쪼그라들며 택시업계가 반사이익을 얻는 듯했지만, ‘호출’ 서비스를 독점한 카카오가 택시 시장을 장악했다는 뜻이다. 카카오T(카카오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전국 택시 기사는 23만명으로 전체 기사 수(약 25만명)의 90%에 이른다. 앱 가입자 수는 현재 시점 약 2800만명으로 집계됐다.
 
택시 시장이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축소됐다. 그동안 타다 등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의 대체재로 등장하면서 ‘메기’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이런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택시면허 없이 사업한 우버에겐 ‘불법’ 판정 철퇴

유사 택시 사업으로 국내에 먼저 이름을 알린 건 세계적인 승차공유 서비스업체 ‘우버(UBER)’였다. 우버는 영업용이 아닌 일반 승용차 주인이 다른 사람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돈을 받는 방식의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했다. 미국에서 2010년에, 우리나라에선 2013년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로 위 약 2000만대 차량이 택시처럼 운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법원은 이런 우버의 사업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우버가 ‘운수사업법 4조’를 위반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했고 법원은 2018년 6월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운수사업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택시처럼 영업 면허가 있는 사람만 사람을 태워주고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우버는 이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후 우버는 일반 승차공유 서비스 대신 가맹택시 사업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지난 4월 우버와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합작회사 우티를 출범하고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8월에는 우티 앱으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일원화했다. 당분간 최대 3000원에 이르는 이용료를 받지 않는 등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우티앱 이용자가 카카오T의 1% 수준인데다 가맹택시 수도 적어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98만명으로 카카오T 이용자 수(1073만명)의 0.9%에 그쳤다.  
 
우버 가맹택시. [사진 우버코리아]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타다, 정치권이 고사시켜  

우버가 위축된 사이 타다는 운수사업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영향력을 키웠고 택시업계를 긴장시켰다. 운수사업법은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는데, 타다는 이를 활용해 11인승 승합차 카니발로 사업을 벌였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차량 공유업체 쏘카에서 차량을 렌트해 기사와 함께 승객에게 제공했다. VCNC 측은 “적법한 기사 알선, 렌터카 서비스”라고 주장했지만, 국토부와 택시업계는 ‘유사 콜택시 서비스’라며 타다 서비스가 적법하지 않다고 맞섰다.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법원은 타다가 본질적으로 택시와 다르다고 판단했다. 타다가 승객에게 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하고 동시에 렌터카 운전기사를 소개하는 ‘합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해석했다. 택시가 아닌 초단기 렌터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한 달 뒤 법 개정을 통해 타다 서비스를 무력화시켰다. 3월 국회에서 통과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는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또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게 했다.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를 하던 타다에 사업을 접도록 한 셈이다.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으로도 불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VCNC는 결국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이후 가맹택시와 대리운전으로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용자 편의 확대되도록 공정 경쟁 시장 만들어야”

택시 수는 2005년부터 25만5000여대로 정체 상태다. 정부가 택시총량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총량제는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누고 인구와 택시 대수를 고려해 적정 대수를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승객에 비해 택시가 너무 많으면 택시기사의 수입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 등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10년 가까이 신규 개인택시 면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 대신 2009년 11월 28일 이전에 발급된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매수할 수 있게 했지만, 공급이 멈추면서 경쟁도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수(교통물류학)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타다를 금지하는 순간부터 독점적 시장 지배자가 나오는 건 예상했던 일”이라며 “다만 독점이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공정하게 참여해 경쟁할 수 있는 열린 시장을 만듦으로써 이용자 편의가 확대되도록 정책을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판 허생전’ 카카오T ①] 택시시장 장악 후 '내맘대로' 콜비 인상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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